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썬 Feb 13. 2024

아니 밸런타인데이에 이럴 일인가?

미국 초등학교의 밸런타인데이 문화 + 선물 포장 꿀팁


1월 한 달 동안 학교를 보내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예상치 못한 유인물을 한 장 받았다.


Valentine's Day Class List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반 전체 학생들의 이름과 선생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체 이게 뭐지 싶었고, 뒤이어 온 선생님의 메일에는 뭔가를 가져오려면 반 아이들 전체에게 줘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사실 마트의 초콜릿이나 인형들을 보고 이상하다 싶긴 했다.

기껏해야 한 구석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큰 마트의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그래도 나는 생각했다.  

'초콜릿은 좋아하는 사람한테나 주는 거 아닌가? 게다가 상술에 놀아나는 걸 학교서 가르치네. '


물론 나도 이 날을 무조건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다.

매년 내가 좋아하는 상사, 남편의 회사 동료 여직원들을 위해 초콜릿을 준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부모 돈과 정성으로 점철된" 이런 건 좀 아니지 않나......



불편했다.

뭔가를 가져오라고 종용하는 느낌이어서.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 엄마들은 특히 담임 선생님께는 밸런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만큼은 선물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7살까지 다녔던 회사 어린이집에서는 오랜만에 놀러 오신 할머니가 선생님들 고생하신다고 드린 빵집 롤케이크도 받지 않으셨다.

물론 어린이집의 경우는 다른 곳도 있기는 하더라마는 초등학교 이후는 더 엄격해지는 게 상식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대놓고 주는 문화라니.


미국은 그렇단다.

그래? 그럼 따라야지 별 수 있나.

나는 제일 쉬운 선택을 했다.


'미국은 밸런타인데이가 고백을 하는 날이 아니라 화이트데이도 없다, 그저 모든 이가 함께 즐기는 행사 같은 거다'라고 세뇌했다.



자 그럼 어떤 걸 준비하지?

당연히 초콜릿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알레르기 천국 미국에서는 선생님께서 보통 미리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특정 성분(너트, 계란 등)이 들어있는 구디백은 안된다고 알려주신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아예 음식을 금지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 반에서는 음식 금지 공지는 없었으니 나는 작은 초콜릿과 비틀스 샀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위한 큰 초콜릿도.

작은 문구류도 넣어주는 게 좋다고 해서 Target에서 연필을 사고, 한국서 가져온 지우개도 넣었다.

아이는 색종이를 접고 편지를 썼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이럴 때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더 사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소 포장지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 번 쓰고 버릴 거라고 애써 외면했다.

(근데 미국인들은 이 한 번 쓰고 버릴 것들에 참 많은 돈을 쓰는 것 같긴 하다.)

밸런타인데이 리스트 & 아이와 준비한 선물


20개가 넘는 구디백을 완성하고 나니 어쨌든 뿌듯했다.

선생님께 편지는 내가 써야 하는지 아이가 써야 하는지 고민하다 둘 다 썼던 것 같다.


참, 선생님께는 저 초콜릿에다 기프트카드(타겟, 아마존, 홀푸드마켓, 스타벅스 등 종류가 많다.)를 드렸다.



아직 입국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꿀팁을 드린다.

바로 '보자기'를 사 오는 것이다.


나 같은 똥손도 쉽게 모양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한국적이다.

여기에 다이소에서 파는 한국 전통문화가 풀풀 풍기는 카드까지 함께 사 온다면 금상첨화.


나는 인터넷에서 색별로 보자기를 사 왔다.

비싸지 않고 부피도 크지 않다.

그래서 이걸 선물드릴 때 계속 활용하고 있다.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소개했는데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이기도 하다.


선생님을 위한 보자기 포장



밸런타인데이와 학습을 연계시켜서 수업을 하기도 하더라.


우리 아이 학년 전체는 '둘레(Perimeter)/면적(Area) 개념 + 밸런타인데이 + 재활용'을 엮어서 밸런타인데이 선물 담는 용기를 만들었다.

아이는 내가 알 수 없는 포켓몬(이라 쓰고 괴물이라 읽는다.)으로 꾸며진 신발 상자로 함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그걸 설명하는 자료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거창하게 설명하면 통합 수업이겠지만 내 눈에는 밸런타인을 나타내는 건 하트 밖에 안보이더라. 하하하

밸런타인 연계 수학 수업 결과물



작년 밸런타인데이에 아이가 받아온 선물들이다.

어른들 눈에는 조잡스럽기만 한 문구류와 몸에 좋지 않은 군것질거리가 가득이었다.   

밸런타인데이에 학교에서 받아온 것

하지만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받아온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편지도 있어서 놀랐다.


올해는 아파트 Leasing Office에서 주최한 가족 밸런타인데이 페인팅 수업도 참여했다. 

아파트 문에도 장식하는 이 의지!

'이 사람들 정말 진심이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