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와 니코마코스

- 일상의 조각(Chunk)이 행복의 기능을 되찾기까지

by Sunny Sea

나사와 니코마코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를 나란히 붙여본 이유는, 내 손안의 작은 나사 하나를 제대로 조이는 정성이 곧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의 시작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니코마코스 윤리학』 책 표지를 바라보며 조립하다 멈췄던 북트롤리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작은 나사 하나가 불량이라 거대한 가구 조립 전체가 중단되었고, 저는 그 멈춤의 순간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깊이 사유했습니다.


행복의 조립법:불량나사와 완벽한 청크(Chunk)사이 https://brunch.co.kr/@sunnysea/367


예기치 못한 '짜잔!', 다시 움직이는 일상

고객센터에 불량 나사를 요청하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던 중, 제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편이 어디선가 규격에 맞는 나사를 구해와 말도 없이 조립을 끝내 놓은 것입니다. 퇴근 후 마주한 이 완성된 북트롤리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곤란해하던 지점을 묵묵히 지켜보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애쓴 남편의 마음이 깃든 '선물'이었습니다.


< 남편의 배려로 제 자리를 찾아 빛나는 우드 북트롤리. 작은 장애물을 넘어선 기쁨이 가득합니다.>


생활 속의 CHaT: '기능(Ergon)'을 회복하는 탁월함


저는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CHaT 학습법의 'C(Chunk, 청크)'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삶은 수많은 의미 덩어리인 청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청크는 저마다의 '기능(Ergon)'을 가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존재는 제 기능을 다 할 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나사의 기능이 '두 물체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듯, 인간의 기능은 '이성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불량 나사 때문에 멈춰버린 트롤리가 '기능 상실'의 상태였다면, 남편의 도움으로 완성된 모습은 비로소 '기능을 회복'하여 탁월함(Arete)에 이른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만났을 때 이를 '청크'로 쪼개어 들여다보는 인내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막혀 있는 그 나사 하나를 세밀하게 살피고 수정하는 과정이 결국 전체의 기능을 살려내기 때문입니다.


<작은 조각(청크) 하나를 잘 다듬어 전체와 어울리게 하는 작업은 교육과 인생 모두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기대를 넘어선 배려와 나눔의 상징


오늘 드디어 고객센터에서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저 불량이었던 나사 '한 개'를 기대했는데,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나사 '전체 세트'가 정성껏 들어있더군요. 이미 남편의 도움으로 트롤리는 완성되었기에, 저는 이 나사 세트의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기대를 넘어선 넉넉한 배려. 이 나사 세트는 이제 제게 단순한 부품이 아닌 '나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능동적인 기다림과 따뜻한 손길이 만드는 조화


우리의 일상에서도 혹시 헐거워진 나사 하나 때문에 멈춰 서 있지는 않나요? 그럴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막혀 있는 내 안의 청크(Chunk)를 직시해야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 애쓰며, 때로는 온전한 부품이 도착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자기 정돈'의 시간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능동적인 기다림의 시간 속에 타인의 따뜻한 '도움의 터치'가 닿는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홀로 감당하기 힘든 무게라면,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기보다 용기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또한 행복을 주체적으로 조립하는 실천적 지혜(Phronesis)의 일부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 따뜻한 '나사 하나'가 되어주는 일입니다. 타인이 막혀 있는 청크를 발견하고 조용히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손길이 된다면,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최고의 행복, 즉 '공동체 안에서 함께 빛나는 탁월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오늘 당신이 정성껏 조인 그 작은 나사 하나가, 누군가의 멈춰버린 삶을 다시 기쁘게 굴려가는 기적의 시작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38년 차 영어 교사이자, 삶의 조각들을 정성껏 조립해 나가는 'Edu Sunny'입니다. 덩어리 지식(Chunk)을 나누고(Havruta), 시각화(ThinkWise)하는 CHaT 학습법을 통해 일상 속 고전의 지혜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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