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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Feb 01. 2020

다람살라...

라마교 법왕 달라이라마가 박해를 피해 망명한 곳.

                                  






마날리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헤어진 나는 마날리의 윤카페 사장님이 예약해준 밤 8시에 출발하는 다람살라행 투어리스트버스를 타기 위해 오토릭샤에 몸을 실었다. 


그 정류장은 주로 장거리 버스를 타는 곳으로 7시 30분쯤 도착하니 벌써 손님들을 기다리는 밤버스들이 10대 대기하고 있었다. 


그룹을 지어온 외국인들이 기사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올라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티켓 내용을 문자로 보내준단다. 


그틈에서 나는 씩씩하게 혼자 버스에 올라탔다 




새벽에 도착한 다람살라 


처음 레에서 탔던 작은 밴보다 다리도 올리고 몸도 조금은 뒤로 뉘일수 있는 리무진급 버스로 700루피(한 화 약 11,900원) 값을 톡톡히 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큰 규모의 시장에 멈춰선 버스는 기사가 아는 집인 듯한 과일가게 근처에 사람들을 내려주고는 10 분간 휴식이란다. 


과일이 비교적 저렴한 인도에서 먹음직하게 익은 바나나 3개를 사서 버스로 왔다. 


버스에서 바나나 1개를 먹고 물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골목 깊숙이 자리한 꽤 큰 규모의 한 호텔에 내려주고는 밥 을 먹으란다. 


늦은시간 버스를 탄데다 시간은 이미 자고 있어야할 새벽 1시경. 


속이 좋지 않았던 나는 토마토 수프와 이제는 매일의 일상이 된 밀크티를 시켜서 먹고는 버스가 서있는 밖으로 나왔다.


다람살라에 도착한 건 새벽 5시경. 


대부분의 버스가 아래 다람살라에 내려 주는데 이번 버스는 위까지 올라간다고 했던 윤카페 사 장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나는 올라가지 않는다는 기사의 말에 실망했지만 곧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인도의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하고 피곤 한 몸을 차에 실었다. 


그런데 역시 인도의 택시기사들은 다 그런 건지, 여기가 확실하다며 이상한 곳에 내려 주고는 달아나버린다. 


새벽시간 낯선 곳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것을 아셨는지 레에서 만났던 한국인 스님이 오늘 오는지 톡을 하신다. 


마침 숙소가 없어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나는 스님의 도움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홈스테이 ‘노란집’을 찾아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스님이 끓여주신 아침밥을 대접받고는 집주인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방을 받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서너시간 잤을까? 


이제는 일어나야겠다고 일어나니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다.




다람살라(Daramsala)는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 서쪽에 위치하며 해발고도 1,200m로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수 있다. 


티벳 망명정부가 들어선 곳으로 티벳 전통불교인 라마교 법왕인 달라이라마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람살라는 1950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때 영국인들의 휴양지로 이용되며 알려졌으나 보다 본격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것은 1959년 티벳을 탈출한 14대 달라이라마가 이곳에 정착하며 티벳 망명정부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다람살라는 아래 다람살라(Lower Daramsala, 1,200m)와 위 다람살라(Upper Daramsala, 1,700m)로 나뉘는데 아래 다람살라에는 주로 인도인들이 거주하며 위 다람살라에는 티벳 망명정부가 자리하고 있어 티벳인들이 주로 거주한다. 


처음에 버스에서 내렸던 아래 다람살라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약 500m 높은 고도의 멕레오드 간지(McLeod Ganji)에 갔다. 


먼저 노란집에 숙소를 잡고 장기 체류 중인 한국분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갈만한 곳의 정보를 얻었는데 그 중에 나의 관심을 끈것은 트리운드 트레킹이었다. 


초행인데다 아무래도 혼자 가는 산행에 대한 걱정으로 숙소에 있던 젊은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고 청해보았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어 결국 혼자가 보기로 하였다. 




초보자도 즐길수 있는 트리운드 트레킹은 인도 정부 산림청에서 관리를 하고 있으며 독일의 산림전문가에게 정기적으로 자문을 얻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맥그로간지에서 박수폭포 근처까지 올라가 전 세계인들이 요가와 명상수련을 하기위해 온다는 다람고트를 지나면 초록색 표지판이 나온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트레킹 시작점이 나온다. 


