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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Dec 02. 2023

유난한 도전 /독후감274

토스 toss

 책을 읽는 동안 토스 toss로 출근한 느낌이다.

출근은 오전 11시였고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자율만큼 책임이란 단어를 중시하는 회사 문화가 있었다. 우리가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것처럼 토스란 앱도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앱이 되었다. 나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스벅 앱을 켜는 것보다 토스 앱을 더 자주 사용한다.

 예전에 스타벅스 코리아 인사담당자가 쓴 책을 읽고 스타벅스란 회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경험이 있다. ‘어떻게 스타벅스는 전 세계의 스타벅스일 수 있을까?’ 매일 사용하는 앱인 만큼 토스란 회사가 너무나 궁금했다. ‘어떻게 나는 매일매일 토스 앱을 즐겨 쓸 수 있었을까?’




 스타트 업이 시작하려면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토스팀이 2,000명이 된 기간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정식으로 내놓은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토스팀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나 프로페셔널해서 고객이 나를 얼마나 자주 찾을까?’라는 접근보다는 ‘어떤 고객을 만나든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킨다면 더 자주 나를 찾지 않을까?’

앱 app 중심으로 문장을 다시 한번 바꿔본다면 ‘너무나 잘 만든 앱 하나로 새로운 많은 고객과 증가하는 MAU Monthly Active User를 성취하겠다.’라는 접근보다는 ‘모든 고객이 만족할 만한 앱을 만들어 나간다면 토스를 매일매일 빈번하게 즐기며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이런 맥락에서 사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너무나 리스크가 커진다. 앱이 복잡해지고 방만放漫해진다. 하지만 토스팀은 모든 고객이 만족할 만한 앱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유난한 도전을 해야 한다. 아니다! 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모든 고객이 사용하는 금융 앱이기 때문이다. 송금과 결제는 모든 현대인들이 빈번하게 할 수밖에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금융 앱이라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금융 앱이라 금융규제를 무시할 수 없다. 은행이 아닌 토스 앱으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은 없었다. 하지만 ‘해도 된다’는 법도 없었다.


 토스 toss로 출근하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토스팀에 끊임없이 들이닥친다. 막상 토스 앱을 설치했던 시기로부터 몇 년 전 간혹 들려오던 토스에 대한 뉴스를 읽으며 ‘과연 이 회사는 금융규제를 견디며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은행에서 송금을 가능하게 하려면 모든 은행을 설득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은행들이 따스한 눈빛으로 봐줄 리 만무하다. 거기에 더해 은행을 설득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은행은 신용으로 이야기한다. 신용은 돈이다. 펌뱅킹망 이용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규제도 뛰어넘어야 하고 투자유치도 받아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두 가지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용이함과 편리함으로 앱을 깔게 하고 신규 사용자들을 늘려도 결국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수익모델이다. 토스는 간편 송금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확보한 고객을 결제 고객으로 전환한 뒤, 결제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송금 수수료 비용을 모두 만회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페이 pay서비스는 레드오션이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오만 곳에서 새로운 페이 서비스가 쏟아지는 시기였고, 가맹점에서 토스결제를 쓰게 만들려면 오히려 토스가 돈을 들여야 했다. 수익모델은 무너졌다.

 비대면 계좌 개설, 중금리 대출맞춤추천 서비스, 무료 신용등급 조회 등등등 유난한 시도와 도전과 실패경험으로 성공을 만들어 나갔던 여정이 기억에 남는다.


 또 다른 하나의 상황은 약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코로나 시절을 겪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가 공인인증서 때문에 조회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금요일에 접한 개발자가 해당 팀에 이를 공유한다. 지원금 신청은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터였고 주어진 시간은 금토일 사흘.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킥오프 미팅이 열렸다.

토스는 우선 카드사마다 다른 지원금 신청방법과 혜택을 한눈에 보여주고, 신청 당일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는 사전신청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기대한 대로 제품이 완성되면 사용자들은 자신이 신청한 날 오전 알림을 받고, 어느 카드사를 이용하든 토스 앱의 간편한 UX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토스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카드 등록률을 높일 수 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요구사항이 정의되고, 초벌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서버 개발이 진행되었다. 개인정보보호팀은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문을 만들고, 서버플랫폼팀은 서버와 네트워크를 보강했다. 사용자 데이터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실시간 조회 대시보드도 만들었다.

 전체 메뉴 탭 담당자는 사전신청 서비스가 론칭되면 곧장 최상단에 배너를 고정하기로 결정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콘텐츠가 금세 발행되었고, 마케팅팀은 이를 활용한 SNS 광고를 집행했다. 고객행복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은 혹시 모를 문의에 대비해 대고객 및 미디어 메시지를 준비했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알림 사전신청 페이지를 완성하고 오류가 없는지 테스트까지 마친 시각은 토요일 새벽 4시였다.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외적인 허들을 끊임없이 극복하는 토스팀의 도전도 아름답지만 4명으로 시작해서 2,000명의 토스팀이 되기까지 내적인 소통과 성장통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그들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그들이 한국회사여서 더 정이 간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빈번하게 계속해서 토스 앱을 사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비바리퍼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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