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충만한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는 환상만 있다
맛나게 차려진 커피 한잔을 값싸게 마실 생각만 하지, 지금 그 커피를 만들어낸 시스템이나 생태계, 준비된 바리스타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한국적인 환경이라고 단언한다. 국내 대기업은 안 변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과 매우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빈곤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예술가들이 몰린 다음 그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긴다. 당연, 그 지역의 관심과 손님들이 북적인다. 그러면서, 도심의 중상류층이 유입되면서 임대료 시세가 오르게 된다. 그리고, 대형 프랜차이즈점들이 그곳을 지배한다. 결국, 가난한 예술가들이 떠나면서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현상과 똑같다.
국내 대기업은 자신들의 인프라 위에 올라오는 이익만을 쟁취하려 하고, 같이 공생할 생각조차 없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떠나보내는 하늘 위의 슈퍼갑 건물주님과 똑같다. 아니, 별반 차이 없다.
대기업이 슈퍼갑질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는 그렇다.
어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 관심 있다고 하고선 중요한 모델이나 구성 방법, 기술적인 요소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자세하게 듣고서는 거의 똑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아예 스타트업을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특허가 걸려있거나, 특이한 모델의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서 길고 긴 자본력 싸움을 걸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스타트업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자신의 개인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 사업 자체를 망가트리거나, 방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대기업의 복잡한 프로세스는 그 일이 그런 가치가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게 한다.
이렇게 망가지는 프로젝트를 과거에도 보았고, 현재에도 보고 있다. 슬프다.
물론, 한국의 대기업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해외의 대기업이 갑질을 하는 경우도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해외에서는 풍부한 아이디어나 선도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을 상당한 금액으로 M&A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유독 국내의 사례는 그렇게 없느냐는 것이다?
아! 반대로 제대로 인수해서 성공한 사례도 없다. 참 아이러니하다.
페이스북의 사용자들은 이미 노후화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이 적게 사용하면서 인스타그램으로 주된 관심이 넘어간다고 했을 때에 그들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창업 18개월 만에 인수했고, 당시 인수 금액은 10억 달러에 달했다. 왓츠앱의 인수도 그러하다.
국내의 서비스업체들은 비슷비슷한 서비스들을 서로 만들면서 공명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거나 물량공세나 저가경쟁 등으로 아예 시장 자체를 제대로 키우는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듯한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M&A가 적게 발생되는 이유 중의 하나에 대해서 대기업 공정거래법 적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엄청 방대한 대기업의 복잡한 생태계를 조성하게 한 재벌적인 구성 방법이 그 근본적인 문제의 첫 번째 단초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경계선을 뛰어넘거나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시스템과 생태계를 포용하고 있는 재벌 중심의 대기업 생태계는 내부에서 그런 틀에 대해서 완강하게 반항하고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국내 대기업의 가전업체에서 '앱'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OpenAPI를 만들거나 연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 때에 리모컨 부서가 반대하고 나선다거나, 이미 통신사에서 감가상각이 끝나고 무료 플랫폼화 될 수 있는 SMS생태계 또한 대기업 영업 부서에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밥그릇 싸움에 휘말린다거나, 국내 전자업 게에서 스마트폰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에 '허가'나 '인증'의 프로세스에서 서비스를 좌지우지하는 부서와 담당자들이 극렬하게 반응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슬프지만, 모든 것이 소수의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서비스를 주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체계나 주변 환경으로 구성되어진 한국적인 환경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만 빼먹는 행태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한 것은 그나마, 카카오가 재벌의 구성 형태를 가지고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우 다행하게도, 대기업의 규모로 인정받게 되는 카카오나 NHN의 경우에는 그러한 일들이 기존의 재벌급에서 벌어지는 이해당사자들의 내부 혁신 불가 프로세스가 그나마 덜 가동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구성 형태는 금융이나 의료와 같은 복합적인 도메인이 중시되는 생태계에서는 기존의 규칙을 붕괴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O2O기반의 서비스들에게는 매우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슬프지만, 토스의 송금 아이디어와 카카오의 논란은 이미, 대 기업화되어버린 또 다른 생태계의 재편을 보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을 승인하고 매우 당연하게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중하는 이사회의 '재질'문제가 가장 크지 않나 하다. 타인이 먼저 시작한 아이디어와 협력하여 시장을 구성하기 보다는, 그 정도 아이디어쯤이야 만들어서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문제 아닐까?
