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에게 봄은 차를 만드는 계절이다. 길거리의 앙상한 나무들이 초록색 코트를 입기 시작하면, 녹차밭에도 어린 새싹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양력으로 4월 중순이나 5월 초에 날짜를 정해 다원에 모인다. 보통 아침 7시부터 채엽을 시작하는데,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 매니큐어라던가 향수, 진한 메이크업은 하지 않고 모이기 때문에 그 날은 서로의 민낯을 보는 날이기도 하다.
찻잎을 따는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머리 위로 올라온다. 그러면 우리는 잠깐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수제 녹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전체 제다과정을 지휘하는 선생님부터 막내까지. 차를 만드는 모두가 두건을 두르고 앞치마를 입은 후 장갑을 여러 겹 끼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솥을 달구어 찻잎을 빠른 속도로 덖어낸 후 손으로 비비는 작업을 반복했다. 가공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번에는 시원한 그늘 아래서 말리다가 솥에 덖는 작업을 여러 번 했는데, 그러다 보면 산처럼 쌓여있었던 싱싱한 찻잎은 쭈글쭈글하고 바삭한 녹차가 되어 소쿠리에 남아 있게 된다.
처음에 수제녹차를 만들 땐 수확한 잎에 비해 완성된 차의 양이 너무 적어서 당황했다. 그러나 녹차를 몇 번 만들다 보니 그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를 만드는 농민들이 왜 이파리 하나 찻잎 조각하나 아깝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정말 차는 기르고 만든 정성에 비해 손에 얻는 결과물이 적다.
수제녹차는 보통 '덖음-유념-건조' 이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살청이나 유념의 횟수는 조금씩 다르지만, 찻잎이 부서지지 않도록 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 덖음 : 찻잎 속의 효소 성분을 억제하는 방법 중 하나. 350~400도 정도의 뜨거운 솥에 찻잎을 넣어 덖는 작업을 말한다.
- 유념 : 찻잎을 부드럽게 비비는 작업을 말한다. 찻잎 내부와 외부의 수분 균형을 맞춰준다.
- 건조 : 찻잎을 넓게 펴서 건조하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 그늘에서 시원한 자연바람에 찻잎을 건조하기도 하지만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