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꿈이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제주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놀멍쉬멍 제주를 여행 중이다. 많이 하지 않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핵심이다.
오늘은 다이빙 없는 날이니 뭐 할까 어제부터 적당한 놀거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제주 여행도 테마별로 하는 추세라고 하면서 최근 여행 책자는 주제별로 잘 정리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이 가는 것이 제주에 있는 독립서점/동네책방에 대한 정보였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난무하고 관념적인 책을 안 본 지 오래되었지만 가벼운 독서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를 위한 선택지도 무궁무진해서 서점 가는 것을 여전히 좋아라 한다. 그래서 꼭 한 곳은 가보자 했다.
다 가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서점들이 제주에도 많더라. 우선 서귀포시 내에 있는 서점 중에 도심급행버스(500번)로 갈 수 있는 곳이 있어 그곳을 선택했고 오늘 브런치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책방 주인의 소담스러운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이 서점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림책을 좋아해서 그림책이 많다는 설명을 보고 마음의 절반을 이미 빼앗겼고 위치가 서귀포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도심급행버스로 30분 거리에 있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방이름 : 북타임(BOOK TIME) 주소 :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 160
길 모퉁이를 돌아서니 책방이 보인다. 키 작은 대문을 지나 서점으로 들어가는 파란 문이 우리를 빨아들인다.
서점 주인장이 고향 집을 고치고 다듬고 하여 만든 책방이다. 안채 3칸의 공간은 인문학과 문학, 사회학, 그림책, 그리고 제주에 대한 책으로 구분되어 있고 책꽂이 곳곳에 붙어서 서점 주인장의 결이 잘 느껴지게 하는 메모가 우리를 책 속으로 인도한다.(쥔장과 둘만 있었던 관계로 내향형 인간인 나는 찰칵 소리를 내는 카메라를 사용하기가 무척 부끄러워 안채 서가를 찍지 못하였다 ㅠ.ㅠ)
바깥채는 동화 나라 같았다. 알록달록 한 것이 딱 내 취향이었다. 아이들도 좋아할 공간.
오늘 구입한 책이다. 작은 서점의 장점은 모든 책은 아니지만 책방주인의 짧은 메모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책을 고르기 쉽고 책방지기와 나의 결이 비슷하다면 그것은 금상첨화인 것이다. 독립서점/동네책방에 대한 나의 예의는 최소 한 권의 책이라도 구입하는 것이다. 실은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사 오고 싶은 책이 항상 너무 많아 예의를 지키는 것이 참 쉽다.
바깥채 어느 벽면에 이 글이 붙어 있다. 읽자 말자 소리 없는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북타임" 너는 오래오래 대를 이어 생존하고 그러다가 책마을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를 내가 많이 응원한다.-
설렁거리며 책을 보다 보니 두 시간이 훅하고 지나갔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방문자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쥔장과 둘이 있었는데 나는 쑥스러웠다 ㅋㅋ. 강아지가 있었는데 그 자슥이 아이스 브레이킹에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 친구가 있었더라면 나는 그곳에서 두어 시간은 더 있었을 것이다. 들쳐보고 싶은 책도 많았고 제주라는 곳은 지하철 타고 오고 가고 할 수 없다 보니 인사하고 나오는데 내 마음을 다 데리고 나오기 힘들었다 ㅎㅎ.
키 작은 문을 통과해야 책방의 끌림을 끊어 낼 수 있다. 시키는 대로 땡기고 나왔다.
제주에 가시면 가보시라 말씀드린다. 아이들과 같이 제주에 간다면 더더욱 방문을 추천드린다. 그곳에서 들고 나온 책을 보며 바다와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선물을 아이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주면 어떨까 한다....
북타임 스스로가 내건 북타임 한 줄 요약은 "시간을 선물합니다"이다.
**자랑에 최적화되지 못한 사람의 자랑질은 다소 어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