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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얼리 Aug 27. 2019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라는 변명

자신이 없을 때 어쩐지 꺼내어 놓는 말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굳이 왜 이런 말을, 싶어지는 말. 스스로 흡족할 수 없는 소갯말을 가끔 맨 앞에 꺼낸다.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온도 차를 움찔 느낄 때, 바짝 얼어 이 카드를 내밀고 만다. 고작 순간적인 안전함을 느끼려고.


내가 기껏 '평범한 직장인'인가. 관심사가 이리저리 튀어 오르고, 내세울 재주도 몇 가지나 되는데. 소개팅에 나갔을 때 같은, 나를 힘껏 어필할 만한 자리에서는 매력적인 키워드와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을 펼쳐놓는데. 그럼 상대의 몸은 자꾸 앞으로 기울고, 반짝반짝한 화제로 몇시간을 금세 지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 말고 좀 우물쭈물해지는 순간에 또 이렇게 되어 버린다.


아, 저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어서요.


시 창작 수업에서 다시 방패를 둘렀다. 돌아가면서 한 명씩 각자 끼적거렸던 것을 읽는데, 앞의 사람들이 내놓는 것들에 자꾸만 탄성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새롭고 이상하고, 한편 아름다운 문장들을 나는 가만히 앉아 듣고 있었다. 순서가 다가오는 내내, 괴로워질 뿐이었다. 나는 왜 고작 나인가, 나는 왜 이렇게 얄팍한가, 하고.  



막연하게 창작을 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예술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를 때마다 독특한 무드의 집단에서 어울려 보려고 기웃거렸다. 그때마다 압도적인 아우라를 가진 사람들을 새로이 발견해냈다. 나는 절절하게 부러워 한다. 제스처가 근사한데 또 꾸밈 없이 자연스러운 사람, 눈빛은 살아있고 발성은 정확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의 단어를 적절하게 잘 배치하는 사람을. 이런 무리 안에서는 내 자신이 너무 또렷해지는 게 문제다. 어설픈 목소리, 빈약한 단어, 부족한 내공. 풍성하게 갖추지 못한 어설픔이 온통, 다.


나도 자연스럽고 싶은데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맥락에 맞게 말하고 싶은데요.


회사원으로 사는 것이 문득 괴로워지고, 예술이랑은 제일 멀리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을, 고작 잘 파는 법을 연구하는 사람인 것을 자주 슬퍼하면서. 그러면서, 직장인이라는 걸 이렇게 영리한 핑계로 다루고 만다. ‘기대보다 좀 실망스러우셨다면, 그건 제가 일과의 대부분을 회사에서의 과업들을 처리하노라고 정신이 팔려 지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하면서. 


이만큼 이해받기 위해 이보다 더 확실한 건 없다고 또 안심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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