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_ 들어가며

세상 떠나신지 10년 만에 발견한 아버지의 자사전

by 윤지상

아버지께서는 지난 2011년 8월 11일 한 많은 세상을 떠나셨다. 부자지간이 그렇지만 딱히 깊은 대화도 못했기에 돌아가시고 나서 무척 많은 것을 후회했었다. 한국전쟁으로 삶이 크게 변하시고, 죽음과 삶의 경계를 건너시며 초월한 사람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다 가신 우리 아버지. 그런데 어느날 이사를 위해 짐을 뒤지던 때 노트 몇 권을 발견했다. 그 노트를 넘기자 아버지가 환갑 기념으로 찍으셨던 어머니와의 부부 사진이 툭하고 떨어진다. 그리고 노트 첫 페이지에는 머릿말이 쓰여 있었다. (여기까지는 옮기는 사람 작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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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인생 칠십이 되니 모든 것을 정리할 시간이 된 것도 같고 또 자식들과도 깊은 대화 없이 살다보니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할 시간도 없을 것이며 특히나 모든 부귀와 영화를 버리시고 40대에 신품성사를 받고 성공회 신부가 되고 20년 만에 북한 공산당에 의해 순교하신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더욱 아는 것이 없을 것이고, 그저 순교자셨다는 막연한 이름만을 알뿐인 .. 너희들에게 너희 할아버지가 또 내가 살아온 생활 속의 희,비,애,락을 기록으로 남겨 조상이 살아온 길을 이해 해주면 고맙겠다.


기록은 산문 형식으로 그때 그때 체험한 것을 기록한다.


1996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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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때는 내가 결혼을 하고 3년차 되던 해였을 것이다. 나름 신혼이었지만, 당시 뇌출혈로 두 번째로 쓰러지신 어머님이 말씀도 못하시고, 행동도 자유롭지 않아 아버지도 나도 아내도 한 집에 살면서 병간호에 여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팔고 없어진 서교동 단독주택에서 그렇게 마지막 2년을 더 보낸 후 IMF가 터졌고, 난 아이를 얻었다. 손자가 태어난 후 며느리를 배려해 한 집을 팔아 분당에서 두 집으로 같은 아파트에서 나눠 이사를 하며 30여년을 살았던 서교동과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 자서전 어딘가에 아마 그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 이야기라는 연재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허심탄회하게 올려 두려고 한다. 나중에 나의 아들이 이 글을 볼 수 있을 때 또 다른 많은 것을 느끼고, 할아버지를 그리고 나를 추억할 수 있다면... (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