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4] 5. AI에 대한 단상(5)

경험, 노하우, 짬밥, 지혜의 실종

한때 FOMO(포모)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한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이나 흐름에 나만 뒤처지거나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공포감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마음을 나타낸 대표적인 용어다.


각종 세미나부터 온라인까지 AI로 도배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니 오래되지도 않은 불과 몇 년 전 DT(Digital Transformation)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때의 모습이 겹쳐져 투영된다. DT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기업도 사람도 난리였던 그때. 모두가 FOMO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때의 모습이 말이다. DT의 열병을 지나고 나니 이제 세상은 다시 AI에 대한 FOMO에 빠져있다.


DT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공포로 다가왔던 부분은 업무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인력 감축 즉 구조조정의 가능성이었다. 현재 AI로 인해 직장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포 역시 AI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따지고 보면 과거 DT의 영향이 AI라는 기술을 덧대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봐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이 DT건 AI건 추진하는 쪽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효율화다. 업무의 효율화, 인력의 효율화, 생산성 효율화 등등. 그리고 효율화란 비용절감의 다른 표현이다. 즉, AI의 도입 역시 그 어떤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치장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사람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AI를 모르면 뒤쳐지고 실직하게 될까 봐 두려워 너도나도 AI를 배워야 한다고 난리들인데, 정작 AI를 힘들게 배우고 익혀도 결과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라는 결과를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직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IT기술에 의한 혁신들, 이 혁신들은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직접 몸으로 뛰면서 체감한 경험들'이다. 책으로 배우고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과는 완전히 다른 지식들 말이다.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피부로 접촉하면서 보고 싸우고 깨지고 다치는 과정에서 얻어낸 정보들. 흔히들 "내가 이 바닥 짬밥만 몇 년인데"라고 농담처럼 얘기하는 그 짬밥말이다. 혹자는 이를 '맥락'이라고도 표현하고 혹자는 '노하우'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리 IT기술이 발달해도 세상일이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이란 사람 간의 관계를 살피고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저 단순하게 내부 절차대로 수행한다거나 AI가 도출해 준 방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이때 어렵게 꼬인 상황을 해결하고 일이 진행되도록 만드는 것이 경험이고 노하우짬밥이자 지혜다.


이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업이 보유한 중요 무형자산이자 핵심역량이다. 그리고 이것을 보유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사람이다. 한 개인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온갖 고초와 역경을 겪고 이겨내면서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는 그 지난한 과정. 과정 속에서 버티고 이겨내며 머리와 몸으로 함께 체득해 온 결과물이다.


AI가 사회 곳곳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과정을 생략하고 오직 결과만 요구하는 풍토가 강해지고 있다. 수년 또는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얻어냈던 결과물을 경험 없이 그저 질문 한번 던지는 것으로 얻어내고 만족하고 있다. 최종 정답만을 요구하면서 정작 정답을 향해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지혜는 무시하고 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건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질문해보고자 한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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