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맘은 안다, 아파도 자꾸 움직여야 회복이 빠르다
첫째 때는 뭣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던 제왕절개 수술.
둘째 때는 제왕절개 수술과 입원기간인 4박 5일 하루하루가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닥쳐오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나름 둘째맘이라고, 한번 해봤다고 요령 있게 대처해 보았다.
첫날 (수술날)
첫째는 유도분만으로 진통을 겪다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터라, 둘째는 아예 좋은 날을 잡아 제왕절개 수술을 예약했다. 수술 시간은 오후 4시.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을 하고 오후 2시에 병원에 도착했다. 팔에는 수액을 꽂고 항생제 주사 테스트를 하고 무통주사가 들어갈 관을 척추에 꽂는다. 그야말로 바늘들에 찔러지는 시간. 그러나 이 정도의 아픔은 진통의 아픔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저 꾹 참을 뿐.
선처치를 마치고 수술실에 들어가면 팔다리가 묶이고 소변줄을 달고 마취가 들어간다. 소변줄을 달 때 억 소리가 나게 아픔이 느껴진다. 하반신 감각이 무뎌졌는지 확인되면 배를 가르는데 살짝 긁는 듯한 감각은 느껴진다. 내가 수술받은 병원은 트라우마가 남을까 봐 아기를 꺼내는 동안은 살짝 재워주셨는데, 늘 뱃가죽을 찢고 나올 기세로 발을 차던 우리 둘째는 나오는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발길질을 하셔서 나는 수면마취를 이겨내고 어어억 하면서 깼다. 아기 몸무게가 적은 편이라 걱정이었는데, 나오자마자 우렁차게 울어서 안심. 자가호흡이 잘 된다는 뜻이다. 처음이 아니어도 갓난아기는 봐도 봐도 신기하다. 이런 게 내 뱃속에 있었다니. 내가 사람을 또 하나 만들어냈다니.
아기와의 첫 만남이 끝나면 다시 수면마취가 들어가고 선생님이 수술부위를 봉합해 주신다. 나는 첫째 때 심한 켈로이드 반응으로 왕지렁이가 생겼던 터라 선생님이 엄청나게 신경 써서 봉합해 주셨다. 봉합이 끝나면 수면마취가 완전히 깰 동안 한 시간 반 가량 잠시 회복 타임. 첫째 때는 이때 엄청나게 춥고 정신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둘째 때는 왜인지 전혀 춥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했고 남편과 아기사진도 보고 여기저기 출산소식도 알렸다.
수면마취가 완전히 깨고 병실로 이동해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수술한 당일은 누워서 하반신에 감각이 돌아오는 대로 계속 움직여주었다. 발끝에 감각이 돌아오면 발끝을 까딱까딱 흔들고,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면 누운 상태에서 번갈아가며 양쪽 무릎을 들어 올려본다. 허리도 들어 올려 보고,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왼쪽으로 누웠다가 방향을 바꿔서 자꾸 돌아누워도 본다. 주사 진통제에 무통주사까지 들어가고 있어도 아프지만 그래도 자꾸 움직여야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해 본다.
첫째 때는 수술 첫날밤 가만히 누워 밤새도록 아기 사진을 보다가 다음날 소변줄을 단 채로 걸어서 아기를 보러 갔었다. 훗배앓이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둘째 때는 훗배앓이가 있었다. 진통의 3분의 1 강도로 배가 아파서 밤새도록 잠을 거의 못 잤다. 아랫배까지는 건들지도 못하고 그나마 윗배 근육을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살살살 주물렀더니 아침이 되자 괜찮아졌다. 복대에 모래주머니에 소변줄에 오로가 나오는 것을 방지해서 패드까지 깔고 수액에 무통주사 줄까지 주렁주렁 달고서는 혼자 병실 침대 위에서 고군분투했던 밤이었다.
둘째 날
첫날 간호사가 물을 마시라고 말했었는데, 밤새 너무 아파서 물을 제대로 안 마셨더니 소변이 얼마 안 나왔다고 혼났다. 간호사 선생님이 모래주머니도 떼주셨는데, 복대를 푸는 순간 억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팠다. 이제는 몸을 일으켜 볼 때이다. 앉은 상태로 운동을 해보려 했는데 소변줄이 끼여 불편했고 다리가 어마어마하게 붓기 시작해서 앉으면 금방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고 쥐가 났다. 그래도 모션베드의 힘을 빌려 앉는 운동도 하면서 물을 열심히 마셨고 소변줄을 떼니까 그나마 또 살만해졌다.
