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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미-지갑을 열 때 비로소 보이는 나의 가치

by 임선재

어느 주말 아침,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던 중 친구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이었죠. 그 밑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도자기 클래스에 다니는 건 분명 사치일지도 몰라.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투자야. 흙을 만지는 동안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거든."


그 친구는 평소 절약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외식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않으며, 퇴근 후엔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유독 도자기 수업만큼은 아끼지 않죠. 그것이 그에게는 '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지출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남들의 시선이 아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소비에 중점을 두는 경제 활동을 우리는 '미코노미(Me+Economy)'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소비를 통해 실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것에만 과감히 지출하는 새로운 흐름

사람들은 흔히 돈을 쓸 때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동안 그 가치는 주로 외부의 시선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좋은 집을 사고, 비싼 자동차를 마련하거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가치 있는 소비의 기준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소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 자신을 만족시키는 경험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회사원인 김씨는 매주 한 번씩 미술 강습을 듣습니다. 그림을 배우는 것이 직장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취향을 찾고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는 수업이 끝난 후 홀로 카페에 앉아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것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씨는 매달 월급의 상당 부분을 스킨케어나 헤어 관리에 투자합니다. 남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의아해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더 좋아 보이면 그게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내 기분을 위한 소비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박씨는 매달 받는 용돈의 절반을 독립 서점에서 판매하는 독립 출판물을 사는 데 씁니다. 그는 "친구들은 왜 그런 마이너한 책에 돈을 쓰냐고 물어보지만, 그 책들을 읽을 때 느끼는 공감과 위로를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어요. 내게는 가장 가치 있는 소비죠."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미코노미는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 자신'을 위한 소비에서 기쁨을 찾는 행위입니다. 비싼 명품을 사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오히려 혼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고음질의 이어폰을 사는 것이 미코노미의 한 형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소비가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자존감이 되는 순간

미코노미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닙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돌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소비를 결정하지만, 미코노미는 그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남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나'를 만족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한 달에 20만 원이나 되는 금액을 필라테스 수업에 쓰는 게요.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제 몸의 변화를 느꼈고, 무엇보다 그 시간이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그 돈이 아깝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 건강과 행복에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자존감도 높아졌습니다."

자신을 위한 소비는 자존감과 직결됩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더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선물을 통해 다시 자존감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도 미코노미의 본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매슬로우는 인간이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충족한 후에는 자아실현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코노미는 바로 그 자아실현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이를 충족시킴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높여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싼 요가 매트를 구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누군가는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매트가 더 편안한 자세를 만들고, 그로 인해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현명한 투자입니다.


"바닥에 까는 매트 하나가 왜 10만 원이나 하냐고 친구들이 물어봤어요. 하지만 저는 매일 아침 요가를 하는 사람이니까,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 매트 덕분에 요가 시간이 더 행복해졌고, 그게 하루의 시작을 좋게 만들어주니까요."


이처럼 미코노미는 단순히 '많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불확실한 시대, 확실한 나에게 집중하기

미코노미의 확산은 개인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삶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경기의 변동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외부의 불안함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이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나'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나라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적어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 내 행복과 건강에는 투자하려고 해요. 그게 불안한 시대를 버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자신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보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환경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미코노미는 바로 그런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내가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것, 바로 '나 자신'에 투자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삶을 끊임없이 접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지만, 미코노미는 이러한 비교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소비하기보다는, 오직 나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예전에는 SNS에서 친구들이 명품 가방을 사면 나도 사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별로 없어요. 그 돈이면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취미에 쓰는 게 더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소비하니까 훨씬 만족스러워요."


나를 채우는 다양한 미코노미 스타일

미코노미는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납니다. 각자가 가치를 두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미코노미 스타일을 살펴보겠습니다.


'경험 중심 미코노미'는 물건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유형입니다. 여행, 공연, 클래스 수강 등 순간의 경험에 기꺼이 돈을 씁니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지지만, 경험은 추억으로 남아 더 오래 행복감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돈을 모아서 일 년에 한 번 여행 가는 데 다 쓰냐고 묻더라고요. 하지만 그 여행에서 얻는 경험과 추억이 저에게는 어떤 물건보다 값진걸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맛본 음식들, 본 풍경들... 이런 것들이 제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요."


'웰빙 미코노미'는 건강과 웰빙에 투자하는 유형입니다. 유기농 식품, 운동 기구, 건강 보조제, 명상 앱 구독 등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소비를 중요시합니다. 건강한 자신이 모든 행복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헬스 트레이너 비용으로 써요.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제 건강이 좋아졌고 자신감도 높아졌어요. 건강한 몸이 있어야 다른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의적 미코노미'는 자신의 창의적 활동이나 취미에 투자하는 유형입니다. 악기, 미술 도구, 전문 장비 등 자신의 창의적 표현을 위한 도구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좋은 기타가 갖고 싶어졌어요. 처음에는 비싸서 망설였지만, 결국 제가 오래 사용할 물건이고,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연주하는 즐거움도 더해준다고 생각해서 투자했어요. 지금은 그 기타로 매일 연주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학습 미코노미'는 자기 계발과 학습에 투자하는 유형입니다. 책, 온라인 강의, 워크숍, 세미나 등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돈을 씁니다. 끊임없는 학습이 미래의 자신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일 년에 한두 개씩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해요. 회사에서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언젠가는 이 지식이 저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해요."


