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엄마와 아이들이 돌아가며 코로나에 확진되고 시간이 뒤틀린 것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어제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격리치료를 받던 시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고 남편과 나는 드디어 출퇴근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평소처럼 할 일을 하다가 출근하면 되는 것이다. 아! 이 평화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아직 격리중인 아이들이 하루 종일 TV만 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런 것에 걱정이 전혀 없는 엄마다. 나도 한때는 왼종일 24시간 TV만 보던 시절이 있었으므로. 씻지도 않고 먹을 때도 미드를 틀어놓고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게으름의 극치를 살았던 적이 있었으므로. 그런 것도 실컷 하다보면 지겨워지는 때가 온다. 분명 온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아직 코로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와 하루를 보내야 하니, 힘겨운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TV를 봐주는게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시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여쭈었다.
"엄마,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직 기침은 좀 하는데 괜찮아. 아침엔 좀 어지럽더니 지금은 괜찮네."
오후에 다시 시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힘드시면 아이들 TV 틀어주고 누워서 쉬세요."
"괜찮아.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둘째가 나한테 안겨서 '할머니 좋아, 사랑해, 안아줘~'하니까 아픈지도 모르겠어. 하하하.
"하하하. 다행이네요. 그래도 집이 최고죠? 몸은 좀 힘들어도 가족들이랑 있는게 최고죠?"
"응~ 최고지! 최고야! 나 격리시설에 혼자 있으면서 너무 힘들었어."
시엄마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을 모른다.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상상한다. 나중에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게 되면, 그 넓은 마당에 엄마의 텃밭도 만들어 드리고 아름드리 나무그늘 아래 평상도 만들어 드려야지. 우리집 평상에는 매일 시엄마의 친구들이 앉아 계시면 좋겠다. 시엄마는 올해 칠순이신데 아직도 시엄마의 친정엄마가 살아계신다. 혹시, 내가 마당 넓은 집을 마련했을 때도 시엄마의 친정엄마가 일상생활이 가능하시다면, 그분 역시 우리집에서 함께 살면 좋겠다, 아! 좋겠다!
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집을 꿈꾼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저녁이면 우리 가족들만 조용히 식사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고, 일찍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글 쓰는 삶을 꿈꾼다. 낮에는 시엄마의 친구들과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로 마당이 왁자했으면 좋겠다. 해가 지기 전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활짝 열려진 대문으로 이웃들도 들어와 쉬어가고 함께 점심을 먹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함께 살자고 말씀 드리면, 시엄마는 쿨한 시어머니로 보이고 싶은 것인지 어쩐 것인지
"나 요양보험 많이 들어놨어. 내 노후는 걱정 안해도 돼."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지지 않고 대답한다.
"엄마, 아무리 요양병원에서 지낸다고 해도 가족이 매일 찾아와서 들여다보는 사람이랑 가족이 찾지도 않는 사람이랑 의료진들의 대접이 달라져요. 엄마 건강이 너무 안좋아져서 요양병원에 꼭 가셔야 한다 하더라도 저는 매일 엄마에게 찾아갈 거에요. 그러니까 저 고생시키지 마시고 건강하게 한 집에서 살아요. 아셨죠?"
나는 꽃을 좋아하지만 키우는데는 젬병이다. 하지만 엄마는 화초나 꽃을 잘 키우신다. 엄마는 꽃을 키우고 나는 그 꽃을 즐기고,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엄마는 우리 아이들과 행복한 나날을 즐기고, 할머니의 존재가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고, 아이들의 존재가 할머니를 더 오래 살게 하고, 그 가운데서 우리 부부도 더욱 행복해지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보살피고 힘차게 살게 하는, 그런 삶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