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합의하셨나요?
정말 혼자 가도 될까?
정말, 이 나. 이. 에 혼자 가도 될까?
길치요 방향치인 내가 더구나 해외에서 무사히 지내고 안전히 돌아올 수는 있을까?
다정이 병이고 외로움이 불치병인 내가
3박 4일도 일주일도 아니고,
석 달을 홀로 보낼 수 있을까?
한 달만 갈까?....
"자기야 나 취소할까?" 이제 남편은 대답도 하지 않는다. 잘 할 수 있다고 벌써 몇 번씩이나 응원해주었고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안다. 이제 한번 더 물으면 무르라고 할 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인들은 아줌마 홀로 떠난다고 하기에는 참으로 긴 이 여행을 남편이 진짜 허락해주었느냐고 물으며 신기해했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때부터 남편에게 엄청난 칭찬들을 쏟아부었다.
40대 중반들을 넘긴 나이란.. 아직은 훌훌 자유롭다 하기엔 아이들이 애매하고,
남편들도 아내들의 이런 긴 부재를 거의 합의해 주지 않는 게 어쩌면 더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 지인의 남편 중에 "이야 그 남편 대단하네! 자기는 꿈도 꾸지 마! 나는 자기 없으면 아마 굶어 죽을걸?"
이런 말을 했다고.
그럼 나는? 행운이었다. 실은 우리 집 1호와 2호가 함께 처음으로 그 겨울 몇 달 동안 부재중일 계획이었다. 항상 1호나 2호중 적어도 한 명은 집에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동안은 꿈도 꾸지 못했을 시도다.
이런 행운은 전례 없던 일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내 엄마 인생 통틀어 처음으로 두 아들이 집에 없는 기회가 왔는데 그냥 살던 대로 살기에는 좀 억울하다. 아깝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학연수였다.
그리고 남편의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돈도 들고 위험부담도 있는데다 석달을 오롯이 혼자 지내야 할 남편의 동의가 말이다.('허락'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고집스럽게 쓰지 않는 내가 재밌다!) 하지만 난 남편 잘 만나서 이렇게 응원까지 받고 있었다.
"자기야 아는 언니들이 자기 진짜 대단한 거래.. 그런 남편이 어딨냐며 흑흑.. 고마워 나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성장해서 올게"
"그럼 나 같은 남편 드물지 ㅎㅎㅎ 하지만 자기 나이에 홀로 어학연수를 간다는 생각을 하는 기특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 해도 애초에 아내에게 용기가 없으면 못 밀어주지. 자기가 용기를 낸 거고 난 방해를 하지 않고 응원하는 것뿐이니까 자기가 더 대단한 거야. 그리고 우리 집에 유학파 아닌 사람은 자기밖에 없으니 유학 잘 다녀와ㅎㅎㅎ"(남편은 오래전 90년대 말에 중국에서 2년, 두 아들들은 미국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각각 교차로 2년을 유학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들으니 드라마에 나오는 비 현실적인 대사 같은가?
누가 써준 대사를 읽는 것처럼?
아니다. 우리는 실제 이렇게 대화를 했다. 그대로 여기에 쓰는 것은 혹시 이 글을 보는 부부들이 이렇게 비슷하게 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90일간의 어학연수라는 나의 '위대한 딴짓'은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아니었으면 절대 엄두도 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 후 우리는 석 달 동안, 마치 결혼 전에 중국과 한국을 사이에 두고 했던 국제 장거리 연애시절처럼 지냈다. 참 애틋했었던 그 시절 나의 남자 친구이었던 남편은 중국에서 수업이 끝나면 매일 저녁 기숙사 로비 벽에 매달려 있는 유일한 전화기 앞에 줄을 서서 나에게 전화를 했고,
나는 한국의 회사 사무실 또는 집에서 전화를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 득달같이 달려가 받았다.
세월이 흘러 20년 후 이번엔 내가 외국에 있고 남편이 한국에 있다. 기분이 참 괜찮았다. 약간 애태우는 기분도 좋았다.
더군다나 이제 페이스톡 왓츠앱 등 무료로 할 수 있는 국제통화도구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쿠알라룸프르에서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하기 전 등원 길에, 그리고 저녁 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기 전에 남편을 애태우지 않고(가능한) 페이스톡을 걸어 하루의 안부를 묻고 함께 안녕을 했다.
혹시 부부권태기인가? 다른 염려가 없다면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문가들 의견은? 부부가 떨어지는 기간을 3개월은 넘기지 말라니 그것도 기억하도록!
떠나는 날, 이른 아침 비행기였기 때문에 캄캄한 새벽 동트기 전에 일어났다.
내 키만 한 큰 트렁크를 차에 싣고 드디어 공항을 향해 달렸다.
전 날 밤 잘 자지 못했던 나는 잠깐 차에서 졸아볼까 했는데 갈수록 정신은 또렷해졌고
인천대교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울먹울먹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뻥 터졌다.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휩싸여서 나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얼마 전까지 교사로 일했던 대안학교의 제자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간 맘졸이며 망설이고 준비하던 회한이 몰려오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니면 막상 떠나려니 덜컥 겁이 나서 이었는지, ( 남편과 헤어짐이 슬퍼서 울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단순하게는 설명할 수 없는 의미들이 그득 담긴 눈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마 당분간 나는 내게 조용히 말할 이런 순간이 많아지겠지?)
잊지 말자. 김문영. 따스.
이 여행은 나를 분주하게 하는 모든 것들,
그것이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내가 그것인지 그것이 나인지도 모르고 혹사했던 시간들에 결별을 고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많이 묻고 대답하고 대화를 많이 할 사람이 꼭 나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인정에 갇혀 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러니까 가서 오지랖은 적당히! 새로운 사람 많이 사귀지 말고 '홀로 있기'
그리고 '영어공부' 목표량에 집중하기
오케이?
가자 이제 눈물을 닦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