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카가와현 "마사오카", 인천 송도 "야끼화로"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입에 침이 고입니다. 선홍빛의 고기가 불의 기운을 담으면 지글지글 익으면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냅니다. 굽기가 절정에 다다른 고기는 자신이 최상의 상품임을 과시하며, 최대한 빨리 자신을 먹어치우라고 재촉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우리는 불에 익은 고기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입안의 향연에 덧없이 빠져듭니다.
1) 우리는 왜 일본의 야키니쿠에 끌리는가?
구운 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애착은 일본을 여행하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일본여행이 일정 수준 쌓여가는 여행자들은 어느 순간, 일본의 야키니쿠를 먹어보고 싶어 합니다. 한국에서 즐겨먹는 구운 고기를 일본에서는 어떻게 먹는지 그리고 어떤 맛인지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야키니쿠에 끌리는 이유는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구운 고기를 일본인도 그들의 방식으로 즐기기 때문입니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른 문화적 차이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임에도 구운 고기는 양국이 모두 즐기는 음식입니다. 우리는 구운 고기를 대하는 일본인의 방식과 그것의 맛이 궁금한 것입니다.
2) 일본의 야키니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신라가 3국 통일의 위엄을 달성하기 위해 파란만장한 전쟁을 겪고 있던 한반도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덴무天武 덴노가 칙서를 내려,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 다섯 종류의 가축의 살생과 식육을 금지했다. 이 육식 금지령은 무려 1,200년간 유효하게 지속되었는데 일본의 덴노가 육식 금지령을 해제한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2년에 와서의 일이다.
출처 : 박용민 지음, 『맛으로 본 일본』, 헤이북스, 2014, 67 ~ 68쪽 참조
일본은 전통적으로 육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식문화에서 육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야키니쿠 또한 마찬가지인데 현재 일본에서 즐기고 있는 야키니쿠는 전후 일본 내의 한국인들에게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버렸던 소나 돼지의 내장을 구워 먹던 것에서 시작한 현재의 야키니쿠는 결국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일본에서의 구운 고기였습니다.
3) 일본의 야키니쿠 -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지난번에 처갓집을 갔을 때, 일본의 가족들은 카가와에서 유명한 야키니쿠 집을 방문했습니다. 제대로 일본의 야키니쿠를 경험하고자 했던 사위의 뜻을 알고 있었던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사위가 오면 야키니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을 방문하고자 했습니다.
샤부샤부와 야키니쿠를 취급하는 고기 전문점 "마사오카"는 정육 식당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한국의 정육 식당처럼 "마사오카"도 처음에는 정육 식당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고기를 취급하고, 판매하는 "마사오카"라면 일본의 야키니쿠를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는 고급 고깃집으로 변모한 "마사오카"에서 우리 가족은 패밀리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5명이서 먹어야 했기에 세트 메뉴가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문한 패밀리 세트는 소의 갈빗살과 안창살, 닭의 허벅지살, 돼지의 안심살 그리고 모둠 소시지와 각종 야채로 구성된 메뉴였습니다. 말 그대로 고기를 종류별로 먹어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메뉴였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야키니쿠 집들이 숯불을 주로 사용하였지만 현재는 가스식의 열원을 많이 사용합니다. 고기를 먹기 좋게 잘 익혀주면서도 수분을 적당히 흡수하는 일본의 가스식 화로에서 고기를 구우면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고기가 나오기 전에 테이블이 세팅되면서 타레(고기 찍어 먹는 소스)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쌈장이나 된장 또는 기름장이 세팅된다면 일본에서는 타레가 한국의 쌈장처럼 세팅이 되고, 폰즈는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되었습니다.
주문했던 패밀리 세트가 나왔고, 모둠 소시지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각종 고기가 나왔습니다. 서빙된 구이용 채소의 구성도 독특했는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양배추와 당근, 옥수수 같은 채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상추나 깻잎과 같은 쌈거리가 세팅되었겠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기본 세팅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우리는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베이직 계란 샐러드와 아보카도와 생햄의 시저 샐러드를 주문하니 테이블은 훨씬 풍성해졌고, 부족하게 느껴졌던 채소에 대한 보충도 이루어졌습니다.
소시지와 채소를 굽는 것에서 시작하여 닭고기를 먼저 구워서 먹었습니다. 야키토리(구운 닭고기)는 주로 꼬치의 형태로 많이 먹는데 화로에 야키토리를 구워 먹는 느낌은 조금 색달랐습니다.
