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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Aug 14. 2023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을 발견했다

희망 깃든 상상

가끔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부분을 해결하거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보며 느낀 건 정말 저게 가능할까였으며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도 그러하게 미래에서 온 사람이 있지 않을까 웃긴 상상을 해본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블랙홀과 같이 질량이 무거운 중성자 별이 폭발할 때 생기는 중력의 힘으로 맴도는 몇만 km나 되는 큰 원통 기둥 안에 들어가 나오기만 하면 중력에 의해 생기는 시간차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글을 적으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쓰고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야기로 가능하다고는 한다.(사실 위에 글이 무슨 말인지, 저게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단순 판타지로 치부될 과거로의 회귀와 같은 여러 장르는 과학적이나 상상이나 여전히 꼭 해보고 싶은 일이긴 하다.


로또번호를 기억해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 테슬라 주식이 저점일 때를 기억해 돌아가는 상상, 비트코인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를 기억해 돌아가는 상상. 주로 돈과 관련된 바람으로 가득 찬 상상들이지만, 그게 정말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고등학생 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어 봐야겠다 상상한 적이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한참 빠져있을 때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낭만을 느껴보고 싶다는 직업의식 없는 상상을 했었는데 가까운 사람이 의사인 관계로 현실을 알고는 그 상상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걸로 멈추기도 했었다. 사실 과거로 돌아가 돈과 관련된 희망찬 계획 말고는 별 다르게 바꿀 게 없다. 지금까지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후회할 일이 있더라도 나의 습관 중 하나인 

"후회하지 않겠어?"

라는 물음으로 모든 걸 선택해서 조금 더 덜 후회하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바꿀 게 없었다.


산책을 하며 주위를 돌아보다 사람과 차가 없는 터널을 발견했다. 단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작은 산을 뚫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을 단축했으리라 생각하며 그 터널을 터덜터덜 걸어 들어갔다. 늦은 밤에도 유독 밝은 이 터널에서 내가 과거에 바꾸고 싶었던 게 있었던가를 생각하며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서 소리를 질러 보았다. 하염없는 메아리가 더 크게 울렸다. 터널 끝에 도달했을 때 난 생각 해보았다.

'한걸음만 더 걸어가면 과거로 간다. 언제로 가고 싶은가? 로또당첨번호를 기억했던가? 나의 20대는 한없이 보잘것없는데 가장 최근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등 보잘것없는 생각이 상상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한걸음 나서지 못하고 다시 터널의 처음으로 다시 왔다. 과거로 가는 터널이라는 상상을 하며 사진을 찍고,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을 했다. 고등학생 때? 두 번째 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녀를 만나기 전? 그녀와 헤어지기 전? 무엇이든 괜찮으니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바람으로 바뀌었다. 바꿀 게 없어 과거로 돌아갈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니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한없이 욕심이 난다. 


사실 난 선택을 잘하지 못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고 그건 나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나오는 결과로 만들어낸 선택들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 생각했던 거와 다르게 덜 후회할 수도 있는 선택지를 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선택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들을 줬다. 이 선택을 해서 다행이다라고 하는 것보다 이 선택을 해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경우가 더 많았다는 말과 똑같다. 즉 선택을 늘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불복에서 복이 나온 적이 거의 없으니....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후회를 달고 산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터널을 지나 어리숙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 나의 첫선택을 강요받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부터 나의 선택으로 생겨난 여러 경우의 나뭇가지들을 반대로 바꾸고 싶다.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A, B 선택 중 A만 선택했던 삶은 살아봤으니 이제는 B만 선택한 삶도 살아 봐야 하지 않을까?


다시 터널로 들어간다. 

그리고 터널의 끝에서 한걸음 내딛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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