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생의 희극과 비극
Jun 19. 2025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나는 꽤나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돌이켜본다.
나의 의도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비극적인 일을 수없이도 겪었기에
나름의 자랑스럽기도 한 피해의식도 있다.
어쩔 땐 그 피해의식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다가도
파란만장한 삶을 걸어왔다는 훈장 아닌 훈장처럼 내세우기도 하며
나의 발목을 잡는 과거이자 우울의 원천이 되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듀크족, 딩크족, 한 부모 가정, 1인 가정 등 다양한 가정 형태를 띠고 있다.
이젠 자녀 출산도 선택이고 내가 어떤 가정 형태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십 년 전만 해도 온전한 가정, 즉 부모와 자녀가 한 가정을 구성하는 것이 보편적인 가족형태였다.
내가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만 해도 볼 수 있는 가정 형태는 딱 하나였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또는 외동으로 이루어진 화목하고도 완전한 가정.
나의 부모님은 내가 7살, 동생이 5살 때 이혼하셨다.
나는 다른 방에서 숨죽여 웅크린 채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싸움과 몸싸움을 소리를
방문 틈새를 타고 들었던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다.
혹여나 나와 동생이 부모님의 싸움을 목격할까 싶어
부모님은 방문을 닫아두시고 언성을 높이셨지만,
나는 소리만 들어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이 상상되었다.
어느 날엔가 양가 어른분들께서 우리 집에 다 모이신 적이 있었다.
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지만
어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내가 닿기에는 너무도 높아 무슨 내용인지 전혀 닿을 수 없었다.
그저 양가의 어른분들이 갑자기 우리 집에 다 모여 계신 게 어색하고 불편할 뿐이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동생은 친할머니 댁에 와있었고 엄마는 없었다.
(요즘 친가/ 외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조심스럽지만, 그 당시에 자주 사용했던 용어로 이해해 주시길.)
누구도 나에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는 설명을 해주시지 않았지만
오직 느낌으로 이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린 나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어른들은 나와 동생에게 단 한마디의 질문이나 설명 없이 '나의 가정'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