첫 소변을 보라는 미션을 받았다. 막달에는 방광이 자궁에 눌려서 소변이 끊겨서 나왔고 잔뇨를 내보내려면 아파서 심호흡을 했어야 했는데, 아기가 빠져나간 후의 첫 소변은 오히려 시원했다. 화장실에 걸어가고 변기에 앉을 때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아픔만 견디면 되었다. 저녁쯤에는 주사 진통제를 맞고 수액대를 붙잡고 걷는 연습을 했다. 온몸이 탱탱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첫날 거의 한숨도 못자서인지, 둘째 날은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셋째 날
본격적으로 걷기 연습을 해야 하는데, 수액이 계속 들어가고 있어서인지 다리가 엄청나게 부어서 내딛는 발의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뒤늦게 압박스타킹을 신어봤는데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오는 압박스타킹밖에 없어서 조금 앞으로 당겨서 뒤꿈치부터 종아리까지 오게 해서 신었다. 종아리는 조금 시원해졌지만 발이 트인 부분이 정말 코끼리 발처럼 부어올랐다. 발을 높이 올리고 있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붓기였다.
이제 수액을 너무너무 떼고 싶었다. 등에 꽂혀있는 무통주사는 누워있거나 앉을 때 너무 거슬리고 수액은 팔목 접히는 곳에 꽂아놔서 피가 맺혀 계속 막혔다. 답답했던 각종 수액은 저녁에 다 떼주셨다. 아플 때는 주사 진통제가 가장 효과가 좋아서 아침저녁으로 간호사 선생님께 주사 놔달라고 했는데, 나는 늘 간호사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따로 호출하지 않고 버텨봤다. 진통제 효과가 떨어지면 앉았다가 일어나는데 찌르는듯한 아픔이 느껴졌고 걸어 다니는데도 불붙은 듯이 아파서 잠깐 돌아다니다가 기절하듯이 잠들곤 했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픈 것을 버티고 움직이면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넷째 날
수액이 없으니 먹는 약으로 진통제를 주셨는데 생각보다 잘 들었던 것 같다. 주사 진통제만큼의 효과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견딜만해서 틈나는 대로 돌아다니고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수액에서 자유로워지고 나니 이제는 젖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아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유축을 시작했다. 수유텀마다 아기에게 젖도 많이 물렸는데, 첫째랑 비슷하게 둘째도 태어나자마자 젖을 너무 잘 물어서 또 젖꼭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눈을 질끈 감고 버텨야 할 정도로 젖꼭지에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첫째 때는 젖꼭지 상처가 조리원 첫 일주일까지 오래갔는데, 이번에는 잘 썼던 라놀린크림을 계속 발랐더니 하루이틀 만에 괜찮아졌다.
가슴이 여기저기 뭉치기 시작하길래 가슴마사지도 했다. 수건에 뜨거운 물을 적셔 스팀타월을 만들어서 가슴에 대고 마구 주물러주었다. 수건을 대고 있으니 맨살을 만지는 것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주물러줄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울혈은 많이 풀렸다.
젖몸살에 젖꼭지 통증 때문에 모유수유 또한 고생이지만 장점도 있었다. 젖이 나오고 수유를 하기 시작하니까 부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발의 붓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손의 붓기가 싹 없어졌다. 모유수유가 자궁수축을 돕는다는 말도 정말 맞다. 아기가 젖을 빨 때마다 아랫배가 찡 하면서 아팠는데 자궁이 잘 수축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다섯째 날
퇴원날로 넘어가는 저녁에는 저녁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진짜 기절해서 잤다. 첫째 때도 모유양이 많은 편이었던 나는 초반부터 너무 양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새벽 유축을 하지 않고 그냥 젖을 줄줄 흘리면서 잤다.
Tip
* 하반신 마취가 깨는 대로 계속 움직이기 (발 까딱까딱, 다리/허리 들어 올리기, 돌아눕기 등)
* 누워서 물을 마셔야 하므로 꺾이는 빨대 가져가서 물 많이 마시기
* 훗배앓이 있을 때는 배 근육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살살 배 마사지 해주기
* 압박 스타킹 신기 -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압박 스타킹으로, 발감싸거나 발가락만 트인 것
* 맘스안심팬티 2팩, 마이비데 2팩이면 병원에서는 충분함
* 샤워를 못하므로 파우더시트 같은 것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 산후복대는 배꼽 3cm 아래(자궁 쪽) 상처부위에 맬 것. 위쪽으로 매면 가스 참
* 잘 때는 복대 안 하는 게 좋음
* 라놀린크림 필수, 바르고 아기가 물어도 상관없으므로 수유/유축 후 젖꼭지에 계속 발라줄 것
* 수유 후 30분 금식 - 수유하고 나면 자궁 수축하면서 자궁과 다른 장기들이 골반 속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데, 이때 음식물을 먹으면 장기들이 소화를 시키느라 방해받음 뱃살회복이 잘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