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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Brunch
By Sustain Life . Mar 17. 2017

봄을 닮은 한 끼

오므라이스







 일 년 중, 가장 애매한 시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않고 겨울과 봄의 경계에 멈춘 지금을 말한다. 벌써부터 봄이 왔다는 소식에 부피가 큰 겨울 옷을 서둘러 정리하고 나면, 여지없이 불어닥치는 꽃샘추위. 옥상 정원에 씨앗이라도 파종할라 치면, 무사히 겨울을 넘긴 과실수 가지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새순이 밤새 냉해를 입어 갈변한 모습에 낙담을 하고. 사람들에게 의례히 건네는 봄 인사에 '추워 죽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제철 맞은 봄나물이 시장에 간간이 눈에 띄긴 한다만, 그렇다고 식욕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이토록 애매한 계절의 경계에선,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하며 더디게 오는 봄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몸도 마음도 피로감에 젖은 날 속에서 내 눈 앞에서라도 형형 색색의 봄을 만들어 내야겠다. 자투리 야채를 맛있게 볶아 붉은 케첩 듬뿍 올리고, 개나리 노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란 듬뿍 얹은 오므라이스로 말이다. 




 당근, 양파, 호박, 버섯. 각각 수확철이 다른 채소들이지만 일상의 음식에서 너무나 친숙해진 식재료 이므로 계절과 상관없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제철을 맞이하면, 조금 더 알이 굵고 신선하며 퍽 싼 값에 구할 수 있긴 하다.  


다듬어진 형형 색색의 야채 더미에서 더디게 오는 봄을 느껴볼까?

 


야채들이 반투명하게 익어갈 즈음, 뜸 들이는 중인 밥솥 확인하러. 



 호기롭게 그 편리하던 전기밥솥을 치우고 열심히 솥밥을 지어 먹고 있긴 한데 솔직한 마음으로 한 번씩 귀찮음이 밀려온다. 구수한 누룽지 숭늉에 위안을 삼으며, 더욱 맛있는 솥밥을 위해.. 



 볶음밥 양념은 보통 굴소스 + 피시소스 + 크러시드 페퍼 + 후추 + 약간의 허브(바질이나 파슬리) 정도로 맞추는 편이다. 




 말하자면, 요즘 스크램블드 에그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사실은 오믈렛은 내가 만들 수 있는 범주 너머에 있기에 마구 헤집었달까..



형형 색색의 볶음밥 위로  붉은 케첩 듬뿍 뿌리고. 


 

개나리 노오란 계란을 덮어주면, 



 애매한 봄날의 형형 색색 오므라이스 완성. 내년부턴, 아무래도 서둘러 봄맞이하는 호들갑을 줄여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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