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둘 다 방학에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학이 맞는 시기는
여름도 아닌 겨울이었다.
"주말에 제주도라도 갔다 올까?"
"그게 무슨 신혼여행이야. 그냥 겨울에 가자."
살짝이라도 아쉬운 표정을 모두 숨기고
겉으로는 쿨한 와이프이고 싶어
속으로만 많이 되네었다.
신혼여행을 가야만 신혼인가.
앞으로 여행 갈 날이 얼마나 많은데.
집에서도 충분히 재밌게 보낼 수 있어.
그래도 아주 조금은 아쉽다.
기다려야지 뭐 겨울을.
며칠 뒤 그는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조퇴를 하면 된다고
이상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고
우리의 목적지는 괌이었다.
조퇴하고 인천공항을 재빨리 달려가는
그 길이 부산스럽고 버거웠던 것 빼면
모두 환상적.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엄살 섞인 투정이다.
그리고 찾아온 총총이.
코로나로 전 세계가 마스크 안에 갇힌 지금
우리의 3박 4일 신혼여행과
총총이와
그 모든 것이 감사하다.
넘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