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풀이

빨대눈을 가진 운전기사님

by sunnyback

두 번의 신호등을 통과해야 도착하는

나의 출근길 정류장

녹색불이냐 빨간불이냐


빨간불 90초는 왜 이리 시간이 더디 가는지..


덜덜

새벽 기다림 의자는

엉덩이가 뜨듯해도 너무 시리다


오늘은 조금 일찍 나와

기다림 없이 버스 출입문 통과를 기대하며


첫 번째 신호등을 건넌다

그리고 두 번째 신호등

5초 후면 초록색이다


그 순간 지나가는 나의 버스

마저 남은 2초 신호대기를 기다리고

막 달린다


탈 수 있다

코너를 돌 때 운전기사님은

나를 봤다

뛴다

앞에 버스가 대기 중 버스 뒤에

나의 버스가 멈추면 바로다

혹시 몰라 손도 흔들어본다

"저 여기 있어요"

'그 버스 제가 타려고 뛰어가고 있어요'

10초도 안 되는 시간 이렇게 많은

움직임과 생각이 지나갈 수 있다니...

'나는 탄다'

'나의 버스를..'

그런 기대가 없었다면

나는 뛰지도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기사님은 그냥 멈춤 없이

나의 정류장을 지나가버린다

앞에 멈춤 버스가 있는데...

내가 손을 흔드는데...

정류장에 아무도 없는 걸 본

빨대눈을 가진 버스기사님은

그냥 멈춤 없이 지나가버린다

왜 이리 기사님이 미운지

받아주는 곳이 있다면 신고하고 싶고

미워죽것다

욕 한 바가지가 흘러나온다

그게 뭐라고

엉덩이 뜨뜻한 기다림 의자에서

분을 삭인다


따뜻한 온기는

나의 분을 천천히 녹인다


그리고 나의 버스를 기다린다


그때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리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1초 멈추었다

내가 움직임 없이 멈춤 상태를 유지하며

나는 아니요~

신호를 보셨는지

그냥 출발하려는 버스기사님에게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어본다

멈짓!!!


그리고 달려온 그 누군가는 버스에 오른다

골인~

나의 분풀이 복수 성공!!!!!


다행이다


그리고 웬일?

기다림 판에는 도착예정이 없었던

나의 버스가 멀리서 다가온다


고작 5분 때문에

흥분했구나

나의 여유 없음과

초고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곱씹어본다


나는 언제 여유있는 어른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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