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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브런치_나와 당신의 일요일
by Sustain Life Aug 06. 2017

자투리 채소 덮밥

비움의 미학





 

여름의 흔적을 들춰 내며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선한 여름 채소를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철을 맞은 수확 시기와 그에 따른 공급량, 변덕스러운 기후 등 여름의 먹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시세가 오락가락 하기도. 그래서 얻게 된 생활의 팁이라 한다면 신선한 여름의 수확물이 가판대를 풍성하게 점령한 시의적절한 어느 때에 값싼 채소를 한 아름 사다가 냉장고에 쟁여놓는 것.


 하루 이틀 정도는 이 여름의 맛을 조리하는데 신나게 열정을 쏟아붓는다. 참기름과 소금, 국간장을 배합해 밑반찬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각종 요리의 부재료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그 열정이라는 것은 한여름 고온 다습한 기후 속에서 풍성하게 살 찌워 식탁에 오른 계절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그러나 달아오른 불덩이는 언젠가 식기 마련, 훔치고 싶을 만치 기다려 오던 여름은 하루 이틀 흘러감에 따라 어느덧 생활에 녹아들어 지루한 일상의 연속과 궤를 맞추어 가고, 그저 그런 나날들 속에서 머지않아 다가올 청량하며 산뜻한 또 다른 계절감을 꿈꾸게 하는데.


 여름의 시작과 동시에 반도를 점령한 장마전선은 어느덧 저만치 물러섰고, 휴가와 휴일과 태풍이 겹친 여름의 끝자락에서 냉장고 속을 뒤적이며 여름의 흔적을 들춰낸다. 휴일의 잉여력이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냉장고 정리 _ 계절의 끝자락에서 비움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며.


 


 신선하며 풍성한 여름 채소를 펼쳐 놓으며 _ 언젠가 먹어본 적 있는 대만 스타일의 채소 볶음 요리를 구상하고 있었지만 결과물이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



 가장 좋아하는 칼질 _ 일명 '마구 썰기'. 아무렇게나 어슷썰기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 하는데 도마 위에 놓인 채소가 리드미컬하게 춤추듯 썰려 나가는 것이 일종의 쾌감을 가져다주는지도. 더 그럴듯한 사실은,  마구 썰어 놓은 채소의 넓은 면적이 양념을 잘 흡수해 맛을 끌어올리는 이유에서 겠지만.



 한여름 양껏 물오른 신선한 채소는 꽈리고추. 고추의 꼭지를 떼어내면 늦봄에 만개했을 하이얀 고추꽃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갓 스쳐간 계절감이 다가온다.



연중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버섯은 제철이 따로 없지만 신선한 여름 채소 틈바구니에 섞여 빛을 발하고.  



늦봄에 쟁여놓은 봄 마늘, 지금 즈음이면 알싸하고 매콤한 풋내가 적당히 숙성되어 있을 것이다.



 채소 요리의 맛을 풍부하게 끌어올려 줄 부챗살 또한 냉동고 정리 중 발견, 비움의 미학을 몸소 실행하는 어느 휴일.



햇마늘 향을 덧입힌 기름에 마구 썰기 한 여름 채소를 볶다가,



 고기를 한 데 넣고 센 불에서 겉만 살짝 익을 정도로 볶아 준 뒤 다시 불을 낮추고 <소금, 후추, 굴소스, 피시소스>로 적당히 간을 맞춰 간다. 기호에 따라 크러시드 페퍼를 첨가해도 좋을 듯.



갓 지은 고슬고슬한 흰 밥 위로 팬에서 건져 올린 나온 자투리 채소 볶음을 듬뿍 얹어, 고명으로 통깨를 살살 뿌려 주면 _




한 그릇 가득 채운 비움의 미학


자투리 여름 채소 덮밥 _ 2017, 여름의 휴일




끝자락에 다다른 여름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magazine 선데이 브런치_나와 당신의 일요일
지속가능한 작업과 조화로운 삶, 그리고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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