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녀의 리츄얼4] 선덕과 미실. 그들의 추구미

Beauty is Attitude. 유혹과 권위 사이

by Sunshine


신라의 서라벌, 황금의 도시. 그 화려한 장막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Air)'를 지배했던 두 여자가 있었다.

자신의 매력을 예민하게 다듬어 세상과 뜨겁게 호흡했던 미실, 그리고 고귀한 형상으로 스스로를 구별 짓고 중심을 지켰던 선덕.


우리는 흔히 역사의 잣대로 미실을 '요부'로, 선덕을 '성군'으로 나누려 한다.

하지만 '뷰티(Beauty)'와 '브랜딩(Branding)'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동등한 '자기표현의 대가'들이었다.


그들에게 치장이란 남을 속이거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나(My Vibe)이다"라고 세상에 선포하는, 가장 직관적인 '추구미(Pursued Beauty)'의 언어였다.




1. 향기(Scent) : 나비를 부르는 꽃 vs 신을 부르는 나무

이야기의 시작은 '코끝'에서부터다.

두 여자가 지배했던 공기의 냄새는 정반대였다.

궁궐 깊숙한 곳, 미실의 방에서는 언제나 아찔하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역사서 <화랑세기>는 그녀가 '색공(色供)'에 능했다고 기록한다[1].

그녀는 온갖 꽃을 증류하고 사향(Musk)을 섞어, 한 번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관능적인 향을 입었다.

"향기가 있으니 나비와 벌이 꼬인다."

미실의 향기는 '인력(Attraction)'이었다.

그녀는 이 달콤한 '살 냄새'로 사람의 본능을 무장해제 시키고, 그들과 부드럽게 섞였다.


반면, 선덕의 공간은 건조하고 서늘했다.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자, 사람들은 "향기 없는 꽃(남편 없는 여자)"이라며 조롱했다[2].

미실이었다면 더 짙은 향수를 뿌려 그들을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덕은 침묵했다.

대신 보란 듯이 절을 지어 '분황사(芬皇寺, 향기로운 황제의 절)'라 이름 붙였다[3].

그녀가 거부한 건 향기 자체가 아니라, 벌레가 꼬이는 '달콤한 꽃내음'뿐이었다.

선덕은 자신의 옷자락에 '향나무(Incense)' 냄새를 입혔다.

불교에서 향나무는 태워서 하늘과 소통하는 신성한 매개체다.

그녀의 몸에서는 여인의 살 냄새 대신, 오래된 사찰의 기둥에서 날 법한 묵직한 '우디(Woody) 향'이 났다.

"나의 향기는 유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숭배를 위한 것이다."




2. 형상(Visual) : 감정을 연주하는 눈썹 vs 감정을 지운 금관

향기로 자신의 세계관을 세팅한 두 여자는, 이제 거울 앞에서 서로 다른 곳에 점을 찍는다.

미실의 무기는 '눈썹'이었다.

그녀는 가늘고 아스라한 버드나무 잎 모양의 눈썹(세엽)을 그리며, 그 곡선 하나로 감정을 연주했다[1].

눈썹 꼬리를 내려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눈썹 산을 올려 긴장감을 준다. 그녀에게 메이크업은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소통의 악보'였다.


하지만 선덕은 거울 속에서 '감정'을 지웠다.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분을 칠해 인간적인 표정을 감추고, 그 위에 거대한 '금관'을 눌러썼다.

그녀의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금관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4].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고귀하다."

"나의 가치는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선덕의 금관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단단한 닻(Anchor)이었다.




3. 클라이맥스(Fire) : 닿을 수 없어서 타오르다

선덕이 설계한 이 '차가운 나무 향'과 '무거운 금관'의 세계관.

그 결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뜨거운 '불꽃'이었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지귀(志鬼) 설화'가 그 증거다.

서라벌의 청년 지귀는 여왕의 행차를 보고 그 압도적인 아우라에 반해, 가슴속에서 일어난 불길(심화, 心火)에 타버리고 만다[2].


여왕은 자신을 기다리다 잠든 지귀를 보고 어떻게 했을까?

깨우지도, 만지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금팔찌'를 조용히 그의 가슴 위에 놓아두고 떠났다[2].


이것은 거절도, 유혹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너의 불길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존재한다"는 우아한 거리두기였다.

만약 선덕에게서 달콤한 꽃내음이 났다면 지귀는 그녀를 욕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건조한 나무 향과 차가운 금속의 빛은, 그녀를 '동경의 대상(Icon)'으로 만들었다.

결국 지귀의 불은 선덕을 태우지 못하고, 그녀를 더욱 신비로운 전설로 남게 했다.




4. 2024년, 제니(Jennie)가 입은 선덕의 아우라

시간을 건너뛰어 2024년, 우리는 제니의 비주얼에서 선덕의 리츄얼을 다시 목격한다.

화려한 금빛 장식으로 온몸을 감싸고(금관), 불타오르는 화염 속에서도(지귀의 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 제니에게서는 달콤한 캔디 향이 아니라, 깊고 그윽한 '니치 향수(Niche Perfume)'의 향이 날 것만 같다.


이것은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무장이 아니다.

"Look at you, now look at me."

그저 "나의 추구미는 이렇게나 찬란하고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신감의 발로다.




마케터의 생각

Beauty is Attitude (뷰티는 곧 태도다)

우리는 매일 아침 향수를 뿌리고 거울을 본다.

내일 아침에는 잠시 멈춰서 나에게 물어보자.

"오늘 나의 '추구미'는 무엇인가?"

미실처럼 '플로럴 향'과 섬세한 눈썹으로 세상과 뜨겁게 소통할 것인가, 선덕처럼 '우디 향'과 단단한 라인으로 고고하게 나의 중심을 세울 것인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뿌리는 향기와 내가 바르는 립스틱이 오늘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나의 태도'와 일치하는가이다.


화장이란, 내 얼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이미 세워진 나를 밖으로 꺼내어 보여주는 가장 신성한 리츄얼이기 때문이다.






Next:

"때밀러 한국 가요"

K 세신, 한국식 때밀이가 K 컬쳐 트렌드와 함께 외국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이다.

"때미는 행태"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약간은 야만적(?) 행동으로 치부되던 과거와는 달리 돌고래 피부를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리츄얼이 되었다.

K 세신에 대해 외국인이 열광하는 이유, 그리고 세신의 역사적 기원과 배경,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다음화에서는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1] 화랑세기(花郞世記) 필사본

: 미실의 색공(色供) 능력과 인물 묘사, 당시 신라 귀족들의 화장 문화(눈썹 그리기 등)에 대한 기록 참조.

[2] 삼국유사(三國遺事) 권1 기이(紀異) 및 권4

: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 중 모란꽃 일화(향기 없는 꽃의 해석)와 지귀 설화(심화요탑)의 원전 내용 인용.

[3]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제5

: 선덕여왕 3년(634년) 정월, 분황사(芬皇寺) 완공에 대한 역사적 기록 참조.

[4]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 (천마총 및 황남대총 출토)

: 신라 금관, 금제 허리띠, 굵은 고리 귀걸이(태환이식) 등의 실물 형태 및 상징적 용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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