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by 수필버거

담배 피러 1층으로 내려갔다.


드물게 오가지만

행여 사람들 불편할까,

인적 없는 골목으로 흘러들었다.

짧은 골목.

왼쪽은 폐가.


좁은 골목이 끝나는 저 앞에 이파리 몇 장 남지 않은

나무가 덩그러니 서있다.


사진을 찍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까만 비닐 봉다리가 있다.


주머니에 넣던 폰을 다시 꺼내 사진을 찍는다.


그냥 그랬다.


가끔은,

그냥,

그러고 싶은 대로 그래도 되지 않나.


왜 그랬나

이유를,

어찌 그리 됐나

원인을,

어찌 될 것인지

결과를,

따져야 하나.


그냥.

하고 싶다.


그냥.

불쑥

했다고 하고 싶다.


'아무 뜻이나 조건 없이'

'그냥'의 사전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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