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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의 중요성

창의적 사고의 시작점


2009년 가을,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하겐베크 동물원(Tierpark Hagenbeck)에 방문하고나서 공간을 이해하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하겐베크 동물원은 철장이 없는 방사식 동물원으로 유명하다. 같은 대륙의 동물들이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게 하되 각 서식지 사이에 해자(성 주변에 둘러 판 도랑)를 만들어 서로 해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사람의 시선에서는 해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치 광활한 평지에 여러 동물들이 자연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습성에 따라 함께 지내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동물들은 함께 서식하고, 많은 동물들이 인도에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방사식 동물원. 출처 : 하겐베크 동물원 페이스북 페이지


하겐베크 동물원은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관찰"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동물들의 자연 서식지에 인간이 "방문"하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사람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 중심의 공간이었다. 이 경험이 신선한 충격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을 방문한 가족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동물원의 중요한 역할은 교육에 있다고 보는데, 이러한 방사식 공간 구성은 동물들의 자연 서식을 조금이나마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생명 존중의 가치관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공간을 연구하고 디자인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호기심이 많다보니 궁금증이 생기면 끝없이 구글 검색을 하는 편인데, 공간의 효율성이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병원의 공간 연구,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사무 공간 연구에 대해서 많은 논문을 뒤져보았다. 사실 당시 대학원 유학 준비를 시작할 때였는데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의 근원지인 스탠포드 디자인 프로그램이 유일한 목표였던 나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는 코넬 대학의 공간 디자인 연구 박사 과정에 동시 지원하기도 했다. (스탠포드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무 공간 역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넓은 공간에 좋은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회의실을 여러개 만들어두고, 비싼 인테리어 마감을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하루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사무 공간이야말로 과학적인 배려가 필수적이다. 디즈니, 3M, 페이스북과 같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공간 연구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여 홀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 협업을 유도하는 공간 등의 다양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흡하지만 개방과 폐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렌딧의 사무 공간. 렌딧 민트가 포인트인 Lendit Wall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개방 공간 Creative Hall
1:1 회의 공간.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천장 개방
전체적으로 개방된 공간에 각자의 자리가 있기 때문에 가끔씩 필요한 1인 집중 공간 Burning Man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공용 휴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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