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저작권 글 공모전
얘야, 오늘 아빠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특별할지도 모르겠구나.
네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강아지, 몽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빠가 글을 쓰며 겪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 그리고 그 모든 걸 연결해 주는 ‘이름표’에 대한 이야기지.
몽이는 아빠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무렵에 우리 가족이 입양했지. 작은 손바닥만 한 몸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낯선 글쓰기의 시간을 함께해 줬단다. 아빠가 글을 쓰다가 지치거나 막힐 때면, 몽이는 조용히 다가와 내 무릎에 턱을 얹곤 했지. 그 작고 따뜻한 체온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단다.
그런 몽이에게도 이름표가 있었지. 작은 금속판에 ‘몽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어. 혹시라도 길을 잃었을 때, 몽이를 다시 우리 품으로 데려올 수 있는 유일한 표식이었지. 그 이름표 하나에 몽이의 존재와 우리가 쌓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단다.
아빠가 글을 쓰며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적이 있었어. 어떤 날은 위로가 되었고, 어떤 날은 희망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글 쓰는 일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지. 그런데 어느 날, 그 글이 낯선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어. 제목도, 문장도, 심지어 문단의 호흡까지 모두 같았지. 단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그 아래 적힌 이름이었어. 아빠의 이름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적혀 있었단다.
그 순간 아빠는 깨달았어. 글도, 몽이의 이름표처럼 누군가의 삶을 증명하는 표식이라는 걸. 누군가가 몽이의 이름표를 떼고 자기 이름을 붙였다면 아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겠지. 글도 마찬가지였단다. 단지 문장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마음과 시간을 가져간 거니까.
그래서 아빠는 그 사람에게 연락을 했단다. 뜻밖에도, 그는 글을 베낀 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다고 했어. 그냥 너무 예쁜 글이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지. 그 말에 아빠는 화보다 안쓰러움이 앞섰단다.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가져가도 되는 건 아니니까.
얘야, 저작권이라는 것은 복잡한 법 조항이 아니라, 바로 그 ‘이름표’ 같은 거야.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글이나 사진, 그림 같은 창작물에 붙은 이름표지. 그 이름표를 지키는 일은, 그 사람의 삶과 마음을 지켜주는 일이란다. 반려견의 이름표가 그 아이를 되찾아주는 열쇠인 것처럼, 저작권은 창작자의 길을 지켜주는 유일한 약속이기도 해.
그날 이후, 아빠는 내 글에도 정성껏 이름을 붙였단다. 단지 내 이름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허락 없이 어디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야. 몽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표를 달고 나가는 것처럼, 아빠도 오늘도 이름을 달고 글을 쓰지.
몽이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너도 많이 자랐지. 글이란 건 반려견을 돌보는 일과도 참 닮아 있어. 마음을 쏟고, 시간을 들여 함께하고, 아무리 익숙해져도 항상 조심스레 다뤄야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을 불러주고, 그 존재를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기억하렴. 마음은 빌려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눌 수는 있지만, 그 시작에는 언제나 존중이 있어야 한단다. 글이든, 사진이든, 노래든,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것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 그 이름을 지켜주는 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야.
몽이의 이름표를 바라보며, 아빠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네가 언젠가 네 마음을 글로 꺼낼 날이 온다면, 그 글에는 네 이름이 꼭 함께하길 바란단다.
그 이름 하나로 너의 이야기가 지켜지고, 너의 마음이 세상과 아름답게 연결되기를 기원하마.
"아빠는 언제나 네 마음의 이름표가 되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