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에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가 만들어졌습니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본 것이죠.
외로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고립입니다. 주변에 함께할 사람이 없고,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외로움입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또 다른 하나는 정서적 외로움입니다.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마음을 나눌 수 없다고 느낄 때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겉으로만 관계를 유지하며 지낼 때 이런 외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외로움은 점점 더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죠. 외로움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변화가 특히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의 한국 사회는 지금처럼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웃과 자주 어울리고, 함께 밥을 나누며 서로 도우며 살았지요. 1990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이 흔들리면서, 사회 전체가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기보다 경쟁하고 비교하게 되었고, 그 결과 공동체는 점점 약해졌습니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외로움은 더 깊어집니다. 보통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데, 그런 관계가 깨지면 마음 깊은 곳까지 허전해지고 불안해지거든요. CNN은 “한국인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관계가 끊어지면 외로울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까지 겪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그중 하나가 반려동물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가구의 28.2%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나 노년층, 결혼하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의 비율이 높습니다. 2024년 10월, 뉴욕 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이 반려견에서 동반자를 찾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은 이제 집안의 식구이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혼자 먹는 밥도 반려동물이 옆에 있으면 덜 쓸쓸하고, 산책도 혼자 걷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게 훨씬 즐겁습니다. 사람 사이의 빈자리를 동물이 채워주며, 새로운 형태의 유대가 생겨난 셈이죠.
이 변화는 ‘개모차’라는 흥미로운 현상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개모차는 ‘개’와 ‘유모차’를 합친 말인데, 반려견을 태우는 유모차를 뜻합니다. 요즘은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거리나 공원을 걷다 보면 아기 대신 강아지가 편안히 앉아 있는 유모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외로운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위로와 유대를 찾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물론 반려동물만으로 외로움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외로움 없는 서울’이라는 이름의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 간의 연결을 다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