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출근은 나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졸업반이 됐을 때부터 직장생활을 동경하게 됐다. 그저 당당하게 출근하는 직장인이 멋지게 느껴졌다. 하지만 행정학 전공자인 나는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지원할 회사가 없었다. 이마저도 최종면접에서 늘 탈락했다. 암담한 나날이었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 대학 4년을 찬찬히 돌아봤다. 학원 아르바이트, 과외, 강연 동아리 활동, 시각장애인 센터 멘토링 등 교육 관련 활동을 주로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지식을 공유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취준생 시절 대치동 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일했다. 보조였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평판이 꽤 좋은 편이었다. 어느 날 대표가 다른 회사와 동업해 초등논술사업을 구상 중인데, 초등부 강사를 하면 잘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 일한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교육회사와의 미팅에 대표가 나를 데리고 나갔다. 무슨 자리인지 몰랐다. 부담 없이 교육에 관한 생각, 관심 사항 등을 이야기했다. 다음 날 회사 관계자에게 나를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비슷한 자리였다는 걸 알았다. 얼떨결에 이뤄진 첫 취업이었다.
설레던 첫 출근길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부랴부랴 옷을 샀다. 작은 엄마에게 가방도 선물 받았다. 낯선 옷차림, 설레는 기분, 모든 게 새로웠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한강도 반짝반짝 아름다웠다. 대학 시절 바라볼 때와 사뭇 달랐다. 드넓은 한강만큼 내 미래도 밝게 느껴졌다. 이른 시간 지하철을 꽉 채운 사람이 모두 동료 같았다. 더 나아가 인류애까지 커졌다.
출근하자 같은 팀 부장님이 내 자리로 안내해줬다. 이미 컴퓨터도 설치돼 있었다. 갑작스러운 내 발령에 부장님이 퇴근도 미루며 설치했다고 말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평소 어른들이 제 밥그릇은 타고 난다고 말했다. 믿지 않았던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갑작스레 새로운 길이 열렸다.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또다시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길은 가까운데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먼 데서 구한다.” 어쩌면 우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가까운 길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다음 출근길은 어디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