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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n 26. 2024

함께, 같이

나는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는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인문서 『숙론』 중.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풀어주기까지의 과정 등 저자가 직접 숙론을 이끌었던 사례를 담았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5. 20, 28면

난, 신문을 좋아한다.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현관문을 열고 던져져 있는 신문 더미를 확인한다. 신문이 있으면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읽을거리를 확보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시간을 만들어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신문에서 깊이 있는 내용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대강의 감은 잡는다. 문화 예술면은 자세히 읽는다. 책에 대한 소개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신문을 읽다가 예기치 않게 신선하고 상큼한 문장이나 내용들을 발견할 때면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던 식당이 숨겨진 고수의 집이었음을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 정치나 사회, 사람에 대한  실망과 회의가 클 때, 한 줄의 글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희망을 얻을 때가 있다. 이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보람, 글을 읽는 사람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5월의 신문에서 읽은 오늘의 문장이다. 읽는 순간,  얼마나 시원하고 따뜻하고 좋던지. 맞아, 이렇게 사는 게 맞아. 이렇게 살아야 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언제부턴가 어디서부터 잃어버린 지도 아득한  사람 사는 모습을 다시  본 것 같고, 이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에게 내려진 시험이라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 군데로 모여든 아이들,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생각을 모아 함께 헤쳐 나가자고 연합하는 아이들, 소외당하거나 소외시키는 자 하나 없이 동그랗게 모여 앉은 아이들.

경쟁이 아니라 협력,

나만이 아니라 우리,

혼자가 아니라 같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아침잠에서 일어난 토끼가 산속 깊은 옹달샘을 찾아가서 맑은 샘물로 목을 축이고 하루를 살기 위해 뛰어 나가듯,  오늘 나에게 온 시원한 글 하나를 마음에 품고 목말라하는 세상에 한  방울의 샘물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아침의 문장이 나는 참 좋다.


최재천 교수의 <숙론>이란 신간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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