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Qigong 둘째 날, 학생들이 수업 전 일찍 도착해서 얘기하는 걸 알기에 나도 좀 일찍 가보려 했는데, 숙소에서 시간을 끌다가 거의 수업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참고: Qigong은 한국어로 ‘기공’인데, 중국에서 유래한 기 운동이다.)
수업 장소에 도착하니 수업 전 다들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아 좀 떨어진 곳에 앉았다. 곧이어 내 뒤에 서양 학생 한 명이 늦게 와서는 그늘을 찾더니 내 옆에 섰다.
그러고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날 보며 말한다.
“You are courageous.”
순간 ‘응? 무슨 뜻이지. 아시아인으로 혼자 온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건가?’ 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업에서 나는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
“Me?”
하니 “yes because it’s very early. I am very lazy.. I didn’t want to come today bla bla”
‘아, 그 말이구나 ㅋㅋㅋㅋ 그래. 나도 그랬어’ 말하려다 말았다.
courageous라는 단어가 듣기 좋았다. 다음엔 ‘너도 그래! 수업에 왔잖아.’하고 말해줘야지. :)
오늘은 어제와 같은 동작을 했지만 선생님은 이론을 추가하셨다.
이번에도 너무 많아 다 기억은 안 나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정리해 본다.
“치공은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내가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자연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처음 무엇을 생각을 했나요?
어떤 쪽에 가까웠나요? 좀 쳐지고 다운되고 부정적이었다면 내가 의지(power of will)로 변화할 수 있어요. ”
“태어날 때 각자 일정량의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죽을 때까지 이 에너지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사일렌스에 있을 때 비로소 내 몸은 밸런스를 이루게 됩니다.”
계속 ‘다오이즘’이 들려서 ‘다오이즘이 뭐냥’하고 찾아보니 ‘Taoism’으로 도가이다. 도가에 문외한…
“도가에서는 세 가지를 얘기해요. Right Living, Right thinking, Spiritual 어쩌구(기억 안 나). 그렇다면 무엇이 ‘Right’한걸까요? 이 부분은 몇 주 뒤 천천히 얘기해 볼게요”
그러게. 도가에서 말하는 ‘RIGHT’은 무엇일까?
궁금한데 몇 주 뒤에나 알 수 있다니 못 들어서 아쉽다.
수업 중반부터 팔이 저려 죽는 줄 알았다.
팔로 뭐 많이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게 다 휴대폰, 노트북 때문인가? 내 어깨가 많이 안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건 내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옆 친구와 이야기하며 못 본 척할 수 없다.
지금은 와이파이도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폰에 화면도 못 박고 있게… 뻘쭘함을 온전히 느끼다 자연스러워지도록 말이다.
뇌가 고요해지게 말이다. 뇌 좀 가만히 놔둬!!
늦은 감이 있지만 태국을 몇 번이나 왔는데도 태국어는 제자리인 것이 조금 부끄럽다.
치앙마이 사투리 배우기 수업을 신청했는데 사투리 아닌 여행에서 유용한 기초 표준어를 좀 가르쳐 달라고 했다. 다행히 나 혼자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음.
알려 준 구글맵 링크로 Grab 타고 갔는데, 이상한 도로 한 중간에 내려주었다.
카페에서 만나는 거면 카페명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알려주었고 지도에 쳐보니 10분 남짓 걸어야 했다.
10분이 서울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여기 있어보니 이 땡볕에선 5분도 힘들다. 금방 땀범벅이 되어 속옷, 겉옷은 젖고 남은 하루 몸에서 쉰 냄새가 날 거란 생각에 짜증이 나려 했다.
차가 지나가며 먼지 이는 도로를 걸으려니 코가 더 막혀오는 듯하다.
그렇게 겨우 구글 지도를 보며 따라갔는데 그 길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들어가야 해서 다시 돌아가서 다른 길로 꺾어야 했다. 오 마이 갓,
‘ 아, 내가 이 작은 걸로도 짜증이 나는 인간이구나.’
오랜만에 스스로가 더위 앞에서 보잘것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태국어 수업을 하며 흥미로웠던 점.
- 태국어는 산스크리트어랑도 닮았고 여러 영향을 받은 것 같단다. 그녀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 태국어에도 성조가 있다. 헙. 그래도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하란다. 다들 알아들을 거라고.
- ‘눈물’이 한글처럼 눈+물이라는 게 재미있었다.
- 태국어 문법은 간단하고 쉽지만 읽기는 어렵다.
나랑 비슷한 연령인데 외식업 사업을 하는 게 멋져 보였다. 수업도 스피킹으로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어서 또 듣고 싶어 졌다는! 심플한 것들을 내일 한번 써먹어 봐야겠다.
혼자 여행한다는 건 모르는 곳에 떨어져 두 손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또 닦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