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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24. 2024

시란 무엇인가

시는 사랑의 한 표현 방법이고 체온 나눔이고 생환 훈련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한세상 시를 사랑하며 살았다. 시의 목표가 사랑이 아니라면 그런 시는 내게 필요 없는 존재다. 왜냐면 세상은 보기보다 잔인하고 외롭고 힘들기 때문이다. 시는 삭막한 세상에서 상처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를 기념해, 앞서 나온 시집 중 100권의 뒤표지 글을 모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에서.  본래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에 실렸던 글이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4. 30, 28면.


 정말 시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것이고, 생존하기 위하여 쓰는 것일까. 그리고 시의 최종의 목표는 사랑인가.

마종기 시인의 시에 대한 생각과 정의를 읽으면서 새삼 시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수많은 시인들의 수많은 시에 쓰여진 수많은 말들이 결국은 사랑이었던가.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이리저리 말한 것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줘,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는 지금 이래, 하는 것 아닌가.  

시는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맞다. 시는 상처를 만들거나 헤비는 도구가 아니라 치유하는 도구이다. 삭막한 세상을 그래도 그나마 살 맛 나게 하는 도구가 맞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쓰고 시를 읽는다.


마종기 시인에 대해 잠깐 소개한다.
마종기 시인(1939-  )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의사 시인이다. 생의 대부분을 의사로 살다가 의사로 은퇴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또한 빠짐없이 등장하는 수식어는 디아스포라의 삶이다. 반백 년 이상을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 살았으니 이 또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시인은 은퇴 후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꾸준히 시를 쓰고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신문, 2022.10.12. 요약 발췌)


꽃의 이유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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