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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Oct 23. 2022

용인시와 광주시의 대표 물길, 경안천 여행 - 1편

경기도 경안천 자전거 여행 

깜직한 경전철과 함께 흐르는 경안천 / 이하 ⓒ김종성

경안천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동 문수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경기도 광주시를 거쳐 북쪽으로 흘러 남종면 분원리에서 팔당호와 한강으로 유입하는 국가하천이다. 참고로 국가하천은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 또는 상수원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을 관통하는 하천을 포함하고 있다. 


경안천 길이는 22.5㎞(유로연장 49.5km)이며 금학천·오산천·직리천·중대천·곤지암천 등 10여 개의 많은 동생 지천을 거느리고 있는 긴 하천이다. 


경안천이라는 이름은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京安洞)에서 비롯되었다. 경안이라는 지명은 이미 1700년대 중반 <동국지도>나 <여지도>에 나타나는 오래된 지명으로 역참(驛站)이 있었을 정도로 교통요지였던 곳이다. 경안천은 <대동여지도>에는 우천(牛川),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소내로 기록돼 있어 그 의미와 역사·문화적 함의를 궁금하게 한다.


긴 물줄기이지만 천변길은 급경사 하나 없이 완만하다. 하천이름에 편안할 안(安)자가 들어가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물길이다. 길이 험하지 않고 호수, 도심, 농촌마을, 숲속을 지나가 자전거 타고 하천여행하기 좋다. 경강선 전철을 타고 경안천변에 자리한 경기광주역에 내렸다. 역에 내리자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상쾌한 산들바람, 따사롭고 둥근 햇살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날씨는 하천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이런 계절에 떠나는 여행은 두 글자만으로도 설렌다. 


* 주요 자전거 여행길 ; 경강선 경기광주역 - 경안천생태습지공원 - 청석공원 - 경안시장 -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 - 예직교회 - 와우정사  

경안천변 자전거 길
다슬기 치패를 방류하는 시민들

경안천은 1980년대 초까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고 수영도 즐길 수 있었던 청정하천이었다고 한다. 하천 인근에 축산농가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경안천은 대동여지도에서 우천(牛川)으로 표기될 만큼 일찍이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더불어 물길이 지나는 광주시와 용인시 모두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생활오수와 쓰레기,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낚을 때 하천에 뿌리는 떡밥 등으로 수질이 더욱 악화되었다.


당시 경안천이 겪고 있던 수질악화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게 신문기사들이다. 1989년 8월9일자 경향신문에는 ‘충격의 식수경보, 경안천은 거대한 하수구’라는 기사가 날 정도였다. 2002년에는 수질오염도를 나타내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오염된 물의 수질 표시하는 지표)이 급격히 나빠져 발을 담그기는커녕 4급수인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 돼버렸다.


이를 보다 못한 경안천 지역 주민들이 지난 1998년부터 경안천 시민연대를 발족하고 경안천 살리기 운동에 나섰고 지자체도 다각도로 지원활동을 했다. 광주시와 용인시는 맑고 깨끗한 경안천을 보전하기 위해 천변 친수 공간 조성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광주지역 천변을 지나가다 다슬기 치패를 방류하는 시민들을 만났는데, 다슬기 치패는 퇴적 유기물 및 이끼를 제거하는 등 하천 수질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단다.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과 광동 청정습지

경안천변 생태습지



경안천 습지생태공원(광주시 퇴촌면 정지리)과 광동 청정습지(광주시 퇴촌면 광동리)는 경안천변에 조성된 9개의 생태습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표 습지다. 경안천이 지금처럼 맑아진 데에는 하류에 조성된 수질정화 습지 공이 크다. 물이 있어서 젖어있는 땅, 습지(濕地, wetland)는 물을 기반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성역이다. 습지에서 물은 정화되고, 세상을 맑게 할 신선한 공기가 발생하며 기후가 조절된다.


경안천 생태습지공원은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일대 농지와 저지대가 물에 잠긴 후 자연적으로 습지로 변한 독특한 곳이다. 정화력이 뛰어난 연꽃, 노랑꽃창포, 물수세미, 개구리자리 등의 자연자원으로 팔당호로 유입되는 물을 더 깨끗하게 하고 있다. 


, 여름, 가을에 신록과 갈대가 어우러지는 경안습지생태공원은 일 년 내내 온갖 철새가 노니는 장소다. 천연기념물 철새 고니의 월동지로 잘 알려져 있다. 산책로가 나있는 습지 공원을 거닐다보니 청정하고 그림 같은 풍경에 발길이 오래 머물게 된다. 마치 스스로 숨을 쉬는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 학습장이 된 생태습지

광동인공습지는 하천의 정화기능 외에도 시민들의 생태관찰이나 휴식공간이 되어주는 요긴한 공간이다. 탐방로를 비롯해 어류서식처, 조류관찰대 등 자연을 직접 체험하여 느낄 수 있는 학습장 역할을 하고 있다. 갈대, 부들, 달뿌리풀, 고마리, 수련, 노랑어리연꽃, 꽃창포 등의 다양한 수생식물과 이끼처럼 물에 떠있으면서 수질을 향상시키는 '마름'이라는 수생식물도 알게 됐다. 넉넉한 자연의 품속에서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여유롭고 고즈넉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그리고 더 느리게 걷고 싶은 곳이다.


공원 안내판을 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가마우지, 황새, 천둥오리, 검둥오리, 큰불해오라기, 쇠물닭, 까치, 휘파람새, 비둘기, 꿩, 왜가리, 원앙 등이 산다. 생명과 동물을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기쁜 선물은 다름 아니라 동물이 모습을 드러내주는 순간이구나 싶은 곳이다.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세상 어떤 노래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동물의 의사소통 매커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새들의 노래는 듣기에는 매우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정작 그 의미는 지극히 단순하고 한결같단다. 새들 세상에서 노래는 거의 예외 없이 수컷이 부르는데 종마다 제가끔 곡명은 달라도 모두 "나랑 결혼해주오~" 즉 사랑의 세레나데다.

경안천의 대표 수변공원 청석공원
오일장터를 품은 경안시장

지암천과 금학천 외에도 번천 목현천 직리천 오산천 상미천 신원천 신대천 금어천 대대천 양지천 등 모세혈관 같은 10여 개의 지류들이 경안천을 향해 흐른다. 작은 마을마다 자리하고 지천으로 하나하나 들르고 싶은 정다운 물길이다.


경안천과 목현천이 만나는 곳은 광주시의 중심부다. 광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청석공원과 문화시설인 영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광주종합터미널과 경안시장도 있어 경안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산책하는 시민들이 먹이를 주고 낚시가 금지된 덕택에 청석공원 다리 아래 경안천에는 성인 남성의 장딴지만한 잉어들이 마음껏 유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왜가리와 중대백로들의 깃털이 윤기 있고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는데 풍성한 먹거리 덕분이었다.


경안시장은 조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경기도 광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며, 경안시장과 오일장으로 구분된다. 광주 지역은 한양과 인접하면서 삼남지방과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번성하였다. 경안시장은 상설시장이고, 경안장은 5일마다 열리는 정기시장이다. 오일장터엔 상설시장이나 일반시장에서 보기 힘든 노점상들이 나와 장터를 북적이게 한다. 텃밭에서 기른 여러 채소를 가지고 나온 농부에서 맷돌로 곡식을 갈고 있는 할머니까지 다채롭기도 하다. 


노점상이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그 의미가 새삼 묘하다. ‘길 로(路)’가 아닌 ‘이슬 로(露)’다. 이슬을 맞으며 고달프게 장사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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