근처 매점 주인에게 물으니 입구를 알려준다. 


입구로 가니 산림청 직원과 군인인 듯한 사람들 3명이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여권을 요구한다. 


가방에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니 커다란 일지 같은것에 내 이름과 입구를 통과한 시간을 적더니 내려올 때도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다. 




아침 9시, 그렇게 나의 트리운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우기가 시작된 7월이라 방수 배낭에 우의, 그리고 간식, 여벌옷 등을 챙겼다. 


나처럼 혼자 온 현지 인도인 한명이 작은 가방 하나 없이 오르고 있었다. 


조금 오르기 시작하니 오른쪽으로 철조망들이 나타난다. 


원래는 없었는데 1, 2년 전쯤 실족사고가 난 이후로 낭떠러지 부분에 설치했다는데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보기 좋지는 않았다. 


철조망을 조금 지나자 딸랑딸랑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 보니 짐을 등에 잔뜩 실은 당나귀들이 오고 있다. 


차량이 오르기 힘든 지형이다 보니 이곳도 당나귀들이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1시간 여를 오르자 나무 표지판에 매직뷰라고 쓴곳이 나타 났다. 


표지판에 쓰여있는대로 확트인 뷰가 나를 반겨준다. 


하지만 우기가 시작된 7월의 트리운드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며 매직같은 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4~6월 사이에 와서 설산 배경의 확트인 뷰를 봐야겠다 다짐했다. 


출발 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정보에 의하면 약 5시간 걸리며 비교적 쉽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 늘 지니고 다니던 스틱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매직뷰를 조금 지나자 작은 티샵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단체 캠핑객인 듯한 인도인들이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먼저 와서 인도의 국물 없는 라면 메기와 찌아를 홀짝이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젠 습관처럼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하고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는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밀크티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곳 트레킹도 3,000m에 가까운 곳이라 대부분 트레커들이 오르기 버거워하는 경우가 대부분, 고산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오르기전 충분히 고산적응을 마친 후 오길 권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이곳에 오르기전 4,500m인 레에서 지낸 때문인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가는 길은 바위산이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구간이었지만 흙산이 익숙한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지 나보다 먼저 오른 인도인들이 차츰 뒤로 처졌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입산 수칙이 인도어와 영어로 안내되어 있다.





2 트레킹 코스의 첫 번째 티샵, 차와 간단한 스낵을 만들어 판매한다.


 3 티벳의 청년운동가 쿤상 텐징의 희망 카페 겸 갤러리 내부 모습. 


4 멕레오드 간지에 택시와 오토릭샤가 주차된 모습.




안개를 뚫고 미끄러운 바윗길을 헤치고 오른 2,975m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넓디넓은 잔디로 이루어진 평지였는데 비와 안개로 인해 한치앞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 곳에는 이미 독일인 남미인 등이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정상에도 간이 티샵을 차리고 관광 객들에게 차와 인도인들의 대중 간식이자 식사인 메기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니 돌로 제법 잘 만들어진 건물이 있어 가보니 인상 좋은 인도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롯지의 주인이었는데 날씨가 우기로 접어들어 손님이 없어 슬퍼하고 있었다.


이곳에 롯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준비없이 하루를 맞이하는것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또 언제 다시 이곳을 올까하는 마음에 과감하게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아래와 비교해서 음식 값이나 롯지 비용이 그다지 저렴한편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상 잔디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염소







트리운드 정상에서 본 별이 있는 야경.




남걀사원의 달라이라마 


배낭 안에 혹시나 하고 챙긴 구스다운재킷, 고어텍스재킷, 우비를 빼고는 따뜻한 바지한벌 챙겨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기니 괜찮겠지 생각했다. 


텐트에서 잘경우 텐트와 침낭을 빌리면 1인에 500루피 라고하니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여러명이 쓰던 침낭을 쓰긴 조금 걱정되어 그냥 롯지에서 숙식을 하기로 하였다. 


롯지 주인아저씨가 피워준 난로불을 쬐며 인도라면 메기에 밀크티를 홀짝이고는 추워진 날씨에 혹 고산이 올까 싶어 체온 유지에 신경을 쓰며 이불 두개 를 덮고 날진 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안고 잠이 들었다. 


