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녀의 리츄얼2] 돼지기름,오줌. 충격적 고대스킨케어

영하 40도 만주 벌판에서 태어난 '철벽 보습'의 지혜

by Sunshine

지난 화에서 우리는 웅녀의 동굴 생활이 사실은 '자외선 차단 리츄얼'이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동굴 밖으로 나온 웅녀의 후예들에게는 태양보다 더 무서운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우리 민족의 옛 터전이었던 만주 벌판의 혹독한 칼바람이다.


지평선 끝에서 불어오는 영하 40도의 위협

우리 역사상 가장 북쪽, 지금의 하얼빈 근처 쑹화강(송화강) 유역에는 '부여'가 있었다.

산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평야 지대.

그곳의 겨울은 낭만적인 설국이 아니라, 살점이 찢겨 나가는 생존의 현장이었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피부는 금세 트고 갈라지며 동상에 노출되기 일쑤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기록 하나가 등장한다.

부여의 이웃이자 고구려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읍루(挹婁)'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2천 년 전 중국의 역사학자 진수(陳壽)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서 그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 사람들은 더럽고 불결하다. 돼지를 길러 그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해 입으며, 겨울에는 돼지기름을 몸에 두텁게 발라 추위를 막는다."

[원문] > 其人 凶寠 喜畜猪 食其肉 衣其皮. 冬以猪膏塗身 厚數分 以禦風寒.
(기인 흉구 희축저 식기육 의기피. 동이저고도신 후수분 이어풍한.)


[해석] > "그 사람들은 (생활이) 곤궁하고 더러우며 돼지 기르기를 좋아한다. 그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해 입는다. 겨울에는 돼지기름을 몸에 몇 분 두께로 두텁게 발라 추위를 막는다."
《삼국지(三國志)》 권30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읍루 조 -


위에 언급되어 있는 글을 보면, 중국인들은 이를 보고 '더럽다'며 코를 찌푸렸지만, 뷰티 마케터인 내 눈에는 전혀 다른 것이 보였다.

그것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완벽한 '고보습 장벽 크림'이었다.



여기서 잠깐!

왜 이 이야기가 '우리의 뷰티 역사'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읍루는 우리 민족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왜 이걸 K-뷰티의 뿌리로 봐야 할까?"

답은 부여와 고구려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잠시 읍루의 위치를 지도를 통해 살펴보자.


사실 고구려와 부여는 뿌리가 같은 형제 국가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본래 부여에서 태어나 자란 인물이며, 고구려가 부여의 건국 시조인 해모수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신화적 기록은 두 나라가 하나의 문화권이었음을 보여준다.
부여는 지금의 하얼빈 일대 대평원에 위치한 '북쪽의 강자'였고, 고구려는 그 아래 압록강 유역에서 세력을 키운 '남쪽의 신흥 강자'였다. 결국 읍루를 지배하거나 교류했던 부여와 고구려인들에게, 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생활의 지혜(돼지기름 보습법)'는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대물림되었을 것이다. 즉, 만주 벌판이라는 극한의 환경이 만들어낸 공통의 '생존 뷰티'인 셈이다.


� 읍루의 돼지기름, 인류 최초의 '장벽 크림'이 되다
현대 화장품 공학에서 보습은 크게 두 가지 원리로 나뉜다.

수분을 끌어당기는 '습윤제(Humectant)'와 수분이 날아가지 못하게 막을 씌우는 '밀폐제(Occlusive)'다.
읍루 사람들이 몸에 바른 돼지기름(저고, 猪膏)은 아주 강력한 밀폐제였다.

기름 막이 피부를 겹겹이 코팅하여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매서운 칼바람이 피부 속 수분을 앗아가지 못하게 '철벽 방어'를 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겨울철에 페이스 오일을 바르거나, 꾸덕한 밤(Balm) 제형의 크림을 덧바르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다.


그런데, 왜 하필 돼지였을까? (feat. 생물학적 동질성)
돼지를 많이 키워서, 그 돼지를 먹기도 하고 돼지기름을 발랐다고 되어 있지만,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은 돼지가 생물학적으로 소보다 인간과 훨씬 유사하다는 점이다.

돼지의 피부 구조는 인간과 매우 흡사하여 화장품 흡수력 테스트에 사용될 정도다. (지금은 동물 실험이 금지되어, 돼지 피부를 활용하여 흡수력 테스트 등은 하지 않는다)

특히 돼지기름(Lard)은 사람의 체온에서 가장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우리 피부 장벽의 핵심 성분인 '올레인산'이 풍부하다. 즉, 읍루인들은 인간의 피부와 가장 닮은 성분으로 '제2의 피부'를 만드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역사 속에서 돼지기름은 "크림의 조상" 격이라 생각해도 될 정도로 많이 쓰이는 화장품 원료였다.

