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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ul 07. 2024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에 가다(13)

라텍스 매장에서

 화창한 일요일 오후, 매장 내부는 한가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축하 화환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강의실에 모여 앉아 라텍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루했다. 다랑의 휴대전화로 드라마를 시청했다. 직원의 설명은 전혀 듣지 않았다. 어차피, 구매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2012년도부터 이미 라텍스 제품들을 인터넷으로 구매해 10년 이상 사용했다. 라텍스의 수명은 10년이다. 그래서, 작년에 이사할 때 새 제품들을 구매해 현재에도 잘 쓰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라텍스 매트리스와 베개를 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다랑과 귀남 오빠는 라텍스 제품을 전혀 써보지 않았다고 했다. 의외였다.

  '엥, 돈 잘 버는 남자들이 왜 여태 라텍스를 안 써봤을까? 의문이네......'

  드디어, 긴 설명회가 끝났다. 라텍스 침구를 체험하기 위해서, 강의실 밖으로 나와 이동했다. 2인용 침대가 즐비했다. 직원들이 권유하길래,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탄력성 좋은 라텍스가 등과 허리를 안정적으로 받쳤다. 금방이라도 스르륵 꿀잠에 빠질 것 같았다.

  "오, 편하고 좋다!"

  라텍스 베개에도 머리를 얹었다. 머리와 목을 안정적으로 감싸는 경추 전용 베개였는데, 매우 탐났다. 10대 때부터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목, 어깨, 허리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다랑도 장시간 운전하는 고된 운수업 종사자라서, 라텍스 침구를 사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듯싶었다. 

  가이드가 다가와 한 마디 거들었다.

  "두께가 10cm 이상은 돼야 좋아요. 그래야 무릎도 안 까지지."

그가 다랑에게 말하는 걸 곁에서 들었는데, 의문이 들었다.

  "침대에서, 무릎이 왜 까져요?"

그러자, 가이드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3초가 채 지나기 전에, 스스로 깨달았다.

  "응......? 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황당한 웃음이 번졌다. 자고로, 무릎은 중요한 신체 기관이니 아껴야만 한다.

  제품은 참 좋지만, 터무니없이 비쌌다. 2인용 라텍스 매트리스는 약 150만 원 이상이었다. 구매는커녕,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뭐가 이리 비싸? 내가 쓰고 있는 건 고작 30만 원 선인데.'

직원의 의견에 의하면, 저렴한 상품들은 합성 섬유라고 했다.  

  한술 더 떠서, 라벤더 향이 나는 제품은 약 180만 원을 호가했다.

  '아니, 뭐 그다지 향기롭지도 않은데...... 이걸 대체 누가 산담?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재력이로군!'

다른 일행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실 거예요?"

  "우리는 사용 중인 게 이미 있어요. 몇 개월 전에 다른 곳 여행 갔다가 장만했거든. 품질 좋아요."

  의외로, 다랑은 오래 망설이지 않고 결제했다. 한순간에 거액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뭔가에 홀려서 샀다고 그는 고백했다. 

  결제를 마치자, 직원들이 거대한 라텍스 매트리스를 이고 지고 와 진공 포장했다. 산더미 같은 부피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서비스 차원에서 베개를 두어 개 더 넣어줬다.

  '추가 베개 말고, 그냥 값을 깎아주지......'

  그런데, 경추 베개의 커버는 개당 3만 원이고 별도 구매해야만 했다. 베개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서, 다른 곳에서 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그냥 커버를 사는 게 효율적으로 보였다.

  "커버도 살게요."

다랑이 구매 의사를 밝혔다. 

  귀남 오빠는 오랜 시간 줄곧 망설이다가, 결국은 사고 말았다.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라고 했다.

  "오빠는 안 써요? 오빠 것도 사지 그래요."

  "난, 됐어."

  "오빤 대기업 다니니까, 돈도 많으면서 왜 안 사요? 술 마시고, 담배 필 돈 아껴서 사면 되잖아요. 라텍스, 좋아요!"

  "슈히, 너 여기 남아서 영업해라."

  "네?"

  "네가 옆에서 하도 사라고 하니까, 우리들이 사버렸잖아!"

의외로 귀가 얇은 두 남자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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