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집요하다.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한번 말꼬리를 물으면,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나는 이런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일 때가 있지만, 사실 가장 숨기고 싶은 부분 중에 하나다. 고치고 싶지만 성격이 못돼서 그런지 잘 되질 않는다.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예를 들자면,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하면 남편이 일어나서 내 눈을 바라볼 때까지 깨운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집요하게. 남편이 짜증을 부리며 일어날 정도로.
어릴 적 동생과 싸울 땐 끝까지 미안하단 사과를 억지로라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집요하게 동생을 말로 괴롭혔다. 나는, 정말로 못된 언니였다. 4살이나 어린 동생한테 사과를 받아야 속이 시원했을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집요함을 공부머리로 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그리고 나는, 혼자 앞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상대방은 아무 악의도 없이 내뱉은 말을 나 혼자 앞서 생각하는 것이다. 얘가 날 무시하나? 아님 내가 싫은가?부터 시작해서, 결론은 나랑 안 맞는구나. 하고 먼저 생각을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런 나의 부분이 너무나도 싫다. 그나마 나이가 들고,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조금의 인내심은 생긴 것 같기도 한데, 나는 나의 이런 부분들을 숨기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혼자서 앞서서 생각에 잠길 때.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히는 건 안 하면 그만인데, 혼자서 앞서 생각하는 건 생각을 그칠 수가 없다.
왜 그 이유의 끝은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라고 끝나는 건지. 너무 자기 비관론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예민한 기질의 나를 식구들이 받아주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난 정말로 예민해지고 싶어서 이렇게 산건 아니었다. 그저, 기질이 이렇게 태어난 것일 뿐. 가족들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었다. 지금이야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기질이 예민한 아이도 엄마가 공부하고 노력해서 이해하려 하는 거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그냥 예민하면, 까탈스럽고 사람을 좀 힘들게 한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이유를 매우 명확히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나는 숨기고 싶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것 한 가지씩은 다 있듯이, 나는 나의 그런 성격을 숨기고 싶다.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성격을 덮어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그 말은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사적인 나의 영역은, 나만 알면 된다.
요즘 들어 나는 공적으로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호칭이 듣고 싶어 졌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육아를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나쁜 시간들은 아니었지만 꽤 힘들었다.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싶어 졌다.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 졌다.
누군가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는 괜찮은 사람이고, 너는 분명히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나부터 일단 잘 살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그래야 좋은 본보기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