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사랑의 한 표현 방법이고 체온 나눔이고 생환 훈련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한세상 시를 사랑하며 살았다. 시의 목표가 사랑이 아니라면 그런 시는 내게 필요 없는 존재다. 왜냐면 세상은 보기보다 잔인하고 외롭고 힘들기 때문이다. 시는 삭막한 세상에서 상처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를 기념해, 앞서 나온 시집 중 100권의 뒤표지 글을 모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에서. 본래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에 실렸던 글이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4. 30,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