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이쯤 되면 계속해서 우울증으로 부르기보다 우울병으로 분류해야 하는 건 아닐까.
우울증은 겪고 있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겠지만 본인이 겪는 아픔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다. 물론 내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게 다 디그니타스(Dignitas) 때문이다.
디그니타스 - 미 비포 유(Me before you) 영화나 책을 본 사람이라면 혹은 조력자살이라든지 안락사에 대해 검색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연관 검색어.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회원으로 받아주는 유일한 곳.
미 비포 유, 내게 이 영화는 5년 전 프랑크푸르트를 향하는 기내에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본 영화로 기억된다. 출장길이고 기내이기도 해서 너무 슬픈데 소리 없이 우느라 나중엔 참아낸 슬픔으로 목젖이 욱신거렸다. 그때 독일을 거쳐 스위스 취리히도 함께 다녀왔으니 나와 디그니타스 - 그곳을 괜히 연관 지어 생각하고 있음에 깜짝 놀란다.
잘 쓰는 글도 아닌데 매번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자주 우울함과 슬픈 글을 쓰게 된다. 그때마다 매번 언급하지는 않지만 사실 나는 여러 번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최근에는 정신과 진료로 원장님을 만날 때마다 울며 진료실을 나왔다.
"그래요,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라는 정신과 공식 질문부터 울먹이다 왈칵 울어버린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의 일부가 공유되는 원장님이라.
누군가에게 비치는 2021년 4월, 내 일상은 꽤 안정적이었다. 9시 출근과 6시 퇴근을 하며 규칙적으로 일했고 아주 크게 아픈 곳도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더 이상 버티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이걸 가능성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러다 몇 주 전부터 디그니타스가 떠올랐고 처음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원 자격에 관해 꼼꼼히 읽었다. 반드시 불치병임을 증명해야 하기에 원장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제가 디그니타스에 갈 수 있을까요?"
원장님은 이렇게까지 말하는 내 모습에 공감은 했지만 "우울증은 충분히 치료 가능합니다"라고 위로하려 했다. 이 말이 내겐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라는 말처럼 다가왔지만. 그래서 난 생각한다. 우울증은 우울증이 아닌 우울병이 아닐까 하고.
결국 원장님은 약을 추가했고, 힘들 때는 누구에게나 고려할 수 있는 입원 치료에 대해 처음으로 설명했다. 계속 그 생각에 머물 땐 언제나 병원에 오라고. 병원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주저 말고 응급실에 가는 것도 이상해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