유럽의 포마드(Pomade)라는 18~19세기 유럽에서 머리 모양을 고정하거나 향기를 입힐 때 쓰던 초기 포마드는 돼지기름이나 소기름을 베이스로 향료를 섞어 만들기도 했고,

조선시대 "면약" 또한 겨울철 트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돼지 기름을 정제하여 얼굴에 발랐다.


현대 화장품 성분 사전에도 돼지 기름은 "라드(Lard)"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등재되어 있다.

피부에 수분막을 형성해 건조함을 막고, 피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유연제 역할을 한다.

또한 비누의 원료로도 사용되는데, 예전에는 고급 비누를 만들 때 돼지 기름을 많이 썼다. 거품이 조밀하고 세정력이 좋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화장품에서 "돼지기름"을 원료로 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는 돼지 기름 대신, 식물성 오일(시어버터, 코코넛 오일 등)이나 광물성 오일 (바세린) 등을 더 많이 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산패의 문제"이다. 동물성 그림은 식물성에 비해 빨리 상하고 냄새가 날 수 있어 정제기술이 중요하고 대량 생산에 불리하다.

다른 하나는 바로 가치있는 신념 "비건" 트렌드로, 동물 유래 성분 사용을 금지하거나 기피하기 때문이다.

비건은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이들의 숭고한 신념과 가치가 담긴 거대한 흐름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생명 윤리를 지키려는 비건 뷰티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임에 틀림없다.


식물성 오일이 맑고 순수한 영양을 준다면,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은 인간의 피지 구조와 매우 흡사해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생물학적 친화력'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우리의 피부는 자신과 닮은 것을 더 잘 받아들인다. 식물성 오일이 입자가 크고 구조가 단순하다면,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은 인간의 피지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덕분에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능력과 장벽을 재건하는 '친화력' 면에서는 동물성이 훨씬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요즘 다양한 요리 레시피에서 "라드" 사용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우리가 미식을 위해 '라드 요리'의 풍미를 다시 찾듯, 어쩌면 읍루인들은 피부의 생존을 위해 '가장 인간과 닮은 원료'를 본능적으로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부여에서 태어난 주몽이 고구려를 세웠듯, 읍루의 거친 돼지기름 보습법은 부여와 고구려를 거쳐 우리 민족의 스킨케어 유전자에 깊게 박혔다.




그들은 왜 오줌으로 세수를 했을까?

사실 기록에는 돼지기름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이 하나 더 등장한다. 바로 읍루인들이 '오줌으로 세수를 했다(以尿洗手面)'는 대목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이 또한 극한의 환경 속에서 탄생한 '처절한 지혜'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첫째는 '보온'이다. 영하 40도의 땅에서 일반적인 물은 금세 얼어붙지만, 방금 나온 오줌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동결 사고를 방지하면서 얼굴을 닦아낼 수 있는 유일한 '온수'였을지도 모른다.


둘째는 '성분'이다. 현대 화장품에서도 요소를 뜻하는 '우레아(Urea)'는 피부 단백질을 부드럽게 하고 수분을 끌어당기는 천연 보습 인자로 쓰인다. 물론 읍루인들이 화학 성분을 알았던 건 아니겠지만, 물조차 귀하고 얼어붙는 동토에서 그들은 본능적으로 피부의 노폐물을 녹여내고 부드럽게 만드는 법을 찾았던 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기억할 것이다 "우레아" 풋 크림이나 팔꿈치 크림을!

우레아는 그 무엇보다 각질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검증된 성분이다.




K-뷰티 장벽 케어의 뿌리

우리는 흔히 K-뷰티가 화려한 색조 때문에 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반만년 전부터 이어져 온 '피부 장벽에 대한 집요함'이 깔려 있다.
서양인들이 오일감을 '번들거림'으로 치부할 때,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피부를 보호하는 '윤기'로 해석했다. 이 차이가 오늘날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인의 쫀쫀한 피부 결, 즉 '글래스 스킨'의 근간이 되었다.
읍루족의 돼지기름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오일 장벽'의 지혜는 현대의 고기능성 세라마이드 크림과 페이셜 오일로 진화하여 우리의 화장대를 지키고 있다. 2천 년 전 만주 벌판의 돼지기름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가치와는 결이 다르지만 '피부를 지키고 싶다'는 그 뜨거운 본능만큼은 지금의 우리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이 '방어'의 시대를 지나,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꾸밈'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까? 다음 화에서는 고대 한반도의 진정한 패셔니스타, '화장하는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힌트는 드라마 제목으로도 익숙한 그들의 이름, 바로 '화랑'이다.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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