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플랫폼이 돈을 버는 5가지 방법
브런치도 이제 돈 벌어야죠
IT 기업에는 두 종류의 서비스가 있다. 하나는 돈 잘 버는 ‘님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쓰는 ‘놈 서비스’다. 이 둘의 차이는 ‘도련님과 서자’ 정도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님’께서 ‘에헴.... 내가 TV 광고가 해보고 싶구나!’하면 없던 광고비도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식. 하지만 정반대로 돈을 쓰는 ‘놈’에게 이런 특별대우는 언감생심, 딴 세상 이야기다. 이건 가입자가 수백만 명인 서비스라도 똑같아서, ‘님 돈 버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공손해지고 봐야 한다.
회사에서 돈 못 버는 ‘놈 서비스’ 기획자로 2년 정도를 살았다. 광고비를 100만 원만 쓰려해도 눈치 봐야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굴종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머릿속에 온통 ‘돈 버는 법’ 생각뿐이다. 나도 언젠가는 돈 잘 버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 눈물뿐인 서자 대우를 좀 벗어나야지. 그래서 저 ‘도련님’들이 ‘이게 돈도 못 버는 게 까불어’라고 구박할 때 말대답 따박따박 해봐야지라며 정신 승리를 한다.
카카오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브런치 담당자도 아마 비슷한 고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는 플랫폼, 수십만 명이 매일 쓰는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이렇다 할 수도꼭지가 없으니 목이 타진 않았을지. 그래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번 고민해봤다. 콘텐츠 플랫폼이 돈을 벌려면 무슨 짓을 해야 할까. 브런치를 유튜브처럼 만들 마법은 무엇일까. 그래서 여기 ‘콘텐츠 플랫폼이 돈을 버는 5가지 모델’을 제시해본다.
돈 내는 곳: 콘텐츠 소비자(독자)
돈 버는 곳: 플랫폼(브런치), 콘텐츠 생산자(작가)
예시: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더 벨
첫 번째는 구독 모델이다.(짚고 넘어갈 점은 작가 구독이 아니라 서비스 구독이라는 것이다) 이 모델은 이미 너무 유명해서 사실 설명할 것도 없긴 하다. 우선 콘텐츠 생산자(작가)가 플랫폼(브런치)에서 자신의 썰을 푼다. 그러면 콘텐츠 소비자(독자)가 플랫폼(브런치)에 정해진 기간마다 돈을 내고 생산자(작가)가 만들어 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때 플랫폼(브런치)은 콘텐츠에 대한 대가로 생산자(작가)에게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나눠준다. 이 모델은 가치를 만드는 사람(생산자), 전달하는 사람(플랫폼), 쓰는 사람(소비자)의 구분이 확실하다. 또 직관적이기 때문에 8살 초딩도 알아들을 수 있다. 매달 착착 들어오는 돈이 있으니 재무적으로도 가장 건전하다.
그렇지만 이 모델에는 엄청난 단점이 있다. 바로 콘텐츠 소비자(독자)가 ‘정기적으로 돈 내는 것’을 무지무지(x100) 싫어한다는 것이다. 여태껏 공짜로 누리던 혜자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돈 내요’를 시전 할 때, 분노한 군중은 맥주 거품처럼 솨-악 꺼져버린다. 역사적으로도 자만심에 빠져 ‘니가 돈 안내면 어쩔 건데’라고 ‘배 째’를 주장하다, 실제로 배 짼(...) 서비스가 부지기수다. 그러니 웬만한 강심장 기획자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노골적인 모델을 감히 입밖에 꺼낼 수조차 없다.
구독 모델의 또 다른 단점은 아무나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콘텐츠 생산자(작가)가 자신의 글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반토막 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는 돈을 받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콘텐츠가 잘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구독 장벽에 막혀 (돈 안내는) 외부인의 출입이 어렵다면 콘텐츠 생산자(작가)가 굳이 외딴섬(브런치)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쉽게 말해 내가 엄청난 농기구를 개발했는데, 이장님이 '한 달에 만원씩 줄게 대신 우리 마을 바깥으로 가져가면 안 돼'라고 하는 것과 꼭 같다. 일반적인 콘텐츠 생산자라면 '응 그 돈 안 받음, 니 말 안 들음'이라고 반응할 것이다.
