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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格物) - 문제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365 Proejct (163/365)

by Jamin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PM의 생존 가설

제1편: 격물(格物) - 문제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듯,
사용자의 삶과 문제의 본질을 탐험하라


"오늘 우리가 마주한 '문제'라는 사물의 이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품 관리의 여정은 종종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 즉 '사물'의 본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되곤 합니다. 유교 경전 『대학』의 팔조목 중 첫 번째 덕목인 격물. 이는 단순히 "사물을 관찰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궁구한다"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송나라의 대학자 주희는 격물을 "사물 하나하나에 내재된 이치를 깊이 탐구하여 그 궁극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 풀이했습니다. 반면, 명나라의 왕양명은 "각 사물에 대해 내 마음속 양지, 즉 선천적인 앎을 바로잡고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해석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현상 너머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를 통해 앎을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PM에게 '격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회의실의 차트와 데이터를 넘어, 사용자의 삶과 문제의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현상 너머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와 '본질적인 필요'를 탐구하는 치열한 자세일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설, 선입견, 과거의 성공 경험이라는 '색안경'을 잠시 내려놓고, 문제의 '맨얼굴'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용기이기도 합니다.


PM의 격물: 사물의 이치와 마음의 양지 사이에서 길을 찾다


격물 단계의 PM은 마치 탐험가이자 철학자와 같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보는' 것을 넘어, 그 문제의 '결'을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이 문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나의 어떤 마음이 그것을 가리고 있는가?"


PM의 격물은 두 가지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주희처럼 문제의 '이치'를 파고들기.

우리가 관찰하는 사용자의 특정 행동, 데이터의 이상 징후 하나하나를 '사물'로 보고, 그 안에 담긴 '이치'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왜 이 사용자는 여기서 이탈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UI가 불편해서"라는 표면적 답을 넘어, 그 사용자의 시간적 제약, 기술적 숙련도, 과거의 부정적 경험, 심지어 그날의 기분까지 고려하며 문제의 다층적인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마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에서 핵심적인 한 가닥을 찾아내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왕양명처럼 내 안의 '양지'를 바로잡기.

PM으로서 우리가 가진 경험, 지식, 성공 방정식은 때로는 문제의 본질을 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왕양명이 말한 '격물'은 이러한 마음속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양지', 즉 순수하고 밝은 앎의 상태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PM에게 이는 자신의 가설이나 선입견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용자의 목소리를 왜곡 없이 듣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때로는 정교한 분석보다, 사용자의 진솔한 한숨 한번, 망설이는 눈빛 하나가 더 큰 '앎'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대학』은 말합니다. "치지재격물". 즉, "앎의 완성은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탐구하는 데 있다." 격물은 다음 단계인 '치지', 즉 통찰에 이르는 탄탄한 디딤돌이자,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PM의 무기: '격물'의 정신을 담아 활용하는 현대적 도구들


그렇다면 이 '격물'의 여정에서 PM이 활용할 수 있는 현대적 무기들은 무엇일까요? 중요한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격물'의 정신, 즉 본질을 탐구하려는 자세로 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씽킹의 '공감' - 사용자의 마음에 접속하다


사용자 인터뷰는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닙니다. 주희가 말한 '이치 탐구'처럼, 사용자의 답변 이면에 있는 진짜 생각, 감정, 동기의 '결'을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때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습니까? 혹시 그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셨던 다른 일도 있으셨나요?"처럼, 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의 맥락을 깊이 파고드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판단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경청하십시오. 사용자가 '아, 이 사람은 정말 내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느끼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관찰과 맥락적 탐구도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문제를 겪는 '현장'으로 뛰어드십시오. 왕양명이 '양지'를 강조했듯, 우리의 사무실 책상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사용자의 진짜 환경, 진짜 행동, 진짜 어려움을 왜곡 없이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E-커머스 PM이라면, 실제 고객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결제하는 과정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막히는 지점을 포착해야 합니다.


JTBD - 사용자가 제품을 '고용'하는 진짜 이유 찾기

제품의 기능이나 사용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넘어, 사용자가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어떤 진전을 이루려고 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용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일'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스스로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본래 해결하고 싶었던 일', 즉 왕양명이 말한 '양지'의 한 단면을 발견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데이터의 '격물' - 숫자 너머의 이야기와 맥락 읽기

VOC, 앱 리뷰, 커뮤니티 반응 등 정성 데이터에서는 사용자의 생생한 감정과 구체적인 맥락을, 로그 데이터, GA, Amplitude 등 정량 데이터에서는 행동 패턴과 규모를 파악합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종류의 데이터를 교차 분석하며 문제의 '이치'에 다가섭니다.


격물의 자세: PM, 질문하는 탐험가이자 성찰하는 수양자가 되다


격물은 단순한 기술이나 방법론의 적용을 넘어,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자기 성찰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일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이 현상 이면의 진짜 원리는 무엇일까?", "혹시 나의 편견이 진실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에게, 팀에게, 그리고 사용자에게 질문을 멈추지 마십시오.

겸손하게 배우십시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사용자와 모든 데이터로부터 배우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십시오. 주희가 말했듯, 모든 사물에는 배울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성찰하며 나아가십시오. 왕양명이 강조했듯, 외부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나의 경험, 나의 지식, 나의 성공 방정식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점검하십시오.


격물을 통해 얻는 성장


충실한 격물의 과정은 PM에게 다음과 같은 성장을 선물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의 씨앗, 사용자에 대한 깊고 진실한 공감 능력, 데이터와 현상 너머를 보는 예리한 관찰력, 그리고 자신의 한계와 편견을 인지하는 자기 성찰 능력입니다.


이제 우리는 격물을 통해 수많은 '날것'의 정보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문제 가설'들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것들은 마치 거친 들판에서 막 캐낸 원석과도 같습니다.


다음 편인 "제2편: 치지(致知) - 흩어진 단서를 꿰뚫는 통찰력"에서는 이 원석들을 어떻게 세공하여 빛나는 보석, 즉 명확한 '문제 정의'와 날카로운 '솔루션 방향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함께 탐험해보겠습니다. 격물의 깊이가 치지의 높이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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