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 속에는 없는 나의 몸
작년 여름의 끝,
연례행사인 건강검진 결과를 설명하던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별다른 이상 소견 없습니다.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으세요.”
그로부터 일 년 후.
가을의 시작에 나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신
선생님은 선생님은 또 말씀하셨다.
“몇 가지 추적 검사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상 없으십니다.”
두 검사 사이에 난치성 질환의 환자가 된 내게
별다른 건강의 이상이 없다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회사에 다닐 때는 매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직원이 아파지면 결국 직원 본인도 힘들지만, 회사로서의 손해도 크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조기 발견하고 예방하자는 취지였기에 1년의 3/4 정도가 지나면 인사부에서 공지 메일이 늘 날아오고는 했었다.
[아직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신 직원 분들께서는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보다 더 세밀한 편이어서 “이 정도면 그래도 큰 문제가 있으면 잡아내겠지”라는 믿음이 나에게도 늘 잔잔히 깔려있었다.
그렇게 매 년.
결과지의 ‘별다른 소견 없음’을 마치 한 해의 숙제를 끝낸 듯 받아 들고, 올해도 별 탈 없이 지났고 내년도 별 일이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단순했던가.
미국에서 귀국한 뒤, 검진 센터를 대학병원이 연계된 큰 곳으로 옮긴 뒤, '이상 없음 ' 결과지를 받고 의사 선생님께 따로 상담을 요청했었다. 매 번 검사 결과는 언제나 ‘정상’이었지만, 피로와 수면 부족이 조금 이어지면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극심한 복통과 저혈압, 그리고 이어지는 실신, 그리고 그 뒤의 허무한 회복을 이해하고 싶어서 청한 면담이었다. 스스로 느껴지는 기미가 있으면 근처의 내과를 찾아가 링거를 맞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생겼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수만 달러의 보험사 청구서를 감수하며 검사를 해보았다.
그런데도, 위 내시경도, 장 내시경도… 결과는 늘 같았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아무 이상 없음.
나는 이상이 없는데, 왜 계속 쓰러지는 걸까.
뭐라도 단서를 찾고 싶은 마음에, 굳이 한국계 의사를 멀리까지 찾아가 진료를 보기도 했지만, 겨우 받아 든 답은 '우유/고기/와인과 같은 고포드맵에 속하는 음식을 피하라'는 간단한 식이 가이드가 전부였다.
누군가 함께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갈 수 있지만, 어린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나 혹 운전 중에 이런 경우가 혹시 생긴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귀국 후 대학병원으로 옮겨해 본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 든 뒤, 의아한 마음에 한번 더 원인을 찾아보고자 문을 두드렸던 것.
그간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신 선생님께서 음식과 연계되었을 가능성도 가능한 이유들 중 하나니 우선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자 하셨지만…이 또한 역시 결과는 ‘정상 범위’였다. 그나마 갖가지 가능성들 중에서 내 증세와 가장 가깝게 내린 선생님의 결론은 ‘미주신경성 실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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