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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X AI 018: 인문학은 인간을 예견 가능한 존재로 파악하는가?
바칼로레아 X AI 019: 역사가는 객관적일 수 있는가?
바칼로레아 X AI 020: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주는가?
이성주의에서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선택할 때, 이성적 사고나 합리적 판단이 행동을 지시하는 주된 '목소리'라고 봅니다. 칸트는 순수 이성을 통해 보편타당한 도덕 명령을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성은 개인의 욕구나 감정을 넘어선 보편적 기준이기에, '어떤 행동이 정당한가'를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적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이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나 욕망에 좌우되기도 하고, 사회적 압력에 의해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순수 이성만이 행동을 지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일부 철학적 전통이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행동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욕망, 감정, 혹은 무의식적 동기라고 말합니다. 흄은 "이성은 정념의 노예"라고 말하며, 우리의 행동은 감정이 정해 주고 이성은 그 감정을 실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적 충동이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큰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자각적 '목소리'는 무의식적인 욕망이나 충동을 합리화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행동이 욕망이나 감정, 무의식에 크게 좌우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성찰과 인격적 통제를 통해 다스릴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내 행동을 지시하는가?"라는 물음은 곧 "그것을 내가 어떻게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태어나 자라면서 사회, 문화적 가치관과 규범을 내면화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양심'이나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내면화된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습관일 수 있습니다. 특정 집단의 도덕 기준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가르치면, 우리는 그것을 자동적으로 "내가 이렇게 하기를 원한다" 혹은 "해야 한다"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가 정말로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내 안에 주입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양심"이라는 말을 통해 내면의 도덕적 판단 기준을 의미합니다. 양심은 잘못을 저지르면 죄책감을 느끼고, 옳은 일을 했을 때는 도덕적 만족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우리 행동을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종교적, 형이상학적 전통에서는 이러한 양심을 신성이 부여한 질서, 혹은 초월적 존재가 정한 보편적 도덕 법칙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칸트 역시 이성에 기초한 양심적 명령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행위 원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철학적 입장에서는, 결국 무엇이 행동을 지시하더라도 마지막 결정과 책임은 '나' 자신이 진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성, 감정, 양심, 사회 규범 등 다양한 '목소리'에 둘러싸여 있지만, 최종 선택은 나의 자유로운 의지로 내리는 것입니다.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자는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여러 '내적' 혹은 '외적' 요인이 있을지라도, 결국 내가 선택한 행동이라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게 됩니다. 이때 "무엇이 내 안에서 행동을 말해주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내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최종 결론을 내리는가?"라는 실존적 결단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주는가?"에 대한 답변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로 환원되기 어렵습니다. 이성은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서 작동하고, 욕망과 감정은 보다 즉각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촉발합니다. 사회, 문화적 규범은 개인이 내면화한 가치 체계로서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공하고, 양심이나 도덕 법칙은 개인이 느끼는 바람직한 선에 대한 내적 호소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자유의지와 책임의 차원에서, 우리는 어느 목소리를 따를 것인지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책임져야 합니다.
즉, 내 안에서 행동을 지시하는 '목소리'는 여러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이성, 욕망, 양심, 사회 규범 등 다양한 차원들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나의 실존적 결단과 책임의식이 이 모든 요소들을 통합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직 이것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다각도로 성찰하고, 그 복합적 구조를 인식하며, 그 가운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서 자유와 책임을 자각하는 일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