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 전문가의 길(5)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 복장

때론 겉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본인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단지 타고난 외모 등 겉모습만 가지고 그 사람의 선악이나 성격, 능력 등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는 법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으며, 외모적으로 흉악하게 생긴 사람보다는 오히려 아는 사람이 더 위험한 법이다. 뒤통수친다는 표현이 왜 생겼겠는가.


최근 보안분야의 변화된 특징을 하나 꼽자면 보안컨설팅을 수행하는 보안컨설턴트들의 복장이 예전과는 다르게 편하고 자유로운 복장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장을 입던 예전의 딱딱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한편으로 최근 MZ 세대가 바라는 변화와도 맞물려 있는 듯하다. 더불어 기존의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의 추세와도 연관이 있음 직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과거 해외 유명 컨설팅 회사들의 컨설턴트들에게는 지금도 기억되는 한 가지 기준이 있었다. '용모는 단정히, 복장은 고객의 수준보다 최소 반 수준 이상 높게'라는 기준이 그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컨설턴트들이 마치 짠 것처럼 단정한 용모에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검은색 구두,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설사 고객사가 정장을 입고 근무하는 문화여도 외적으로는 전혀 꿇리지 않고 오히려 돋보일 수 있도록.


'이미지 만들기'였다. "나 이런 사람이야. 쉽게 보지 말라고!"라는 무언의 압박이면서, "나 싸구려 아니야, 알겠어!"라는 의미의 전달이기도 했고, "함부로 하지 말라고!"라는 당돌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 컨설턴트의 몸값은 비쌌고, 고객들은 그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말을 믿고 대체로 순응해 받아들였다. 강렬하게 남은 그들의 외적인 이미지가 고객들의 내적 사고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 컨설턴트들은 확실하게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과거 내가 컨설턴트로 활동할 당시 컨설팅 사업을 위해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고객사로 파견되면 고객사 보안담당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편하게 하세요. 우리 그렇게 빡빡하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사업 완료 시까지 한결같이 정장에 넥타이를 고수했었다. "아! 편하게 하시라니까요"라는 고객사 보안담당자의 불평을 뒤로하고서 말이다.


대체로 사람은 눈에서 편해지면 마음에서도 편해지고 그 결과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객사 보안담당자의 푸념은 자신의 눈에 불편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눈에서 불편하니 마음에서도 불편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쉽게 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보안컨설턴트의 복장이 편해지는 순간 고객 보안담당자의 눈이 편해지면서 동시에 마음도 편해지고 보안 컨설턴트가 좀 더 쉽고 만만한 상대가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렇게 외칠 수 있다. "그런 외적인 부분이 뭣이 중하냐고".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주고자 한다. "때론 겉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이다. 정보보안 전문가로서 보안컨설턴트의 첫인상은 고객사 보안담당자의 태도를 결정하게 만들고,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진정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타인에게 전문가로 보이도록 신경 써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복장'이다. 때로는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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