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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라이즈 SUNRISE Sep 19. 2024

더 이상 도피를 목적으로 제주여행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주여행이 지닌 진정한 의미


고등학교 시절 오로지 '인서울'이라는 사회가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시원에 살면서 공부만 열심히 했다. 20대 초반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서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경험을 얻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 불안함이 겉으로도 아주 잘 드러났는지 'A야, 너는 내 주변 사람 중에 걱정이 제일 많은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사회가 정해준 대학과 취업이라는 퀘스트를 깬 20대 후반의 지금은 어떨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는 단계에 와있다. (이 단계를 마주하는 시기는 물론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과거 경험'에 비춰보는 것이다.



나는 제주로 '도피'하는 걸 좋아했다

2017년 이맘때에도 나는 제주로 ‘도피’했었다.
'도피처'逃避處
도망하여 몸을 피하는 곳

22살 친구와 처음 제주여행을 다녀온 뒤로, 대학 시절 내내 제주도를 모험하듯 혼자 자유롭게 여행했다. 서울에서는 버스가 2분만 늦어져도 답답한데, 신기하게도 제주에서는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괜찮았다. 주변 풍경이 워낙 예쁘니 1시간 넘게 걷는 것조차 즐거웠다.



듣기 싫은 수업을 출튀하고 제주행 비행기를 타버리거나,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이면 제주로 '피신'을 왔다. 어쩌면 현실에서 도피하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나에겐 제주 여행이었다. 섬의 특성상 기존 환경과 관계를 물리적으로 끊어낼 수 있고,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자연공간이 가득했다. 일상에서 행위하는 독서, 과제, 업무 등을 하더라도 제주에서는 완전히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었다. 해외와는 다르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위험이 적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거나 치안에 대한 걱정 따위 없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점도 겁이 많은 나에게는 최대 장점이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9월이 가장 바쁘다. 작년 9월에도 역시 거의 50일 간, 밤낮 주말 가릴 것 없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바쁨 속에 꽉 막혀 살았다. 야근은 물론 주 7일 출근에 무수면 28시간 근무까지 하면서 '아 이건 진짜 아닌데... 서울살이 X힘드네'라는 생각과 동시에 제주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제주에 오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는 서울 생활로 얻은 것임을 안다) 그런데 문득, 도피나 피신을 목적으로 제주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주는 내가 꿈꾸는 삶의 모양을 선명하게 해준 곳

모든 자연이 아름답지만,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자연이 있다


제주도는 도피처일까? 이제는 아니다. 제주는 내게 단순히 '현실을 피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돌이켜보니 제주를 갈 때마다 자연을 온전히 감각하고 바라보며 삶이 풍요로워지는 순간들을 만났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추구하는 삶의 모양이나 취향이 선명해지기도 했다. 내가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잔잔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모양의 바다를 좋아하는지 등... 제주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


쉬는 방법은 정말 많다. 서촌에서 한옥 게하를 갈 수도 있고, 한강공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어도 되고, 이불 속에서 넷플릭스를 봐도 되고, 동해를 걸어도 된다. 하지만 지하철과 차량으로 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제주로 혼자 떠나면 쉼의 차원과 만족도가 달라진다. 공간적으로도 관계적으로도 혼자가 되는데, 익숙한 공간이 아니니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함께 온전히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꼭 제주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쉼터를 하나쯤 가져보기를 바란다.




제주 버스를 기다리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했다



제주에 대한 첫 글을 마치며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무려 4년 동안 노션이나 공책 등 나만 볼 수 있는 곳에 글조각들을 쌓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그 조각들을 정돈하고 엮어서 세상에 내어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주로 제주에서 떠오른 이야기 혹은 제주 덕분에 선명해진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제주여행 당시 메모해둔 글이자 두고두고 떠올리는 다짐이다.


꿈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갭이 클수록 불행해진다. 꿈만 크게 꾸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을 보며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나도 저렇게 살면 좋을 텐데' '부럽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삶. 그게 최악이다. 지금까지 내가 그랬다. 꿈이 있다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담대한 한 발자국을 내디뎌야만 하는, 이제는 그런 실행력과 변화가 필요한 때였다.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이나 돈만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세상에도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쓴 기록들이 모여, 내가 된다.


제주 여행기와 추천 코스가 궁금하다면 블로그로▼

https://blog.naver.com/sunrise_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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