일찍 잠이 들어서일까? 


눈을 뜬 시간은 새벽 6시, 


밖으로 나가니 전날 흐려서 보이지 않던 정상 뷰가 보인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이고 초록빛 잔디가 펼쳐져 있었다.


혹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다려 보았지만 역시 우기인지라 화려한 일출은 볼 수 없었다. 


아침으로 달걀 프라이와 토스트 한 쪽을 먹고 밀크티 한 잔 받아 밖으로 나와 뷰를 간식 삼아 한참을 앉아 있었다. 


무념무상, 아무생각 없이 앉아 있었더니 어제 오는 길에 만났던 인도인 캠핑객들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그들은 텐트에서 묵었다고 하였다. 


침낭이 있었으면 나도 텐트에서 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며 천천히 짐을 꾸린 후 롯지 주인과 인사를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에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신선한 풀을 뜯는 염소 떼를 만났다. 


저 위에 홀로 올라가 나를 내려다보는 염소도 있었다. 


지난 번 마카밸리에서도 느꼈는데 인도는 짐승들이 사람을 봐도 무서워하지 않고 피하지 않는다. 


전날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은 그늘진곳은 천천히 주의하며 뛰다시피 내려오니 2시간 남짓 걸려 입구에 다다랐다. 이른 시간에도 산림청 직원이 입구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앉아서 트레커의 출입을 체크하고 있었다. 


올라올 때처럼 여권을 보여주지 않고 어제 왔던 시간과 이름을 체크한후 웃으며 인사를 한다. 




숙소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스님과 함께 달 라이라마가 기거하신다는 남걀사원에 가 보기로 하였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 내려가자 바로 사원이 보였다. 


들어간 날 마침 법론 강연이 있는지 일반인과 라마승들이 각 영역에 나뉘어 앉아 있었다. 


우리나라 스님들이 조금 억제되고 예의를 갖춘 느낌이라면 이곳의 스님들은 좀 더 인간미가 있다고 해야 할지, 뭔가 친근한 느낌이다. 


실제로 내가 갔던 로컬 모모집은 티벳 스님들이 식사를 많이 하러 오는 곳으로 사복을 입고 있는 스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님과 함께 사원 주변에 차가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 부단에 갔다가 우연히 티벳 청년 운동가 쿤상 텐징(Kunsang TenZing, 33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티벳인들은 5살경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단체로 기숙하며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티벳인들은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데, 쿤상 또한 학교를 졸업한 후 23살 나이로 NGO를 통한 환경운동 그리고 독립영화제작 (‘Stories of Tibetians’라는 제목의 1분 다큐멘터리) 등을 하며 티벳인들은 나라가 없을뿐 보통 사람이며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현재 ‘희망’이라는 이름의 카페(HOPE Cafe & Gellery)를 맥레오드 간지에 운영하며 티벳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힘쓰고 있다. 




예기치 않게 쿤상을 만나고난 후 스님과 점심을 먹으러간 모모집에서 한국에서 티벳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러 오신 젊은스님을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고 평소 자주 가신다는 카페로 안내하셨다. 


그동안 여러번 지나곤 했던 길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온 2층의 카페였다. 


겉으로 보기에 큰 기대가 되지 않았던 때문인지 함께 들어간 내부의 모습은 편안하고 인도 내에서 볼 수 없었던 편안한 풍경이었다. 


먼저 와 계신 한국의 승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으나 스님의 소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가 우연히 여행 왔던 인도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고 또, 티벳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 후 어여쁜 딸까지 얻게 되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이 아닐 다람살라 그녀는 영어는 물론 티벳어까지 능통하여 현재 달라이라마의 측근에서 일을 도울 정도로 티벳인으로 자리매김을한 모습이었다.


 혼자 트리운드에 다녀왔다는 나의 말에 금세 친근감을 표시하며 빠른 속도로 트레킹코스 등에대해 정보를 주셨다. 


며칠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항공권이 예약되어 있는 상황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내가 그동안 다녔던 그 어떤 곳보다도 볼거리, 특히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곳, 인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마지막이 아님을.....



포카라여행사(jrpo****)

https://cafe.naver.com/jrpokara/464   

- 사람과 산 2020년 2월호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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