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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Jul 03. 2023

요즘 밤에 산책을 한다

집에 누워있다 보면 참으로 한심해질 때가 있다.


눈을 떴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아주 밝을 때가 여러 날이다. 그러면 무언가를 깨닫고 나가면 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쉽지가 않다.

누워서 더 이상 볼 것 없는 유튜브를 보거나, 나는 절대로 될 수 없을 것 같은 셀럽들의 세상인 인스타(이젠 삭제해 버렸다.)를 염탐하거나 하면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나있고, 딱히 배는 고프지 않다.(식욕이 없는 삶은 참으로 불행하다고 하지만 딱히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나름의 반복된 하루계획을 머릿속에 세워 놓은 나는 일어나야 한다. '나가야 된다'만 30번 이상 생각했을 때 드디어 일어나 씻고 목적이 불분명한 외출을 하게 된다. 요즘은 늘 똑같은 반복이지만 밥은 햄버거를 먹고, 마주 보고 있는 카페 중에 어느 곳을 가야 내가 매일 여기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할까를 고민하며 카페로 들어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이쁘게 포장하는 작업을 한다.(추후에 이 포장하는 작업도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러한 하루를 지나다 보면 어느새 세상은 어두워지고, 그 어둠에서 난 드디어 정신이 또렷해지고, 이상한 용기가 생긴다. 나가고 싶은 용기. 집에 다시 들어왔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나가야 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밝은 외출을 하고 나서 할 것 없는 집에서 다시금 어두운 외출의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나간다. 잠옷을 입고 마치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내가 있는 곳은 밤에도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어느 곳에서나 그렇듯 새벽시간이 되면 동네는 조용하고, 사람이 없다. 간간히 밤에도 사람들이 무얼 그리 먹는지 은혜로운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모습은 보지만 누가 여기서 갑자기 날 죽이려고 한다고 해도 모를 정도로 조용해진다.

가끔 걷다 보면 가로등이 무슨 게임 안에서 꼭 밞아야 하는 벽돌처럼 듬성듬성 그 어둠 속에서 피어나 있는 걸 느낀다. 굳이 어둠 속을 걸어 다니며, 동네 순찰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두 손에는 냄새가 안 난다고 자부하는 전자담배와 속이 아파서 피한다는 명목의 얼음컵 안 수정과가 들려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음걸이에서 꽤 경쾌하게 난 두리번거리면서 아무도 없는 이 밤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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