이처럼 구독은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결국 이 모델을 적용하려면 1. 짠돌이 소비자(독자)가 기꺼이 돈을 낼 정도로 콘텐츠가 다양하고 훌륭해야 한다.(거의 불가능함) 그리고 2. 해당 콘텐츠(글)가 하나의 플랫폼(브런치) 안에서도 충분히 홍보될 만큼 서비스 영향력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마치 넷플릭스처럼. 그런 점에서 보면 전통적인 구독 모델을 브런치에 적용하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또르륵)
돈 내는 곳: 광고주
돈 버는 곳: 플랫폼(브런치), 콘텐츠 생산자(작가)
예시: 구글 애드센스, 네이버 애드포스트, 다음 애드핏
다음은 광고 모델이다. 곧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고 돈을 받는 구조. 이런 광고 모델은 구독만큼이나 오래된 형태라 딱히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1896년, 발간된 독립신문도 온통 광고 투성이었다고 하니 우리에게 광고란, 어쩌면 구독 이상의 고인물인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문과였던 사람은 근현대사 책에서부터 이미 광고를 본다. 콘텐츠를 볼 때면 늘 광고가 함께라는 것은 이미 우리의 DNA 깊숙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처럼 전통적이고 따분한 광고 모델에 힙 선글라스를 씌워준 자가 있었으니, 그자가 바로 구글의 애드센스다. 구글 애드센스가 특별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광고를 못할 사람이 광고를 하게끔 해줬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광고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체가 극소수였다. 수백만 명이 보는 TV, 수십만 명이 구독하는 신문만이 광고 매체로써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구글 애드센스는 '1. 사람들이 분명히 보는데, 2. 별도의 계약을 맺을 만큼 크지는 않은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주었다. 그래서 자기만족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던 순둥이들에게 의문의 쌈짓돈(?)을 던져줬다. 이런 애드센스의 방식을 조금 어려운 말로 '롱테일 모델'이라 부른다.
애드센스가 콘텐츠 플랫폼에 유독 적합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광고주와 콘텐츠 제작자(작가)가 똑같이 '조회수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봐줄수록 광고주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콘텐츠 제작자는 유명해지니 좋다. 돈을 벌기 위해 일반인의 조회를 제한했던 구독과는 정반대다. 이처럼 애드센스는 돈 버는 구조 자체가 구성원 모두에게 이롭다. 그러다 보니 애드센스의 가호 아래 구글의 플랫폼은 마치 관개가 잘 된 논처럼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광고를 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어떨까? 잘 짜인 광고 모델의 성패는 콘텐츠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데서 갈린다. 아무리 공짜로 콘텐츠를 본다지만 잘못 누른 주간지처럼 광고창이 10개씩 뜬다면 소비자는 부들부들 분노하고, 플랫폼을 난잡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첫째,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광고를, 둘째, 적절한 빈도로 보여줘야 했다. 구글이 초창기 정부의 규제를 감수하면서까지 광고 추천 알고리즘(데이터 확보)에 목숨을 걸고, 5초 건너뛰기를 사수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애드센스의 범지구적인 성공(...)을 보며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들이 구글을 따라 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네이버의 애드포스트와 다음의 애드 핏이다. 이들의 기본적인 구조는 애드센스와 동일하다. 다만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티스토리라는 별도의 플랫폼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브런치가 만일 광고 모델을 적용한다면 다음의 애드핏을 적용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글에 광고를 붙이는 행동은 분명 브런치의 핵심가치(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를 훼손하는 일이다. 세상에 어떤 ‘작품’에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단 말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런치 서비스 담당자가 광고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실지 궁금하긴 하다.
돈 내는 곳: 콘텐츠 소비자(독자)
돈 버는 곳: 플랫폼(브런치), 콘텐츠 생산자(작가)
예시: 네이버 웹툰, 레진 코믹스
최근 새롭게 각광받는 것은 대여 모델이다. 사실 이 대여 모델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300원 내고 빌려보던 원피스 만화방이 인터넷으로 들어왔다고 보시면 된다. 대여 모델은 콘텐츠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점에서 구독 모델과 아주 유사하다. 하지만 이 모델은 콘텐츠와 작가 개개인의 수익을 따로따로 보장하기 때문에 구독 모델보다는 플랫폼의 콘텐츠 지배력이 훨씬 느슨하다. (정말 딱 옛날식 만화 대여방)
대여 모델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안 보면 못살겠다 싶을 정도의 '흥미성'이다. 콘텐츠 하나하나마다 각각의 돈값(?)을 할 정도로 짜릿해야 한다. 그래서 독자가 돈을 내는 시점에 '와- 이 정도는 충분히 낼만하지, 인정ㅋ'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흥미성보다 훨씬 중요한 조건인 '시리즈성'이다. 곧 콘텐츠의 1편을 봤을 때 2편이 궁금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원만 내면 주인공이 이기는지 알 수 있는데, 책장을 덮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서사가 있는 만화나 웹소설에서 대여 서비스가 대박 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지금 성행하는 온라인 콘텐츠 대여 서비스는 레진 코믹스 같은 완전 유료화 모델과 네이버 웹툰 같은 부분 유료화 모델이 있다. 레진 코믹스는 예전 만화방과 꼭 동일한 형태인데, 돈을 받고 만화를 '빌려준다'. 때문에 수익성은 높지만, 구독 모델과 마찬가지로 접근성 자체는 낮은 편이다. 다음은 조금 더 흥미로운 사례인 네이버 웹툰(or 네이버 시리즈)이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다만 네이버는 '완결 웹툰 다시 보기'나, '한 주 미리 보기' 서비스로 '조건부' 대여 모델을 도입했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은 미리 보기 서비스를 기획할 때 성공을 확신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는 ‘어렸을 때 500원 들고 만화방 가던 애들이 이제는 30대가 되었기 때문’이라 언급했다.
