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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2] 3. 음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홀대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오랜 직장생활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도 서러웠던 경험이 있다. 기업의 CEO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영업조직 위주의 평가보상을 제공할 때이다. 지금은 마음에서 많이 내려놓아서 담담하지만 젊은 시기에는 그에 따른 분함과 아쉬움을 술로 달래곤 했다. 정보보안조직은 일선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CEO는 주변을 맴돌면서 매출액을 보고하는 영업조직만 챙긴다는 뒷담화와 함께 말이다.


  누구나 들으면 "아! 그 회사" 라며 알만한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나름 길다면 긴 직장생활 동안 이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직급이 올라가고 경력이 높아지면서 기업에게 있어 대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수치라는 것, CEO로서는 이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고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지금까지도 그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하지만 정작 더 절망적인 상황은 따로 있다. 많은 글과 기사들에서 이런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하고는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실행에 관해서는 CEO의 재량에 떠 넘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CEO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짧은 내용과 함께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활동을 겉으로 보면 눈, 코, 입, 손, 발이 움직여 사람을 활동케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머릿속의 뇌가, 몸속의 각 기관들이 쉴 새 없이 활동하고 있고, 그 덕분에 눈, 코, 입, 손, 발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고 티가 나지 않을 뿐, 몸속을 제대로 보살피고 관리하지 않으면 정말 큰 탈은, 큰 병은 몸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중요함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 이와 같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영업조직이 제시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의해 평가받는다. 그러나, 영업조직의 성과 뒤에는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구성원들이 존재한다. 영업조직은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일각은 항상 표면에 노출되어 있고, 나머지 90%의 구성원들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 10%를 띄우기 위해 잠겨있는 90%의 구성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명받지 못하고 항상 음지에만 존재한다. 음지에 있는 그들은 경영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에 그들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언젠가 보이지 않는 기업의 한 구석에서 묵묵히 해커와 싸우느라 마음 졸이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정보보안조직의 상황을 바라보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보안조직은 국가의 국정원 같은 존재구나'라고. 그 이유는 언젠가 우연히 사진으로 본 국정원 건물 앞에 놓인 기념석에 새겨진 글귀가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음지에서 활동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라고 새겨진 글귀. 정보보안조직은 기업의 음지에서 활동하며, 그 노력을 경영진과 CEO가 알아주길 기대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해바라기 같은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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