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이유 있는 '라떼' 이야기
Crayon Shin-chan: The Storm Called: The Adult Empire Strikes Back
애니메이션, 코미디 / 2001년 / 80분 / 15세 관람가 / 일본 / 하라 케이이치
주관적 느낌 위주로 서술한 영화 리뷰. 작품이 궁금하시면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포주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치사하다는 말 한 마디가 수 명의 자라지 못하고 멈춰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도닥인다. 왜요? 너무 높아서 뛰어내리는 게 무서워졌어요? 대수롭지 않은 물음이 담백한 긍정을 이끌어낼 때 이 영화는 말하고자 한 주제를 완성했다.
짱구 아빠의 회상으로 잘 알려진 짱구 극장판 9기는 지브리 못지 않은 스토리 구성력과 소재의 참신함을 자랑한다. 어떤 작품이든 극장판을 만들 때는 뇌절을 하기 마련이라 레퍼토리는 늘 똑같고 주인공은 계속 바쁜 법이다. 그러나 그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극장판 가운데 레전드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꼭 있는 법이다. 코난에서는 베이커가의 망령, 짱구는 어른 제국의 역습이다. 보통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보고 인생을 되짚어볼 기회는 잘 없는 법인데 어른 제국의 역습은 삶에 대해 거듭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해줄 정도로 볼 만한 작품이다.
20세기 박물관은 20세기의 물건과 20세기의 동심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느새 직장에 다니고, 아이를 키우며 지내는 왕년의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었으므로.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자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다움'은 반드시 아이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일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예전을 생각하고 아쉬워하거나 쉽게 갈망하곤 한다. 이미 지나간 시절들이 현재의 아픔보다는 늘 나은 법이다. 늘 돌아가면 더 행복할 것 같고, 신경써야 할 것이 고작 내일의 숙제나 오늘의 점심 따위인 십대 시절은 그때의 고민이나 울음이 제 딴에는 심각했던 것과는 별개로 지금 와선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다. 이러니 자꾸 나오는 소리가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겠는가. 이 라떼 타먹기 신공은 잔소리부터 시작해 요새는 단순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에도 쓰이는 대명사가 되었다. 심지어 이것은 어중간하게 큰 20대, 30대마저 바로 아래 세대에게 써먹는 유서 깊은 기술. 그러나 어쨌든, 시절은 시절일 뿐이다. 말해봤자 돌아갈 수도 없고 그저 그립거나 기억에만 있다는 '그 시절', '나 때'.
그런데 추억하는 그 시절로 정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향수에 젖어 절판된 옛 물건이나 겨우 인터넷 창 너머로 쳐다보는 게 아닌, 타임머신만큼을 탄 것 마냥 리얼한 그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면. 그 그리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최근 유행하는 아날로그 감성이나 레트로풍, 신조어 '키덜트' 등은 아이들 못지 않은 어른들의 감수성을 말해준다. 1세대 아이돌, 어린 시절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불량식품, 옛날 감성의 물건들은 최근에 더 잘 팔린다. 디지털이 사방팔방 널려 생활 전반에 스며든 시대에도 우리는 종이 다이어리를 사고 종이책을 읽는다. 하나에 500원 하던 아바타 스티커북이 5000원에 거래되고 레트로 카페가 인기를 얻는 2021년. TV에서도 그때 그 시절을 쉴 새 없이 입에 올리는 요즘. 나 역시 레트로풍을 찾는 어른의 입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리움의 감성을 보았다.
사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있는 2021년에 우리는 2000년의 감성을 그리워한다. 벌써 21년이나 지났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사랑받을 때만 해도 1997년은 15년 즈음 전 이야기였다. 지금 2005년을 다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움은 대물림되고 반복된다.
-작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