브런치가 만일 네이버 웹툰처럼 조건부 대여 모델을 도입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 상상해볼 수 있는 브런치식 대여 모델이란 1. 완결된 매거진 구매와 2. 연재 글 일주일 미리 보기 서비스 정도가 있을 것 같다. 해당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분명 상당수의 독자분들이 자신의 최애 작가에게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들 지금 떠오르는 작가가 한둘 정도는 있지 않으신지) 하지만 그런 구매 규모가 플랫폼을 지탱할 만큼 충분한 수준일지, 또한 꾸준히 지속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브런치의 글과 네이버의 웹툰은 앞서 말했던, 흥미도와 시리즈 성에서 말도 못 할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돈 내는 곳: 광고주
돈 버는 곳: 플랫폼(브런치), 콘텐츠 생산자(작가)
예시: 콘텐타, 잡지사
네 번째는 중개 모델이다. 중개 모델에서 플랫폼은 콘텐츠 생산자(작가)와 광고주를 연결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과거에는 잡지사들이 중개 모델과 비슷한 방식을 활용했었다. 잡지사의 에디터와 프리랜서 작가들은 콘텐츠 편집에 매우 능숙한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파는 기업들은 이들의 능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패션잡지나, 여성잡지에 자신들의 제품을 '광고 아닌 광고'형태로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잡지사는 콘텐츠 제작비나 프리랜서 중개 수수료를 받았다.
최근에 중개 모델을 도입했던 기업 중 콘텐타라는 업체가 있다. 브런치와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콘텐타는 브런치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작가 심사를 요구한다. 콘텐츠 제작 경력부터 포트폴리오, 글 전체를 꼼꼼히 심사한다. 브런치는 작가로 선발되면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쓰지만 콘텐타의 경우는 외부 기업이 맡기는 프로젝트를 쓰게 된다. 대신 철저히 '돈'으로 보상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중개 모델은 콘텐츠 자체보다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이런 중개 모델은 브런치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브런치가 종종 진행하는 콜라보 프로젝트나 무비 패스 같은 이벤트는 브런치(플랫폼) 입장에서 소속 작가들을 활용한 홍보대행 서비스일 확률이 높다.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브런치가 서비스 중개의 대가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일 것이다. (혹시 아닐 수도 있긴 하다) 그렇다고 '나쁜 브런치, 나를 통해 돈을 벌어?'라고 생각할 것은 없다. 브런치는 플랫폼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브런치는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를 마련하고 파트너사와 협의하여 창작자들에게도 혜택을 준다.
하지만 중개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강력하지 않다. 이 모델은 단발성,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액 자체도 플랫폼을 지탱할 만큼 거대하다고 할 수 없다. 애초에 100만 명이 쓰는 플랫폼의 한 달 서버비만 얼마일 것이며, 인건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중개 모델은 이벤트마다 관리 업무가 매번 달라지다 보니 꾸준히 반복하기도 어렵다. 아마 브런치에서도 콜라보 한번 할 때마다 꽤 많은 인원이 고생하시지 않을까 싶다.
