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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살로니가전서 2장을 필사하다가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by Sunny Sea

2월 들어 영시와 명언에 푹 빠져 있느라 1월 말 다시 시작했던 성경 필사가 다시 보름 동안 방치되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여러 가지를 루틴으로 하기는 어렵다.


특히 새로운 길을 가려할 때는 로버트 프로스트가 시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에서 말한 것처럼 두 갈래 길에서 충분히 'long I stood'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럴 때마다 그동안의 루틴을 잠시 내려놓고 몰입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각조각의 시간과 루틴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마음에 강하게 뭔가가 찾아왔을 때는 그 부름에 잠시 몰입하여 충분히 고민하고 경험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매주 주일 예배에 출석도 중요하지만 1박 2일 또는 며칠간의 수련회에서 얻는 것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몰입되느라 밖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뉴 아티 작가팀 작가 중 한 분인 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주욱 살피며 눈에 띄는 글 몇 개를 읽고 공감 버튼과 댓글을 달았다. 영어교사 출신으로 퇴직하여 살고 계신 이야기를 담은 이야긴데 내가 지금 준비 중인 한국어 강사 이야기며 하브루타 강사 이야기 그리고 영어 책 필사 모임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탈무드를 필사하기 시작하여 어린 왕자까지 세 권을 필사하셨다는 이야기를 읽다가 올해 1월 말 다시 시작하여 하루만 필사하고 덮어둔 나의 성경 필사 노트가 문득 생각났다.


생각났을 때 하지 않으면 오늘도 결국 패스하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재빨리 성경 책과 필사 노트를 꺼내놓고 볼펜으로 성경구절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신약의 마태복음부터 필사해 오던 노트인데 오늘은 데살로니가 전서 2장을 필사했다.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 교인들의 신앙을 세워주기 위해 쓴 편지이다. 데살로니가전서 2장 7절부터 3장 2절까지 필사했다.


필사하면 그냥 눈으로 읽거나 귀로 들었을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고 또 다른 깨달음이 온다.


이러므로 우리가 하나님께 끊임없이 감사함은 너희가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가운데서 역사하느니라.

(데살로니가 전서 2장 13절)


흔히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 이 성경 구절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하는 설교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알고 무조건적으로 아멘 하라고 종용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러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자기 의를 나타내려 하거나 자기 논리를 공고히 하고 성도들로 하여금 이견을 제시 못하도록 하기 위해, 또는 정치적인 목적이나 사욕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악용하는 사례들을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목도한 나는 이 말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진 자가 주의할 것은 하나님으로 인해 높임 받을 때 마치 자신이 하나님이 된 양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이용해 자신을 높이고, 자신의 인간적인 죄와 욕심의 실체를 가리는 도구로 전락시켜 쓰는 일이 이미 만연해져서 많은 교회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전하든 로고스 말씀을 레마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은 은혜다. 순전한 마음으로 받아 삶에 실천할 줄 아는 것도 큰 복이다. 다만 베뢰아 사람들처럼 그 말씀이 정말 그러한지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적용한다면 이러한 악한 영의 교묘한 속임수와 술수에 쉽게 넘어가거나 넘어지진 않을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냥 당연한 듯 구태의연하게 여겨왔던 신앙의 한 영역을 의도치 않게 후벼 파내어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하셨다. 당연히 복이라 여겼던 부분들에 대해 깊이 의심해 보는 시간들이었고 아팠고 힘들었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다시 나와 주변을 보듬으며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제자리에 놓는 작업 중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의 말로 의심하지 않도록 무한한 신뢰감과 사랑을 함께 묶어서 줄 사람을 가다리면서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바른 사랑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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