그리고 연속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구워서 먹었습니다. 모두가 적당히 양념이 되어 있는 고기였고,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는 고기는 일본만의 정체성을 가진 풍미를 발산하며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패밀리 세트를 다 먹어갈 때쯤, 우리는 소곱창을 추가적으로 주문했습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양념이 되어 있는 소곱창을 구워 먹는 느낌은 특별했습니다. 일본에서 일본식으로 먹는 소곱창이니 …, 왠지 모르는 기대감이 올라왔습니다.
펑퍼짐하게 늘어져 있던 소곱창은 불판에서 익으며, 점점 쪼그라들었습니다. 접시 한가득이었던 소곱창은 불판 위에서 한없이 작아졌습니다. 그러나 맛은 최고였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곱창은 머금은 기름을 입안에서 팡팡 뿜어내며, 어떤 것도 따라올 수 없는 곱창만의 매력을 발산하였습니다.
일본의 소곱창은 한국과는 다르게 곱창 안의 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신선한 소곱창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곱창의 곱을 일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곱보다는 대창에서나 볼 수 있는 지방 덩어리를 중시해서 소곱창임에도 마치 대창처럼 지방 덩어리를 제거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간을 한 대창을 주문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잘라진 대창이 제공되었습니다. 잘라진 대창을 불판에 올리니 대창의 지방 덩어리가 점점 부풀며, 맛있는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입안에서의 대창은 한국에서 대창을 먹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맛이었지만 일본에서 먹는 대창은 느낌이 달랐습니다. 제공되는 대창의 모습에서부터 나타나는 작은 차이는 같은 것을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장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4) 한국의 야키니쿠 -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국은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발달된 나라이기에 사실 한국에서 일본식의 야키니쿠를 먹지 않아도, 맛있게 구운 고기를 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본의 야키니쿠를 경험했고, 그 경험이 훌륭했던 사람이라면 그때의 그 맛을 한국에서도 즐기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방식의 구운 고기가 아니라 일본의 맛과 특징을 가진 일본의 야키니쿠가 말입니다.
일본의 처갓집 방문 이후, 한국에 돌아온 우리 부부는 쉬기 위해 1박 2일로 인천 송도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을 물색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식당이 "야끼화로"였습니다. 고기가 당기던 그날, 한국식이 아니라 일본식의 야키니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야끼화로"는 지난 일본에서의 야키니쿠에 대한 만족스러운 기억을 회상하게 만들었고, 우리를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입장하도록 하였습니다.
평일의 퇴근시간, 이미 "야끼화로" 송도점의 내부에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인천 송도에는 다른 한국식의 고깃집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식의 야키니쿠를 많은 손님들이 찾는 광경은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야끼화로"의 고기는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고급 고깃집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고깃집의 가격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인 야끼세트를 주문하였습니다.
"야끼화로"의 기본적인 열원은 숯불 화로였습니다. 고기를 숯불에 굽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일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로를 사용해서 일본의 야키니쿠 먹는 느낌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고기도 일본식으로 양념이 된 고기를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야키니쿠 맛을 살렸습니다.
그러나 고기와 함께 먹으라고 제공되는 반찬류 등은 한국의 여느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를 먹는 동안 일본식의 야키니쿠를 먹는 것 같으면서도 한국의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듯한 느낌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왠지 짬뽕된 느낌이랄까 …, 동시에 일본식과 한국식의 경험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야끼화로"의 고기는 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일본식으로 양념이 된 고기는 입맛에 맞았습니다. 고기가 당기던 날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특별난 것도,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없는, 고기로 배를 채운 무난한 저녁 식사였습니다.
"야끼화로"를 통해 한국에서 경험한 일본식의 야키니쿠는 그다지 일본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야키니쿠에 대한 문화적 우위가 우리에게 있다는 듯, 일본식을 표방한 한국의 야키니쿠는 한국 구운 고기의 문화적 바탕 위에 일본이라는 느낌을 살려주는 정도였습니다.
5) 야키니쿠, 어떻게 즐길 것인가?
우리의 구운 고기를 일본에서는 '야키니쿠(やきにく)'라고 표현합니다. 글자도, 발음도 다르기에 많은 부분에서 다른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같은 것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나라의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야키니쿠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런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인간은 본능적으로 구운 고기에 끌릴 수밖에 없는데 왜 일본식 야키니쿠가 끌리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와 다른 차이를 경험하고,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고기를 구워 먹는지 그리고 그 고기의 맛은 어떤지 …, 우리는 궁금하기에 일본의 야키니쿠를 찾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