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개발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을 때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던 관심 대상은 개발이 아닌 데이터베이스였다. 오라클, MS-SQL, INFOMIX로 대표되던 그 당시의 데이터베이스들. 분명 개발자로 취업했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원이었음에도 데이터베이스를 공부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테이블을 설계하고, 관계를 설정하는 작업은 개발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작업으로 알던 시기였고,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끓어 넘치던 시기였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작은 회사였기도 하고.
작은 개발업체였으므로 대형 SI회사의 협력업체 역할을 주로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대기업 계열 IT회사의 협력업체로 초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처음으로 국내에 몇 명 없는 DB컨설턴트와 작업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DBMS의 신세계를 맛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도 수박 겉핧기로 배운 터라 그저 막연하게 대충 알면서 설계하고 다루던 DBMS라는 소프트웨어의 구성방식을 다시금 되새기고 깊이 알게 되는 기회였다. 단순히 입력하고, 저장하고, 조회하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것에만 치우쳐 있던 사고방식을 뒤집어 그전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과 기술들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던 마치 마법과도 같았던 현란한 쿼리들이라니. 데이터의 구성과 처리가 시스템의 성능과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핵심임을 깨우쳐주는 시간이었고, 우물 안 개구리가 비로소 우물밖으로 한발 나서는 계기를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그때의 경험은 이후 통합보안업체에서 보안설루션 PM 및 보안컨설턴트 직무를 하게 되었을 때 중요한 기반지식이 되었는데,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동작되고 있는 시스템 및 보안설루션들의 데이터 처리를 이해하고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요 보안설루션의 심각한 기능적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도 있다.
셀 수도 없는 많은 IT서비스와 시스템, 설루션들이 제공되는 요즘이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신개념들이 인터넷의 바다에 흘러넘치고, 새로운 DBMS들이 시장에 나타나 기존 강자들의 위치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기반이 되는 것은 실상 데이터다. 그 어느 하나도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근본 목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형태와 방법은 다소 상이할지라도 말이다.
데이터의 기본을 알고 그 처리방식을 이해하고 습득한다는 것은 보안분야뿐 아니라 IT분야에 근무하고자 하는,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모든 유용한 정보가 바로 데이터의 처리에서 나오며, 그렇기에 해커들도 당연히 데이터의 탈취를 노린다. 많은 보안설루션들도 데이터를 지키기 위함이 근본 목적이며, 업무의 혁신도 따지고 보면 데이터의 처리과정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실로 IT기술의 근본과 목적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 중요성을 DBMS의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보안전문가를 꿈꾸고 있다면 부디 그 중요한 경험을 꼭 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될 것이다.
정보보안 전문가의 길 : https://brunch.co.kr/@sunwoodowoo/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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