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5] 10. 경영진의 언어로 대화하라
쉽지 않은 그러나 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이미 알고 있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통해 나누는 대화를 선호한다. 더불어 도무지 알지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신기하고 이상한 전문용어가 줄줄이 나열되는 대화는 꺼린다.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도 대화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눈높이에 나의 눈을 맞추고, 그 사람의 사고에 나의 사고를 맞춰가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그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IT분야(보안분야 포함)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들의 경우 대체로 이것을 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고 몰두하는 기술자 성향이 강한 탓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알고 있는 또는 알아낸 내용들을 어떻게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변환하여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사실 그러한 고민을 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IT분야 보고서들은 타 분야 또는 일반 사람들이 봐서는 알 수 없는 전문용어와 표현들이 자주 난무하고 어려운 기술적 표현들이 사용된다. 그렇게 작성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일상적이고 쉽기 때문이고, 그들 스스로는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래서야 최고경영진과의 소통은 물 건너 간 셈이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한 보고인데 최고경영진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IT조직 또는 보안조직이 뭔가를 말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당최 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이 당면한 상황이다. 알아야 공감도 해주고 승인도 해줄 터인데 말이다.
따라서 IT분야의 인력들에게는 보고하고자 하는 내용을 경영진이 알기 쉬운 내용으로 변환하기 위한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안조직이 아래의 내용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우리 회사의 네트워크 구조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추가 장비들의 반입 및 결합으로 인해 그 복잡도가 상당한 수준에 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에 대한 진단 및 정리가 수행되지 않아 상당한 위험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IT분야에서 근무해 본 경험자가 아니라면 위의 내용을 보고 받으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네트워크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뭐가 문제이고 얼마나 심각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뭘 판단해야 하지?"라고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식의 보고는 적절하지 않다. 최고경영진이 좋아하고 잘 이해하는 형태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이렇게 고쳐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회사 네트워크의 보안 수준은 조사결과 70점으로 진단되었습니다. 통상 90점 이상이어야 안전한 영역에 해당하며, 70점은 취약한 영역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주요 위험요소를 제거하여 보안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사업이 수행되어야 합니다"
와 같은 형태로 말이다. 설사 IT 비전문가여도 최고경영진은 네트워크의 점수가 현재 70점으로 안 좋다는 것, 90점 이상으로 향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즉각적인 사업의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구태여 최고경영진이 알지도 못하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보고자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고경영진의 언어는 이렇듯 즉시 이해하기 용이한 수치로 표현되어야 하며, 전문용어와 표현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작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IT 및 보안조직은 보고서를 수치로 채우기 위한 연습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것이 직장인으로서 살아남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