돈 나오는 곳: 투자자
돈 받는 곳: 플랫폼(브런치), 콘텐츠 생산자(작가), 콘텐츠 큐레이터(독자)
예시: 스팀잇
마지막으로 비교적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시뇨리지 모델이 있다. 시뇨리지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얻는 이익’을 뜻한다. 이걸 조금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시뇨리지 모델에서 플랫폼은 직접 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전통적인 모델들은 플랫폼이 누군가(광고주 혹은 콘텐츠 소비자)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참여자들에게 재분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뇨리지 모델에서 플랫폼은 블루마블 은행장처럼 '헤헤 이거 돈임, 너 가지셈'(?)을 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시뇨리지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사례인 스팀잇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세상 사람들이 블록체인 투기(투자와는 다름)에 미쳐있을 때였다. 요란하게 등장한 스팀잇은 '생각의 가치에 투명한 보상을'이라는 담백한 캐치프레이즈로 콘텐츠 생산자들을 끌어모았다. 스팀잇은 '콘텐츠 생산자'가 글을 쓰고 '콘텐츠 소비자'들로부터 '업보트(좋아요)를 받는 경우 '스팀'이라는 블록체인 토큰을 보상했다. 그러다 보니 업보트를 많이 받은 글은 한편이 몇십 만원씩 벌어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스팀잇은 매년 9.5%의 스팀을 새로 찍어 재원을 마련했고, 그 스팀을 나눠줬다. 그리고 이 '새로운 형태의 돈'을 콘텐츠 생산자는 물론이거니와 업보트를 하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분배했다. 플랫폼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스팀은 대체 무엇이길래 돈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 예를 들어 길거리에 널려있는 나뭇잎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이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나뭇잎을 들고 있는데 갑자기 옆사람이 '그 나뭇잎 만원에 살게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부터는 나뭇잎도 돈이 된다. 결국 '스팀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것을 실제 돈과 바꿔서 플랫폼에 '진짜 돈'을 흘려 넣어줄 '쩐주'가 필요했다.스팀잇에 흐르는 돈의 출처는 바로 '스팀의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은 스팀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것을 실제 돈을 코인과 바꿔주었다.
투자자들이 스팀을 돈과 바꾸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자세한 것은 하단의 참고자료 중 Cha Jesse님의 글을 읽어보시길..)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팀이 가지는 힘(스팀 파워)' 때문이다. 스팀잇 생태계 안에서는 스팀을 많이 가진 사람이 짱이다. 스팀 부자가 콘텐츠 선정도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서 필자가 브런치 북 대상: 김버금 작가의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눌렀다면 그건 '좋아요 하나'만큼의 영향력을 가진다. 하지만 스팀잇에서 필자가 '5만 스팀을 가진 부자'이고 김버금 작가의 글을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좋아요 50000'만큼의 가치를 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글이 인기글로 올라간다. 세상에 이만큼 자본주의적인 플랫폼이 또 있을까.
스팀잇은 언뜻 세상을 바꿀 서비스 같지만 2019년인 지금에 와서는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출범 2년 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던 스팀잇은 2019년 7월 현재 126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 수 증가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스팀잇은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인 구조로 인해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멍청한 '금수저'가 아무렇게나 누르는 좋아요를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차 스팀잇에 흥미를 잃고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일례로 2018년 11월 스팀잇은 70%의 직원을 해고할 만큼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브런치가 시뇨리지 모델에 주목해볼 만한 이유는 있다. 바로 올 6월 카카오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런칭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가오는 9월에는 클레이튼이 '피블'이라고 하는 SNS에 스티밋과 유사한 모델을 적용한다. 피블에 사진이나 이미지를 올리면, 클레이튼이 토큰(돈)으로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세부 시스템을 보니 스티밋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만일 브런치가 클레이튼과 결합하여 스팀잇보다 조금 더 세련되고 건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브런치의 작가 검증 시스템과 클레이튼의 토큰이 결합되면 혹시 스팀잇보다 뛰어난 모델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여태까지 말했던 5가지 모델이 콘텐츠 플랫폼이 돈을 버는 모든 방식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과거 싸이월드(콘텐츠 플랫폼인지는 애매하지만) 같은 경우, 글을 쓰는 사람(콘텐츠 생산자)에게 과금을 했다.(...) 그 시절에는 도토리를 사야 스킨이나 배경음악을 깔 수 있었다. 더불어 플랫폼이 반드시 하나의 모델만 채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구독(유튜브 프리미엄)과 광고(15초) 모델을 적절히 섞어서 활용한다.
콘텐츠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똑 부러진 비즈니스 모델 하나면 플랫폼이 거대한 생태계로 단박에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돈 버는 모델이 없다면 서비스는 시름시름 앓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가입자 100만 명이 넘는 플랫폼은 기로에 서있다. 모든 글을 품는 울창한 '숲'이 될지 아니면 그저 그런 블로그 '나무'가 될지 사이에서 말이다. 모쪼록 브런치의 다음번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으시길 바란다.
*막상 다 쓰고 보니.. 내 일을 이렇게 고민했더라면 이미 뭐라도 만들었겠다 싶다. 미안해요 우리 회사...
[참고자료]
네이버·카카오 '적자 웹툰'에 수천억 쏟는 까닭은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8071117661#Redyho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98283.html
제2의 스팀잇(Steemit)이 되려는 당신에게
('스팀잇은 돈버는 블로그다'라는 일차원적인 해석이 아니라 그 구조 자체를 통찰한 매우 좋은 글)
*사전에 허락받은 비영리 목적의 사용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