안타깝지만, 해외의 MBA 수련과정에서 제대로 된 이해를 받지 못하고, 공격적인 프로세스에만 집중적으로 트레이닝받은 단기적인 이익에만 전념하는 과정만을 외워서 온 사람들도 문제이다. 제대로 MBA 과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전체적인 시야나 발전적인 방향도 같이 고민하고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제대로 된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활동하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국내에 유입되어 대기업의 DNA와 결합하면서 만들어 놓은 이 상황을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눈을 돌려 중국의 거대함과 신속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최신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란 사실이 하나 발표됐다. 그것은 중국 비즈니스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기업이나 사업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중국 비즈니스의 비밀 아닌 비밀 중의 하나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군벌처럼 자체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규칙으로 다양한 이권사업들이 진행되었고, 그 비즈니스는 무기, 자동차, 부동산 등의 일반적인 민간 경제 분야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중국 비즈니스는 중국 공산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 그 이권을 금지한다는 조치가 발효된 것이다. 자체적인 불합리함을 매우 빠르게 개선하는 혁신은 중국이 거대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CCTV '창업영웅환(创业英雄汇)'이라는 프로그램은 2014년 12월 26일부터 시작된 중국 중앙정부의 크라우드펀딩 투자 예능인데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창업자가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나를 뽑아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이런 서비스와 유사한 SBS의 '투자자들'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예능프로그램을 5월 15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이 역시 자금을 다루는 속도가 더 빠르게 고속화되고 있는 중국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고속으로 혁신적인 사회로 변화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아직도 한국형 OS를 만들어 기존 공공 납품의 신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국내의 한 단면적인 사실들을 보면 매우 실망감도 높아진다.
슬프게도 국내 대기업과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 기업과 상관없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슬플 뿐이다.
아래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첨부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082245005&code=990105
기사의 제목을 보면, 'LG전자, '협력사 죽이기'에 면죄부 준 검찰'이라는 기사이다.
특정업체를 지정하기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이유가 있을까? 냉정하게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방법으로 스타트업을 죽이는 비법(?)들이 알려져 있다.
냉정하게 국내 대기업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사례를 찾는다고 해도, 매우 희귀한 자료들이고, 특수한 케이스들 뿐이다. 그러니,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국내 대기업과 그다지 친해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겠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더 심플하게 설명해보자.
대기업의 임원은 인수에 대해서 부정적일 것이다. 엄청난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임원들은 그 책임을 떠 안으려 하지 않으며, 한국내의 시작 규모로는 인수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해외의 성공한 것들을 따라서 하는 경우에는 실패하도 자기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보다는 복제를 선호하게 된다.
대기업의 직원들도 거의 비슷하다. 대기업의 특성상 자기가 무엇을 하는 직원은 없다. 대부분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냥, 보고용으로 다른 곳에서 하는 것들이거나, 책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조직 구조상 대기업은 임원은 인수 생각이 없고, 직원은 복사하려고만 한다. 그냥,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무능하다고 보면 된다.
ps.
국내의 몇몇 O2O스타트업의 BM을 꾸준하게 관찰하고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필요해서 '인수'를 하는 생태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흉내내기 쉬운 BM, 복제하기 쉬운 BM이 문제이며, 제대로 지키지 못한 스타트업의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업적인 냉철한 시각으로는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지적에 대해서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기업이 동네 빵집을 대신하고, 동네 슈퍼를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대체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바라보고, '힘'의 논리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글쟁이의 몫이거나, 전문가의 이야기가 아닌것 같습니다.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결국.. 비대면 서비스에 밀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냥, 힘겨루기 정도로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설명하기는 제가 부족한것 같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한국적인 생태계에 대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