'관계 미코노미'는 의미 있는 관계에 투자하는 유형입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특별한 식사, 선물, 함께하는 여행 등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돈을 씁니다. 좋은 관계가 삶의 질을 높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 생일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는 데 시간과 돈을 써요. 선물을 고르면서 그 친구를 생각하는 시간도 소중하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도 저에게는 큰 행복이에요."


이처럼 미코노미는 각자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소비가 진정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나를 돌보는 일이 타인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할 때

미코노미는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돌보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건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쓰는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이는 타인에게 더 따뜻하게 대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점점 가족에게도 짜증을 많이 내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주말 아침 혼자만의 산책 시간이었어요. 좋은 운동화에 투자하고, 가끔은 멀리 있는 예쁜 공원에 가기 위해 택시비도 아끼지 않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가족들에게도 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됐어요."


자신이 행복해야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미코노미는 관계의 질을 높이는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매일 바쁘게 일만 하며 지친 사람은 쉽게 짜증을 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면, 자연스럽게 타인에게도 더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자기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어요. 직장이나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끔은 수업 후에 같이 저녁도 먹고... 이런 관계가 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요."


이처럼 미코노미는 자신을 돌보는 행위를 통해 결과적으로 타인과의 관계까지 개선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타인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건강한 미코노미의 균형점 찾기

미코노미의 핵심은 '균형'에 있습니다. 자신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인 만족만을 좇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홀해지거나, 과소비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소비가 정말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입니다.


건강한 미코노미를 실천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단기적 즐거움과 장기적 행복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간의 충동에 의한 소비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진정한 미코노미는 장기적으로 나의 행복과 성장에 기여하는 소비를 지향합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옷을 사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때는 기분이 좋아지지만, 곧 그 효과가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그 돈을 모아서 한 달에 한 번 좋은 음악회에 가는 데 써요. 그 경험이 주는 감동이 훨씬 오래 남아요."


둘째, 미코노미는 재정적 책임감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신을 위한 소비가 재정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더 큰 스트레스를 가져올 뿐입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미코노미가 중요합니다.


"제 수입 내에서 계획적으로 '나를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해요. 그 안에서는 죄책감 없이 제가 원하는 것에 쓰되, 그 예산을 넘지는 않아요. 그래야 경제적 부담 없이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셋째, 미코노미는 자기 성찰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진정한 자아는 스스로를 깊이 성찰하는 가운데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코노미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찾고, 그에 맞는 선택을 이어갈 때 미코노미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미코노미의 미래, 변화하는 소비 문화

미코노미는 개인의 소비 습관을 넘어, 사회 전반의 소비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까요?


먼저, 미코노미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계속해서 커질 것입니다. 이는 여행, 문화 활동, 배움의 기회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들도 더욱 세분화된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를 개발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은 내 피부 타입에 딱 맞는 화장품을 직접 조합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요. 조금 비싸긴 하지만, 내 피부에 딱 맞는 제품을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더라고요. 이런 맞춤형 서비스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셋째,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미코노미'도 성장할 것입니다. 자신만의 디지털 경험을 위한 소비, 예를 들어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 디지털 콘텐츠 구매, 온라인 클래스 수강 등이 더욱 보편화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가치를 고려한 '의식 있는 미코노미'의 중요성이 커질 것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만족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요즘은 제 취향에 맞으면서도 환경에 해가 덜 가는 제품을 찾아요. 조금 비싸더라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택하는 게 저에게는 더 만족스러워요. 그런 소비가 제 양심에도 더 편하거든요."


이처럼 미코노미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소비 문화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현상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치보다는 '나를 위한'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당신이 특별해 보이게 해드립니다"라는 약속 대신, "당신 자신을 위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더 공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광고들을 보면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제품을 쓰면 남들이 부러워할 거예요'라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이 제품으로 당신의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드세요'라는 메시지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광고가 더 와닿는 것 같고요."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행복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코노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현명한 선택, 미코노미의 지혜

미코노미는 단순히 '나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소비'에 가깝습니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일종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단순한 욕망의 충족인지 구분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소비가 미코노미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충동적이고 일시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는 오히려 우리를 더 공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정한 미코노미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이나 경험이 나를 진정으로 충만하게 만드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의 문제를 넘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무엇에 돈과 시간을 쓸 때 가장 행복한지를. 저는 여행이나 외식보다는 집에서 좋은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소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좋은 오디오 시스템과 음악에 더 투자해요. 남들이 봤을 때는 사치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소비예요."


책 한 권, 좋아하는 취미, 자신을 위한 한 끼 식사,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까지.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미코노미는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소중한 방법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현명한 실천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미코노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또 다른 이에게는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나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말합니다. 하지만 미코노미는 그런 외부의 목소리를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를 말합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갑을 열 때 비로소 보이는 나의 가치. 당신의 지갑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것에 투자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미코노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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