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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위한 글쓰기 068: 신뢰, 충돌, 헌신
불확실하고, 자원이 부족하며, 반복해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여정 속에서, 이 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힘이 있다면, 그것은 자금도 아이디어도 기술도 아닌 신뢰다.
요즘 우리는 무엇을 믿고 함께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를 타거나, AI 비서를 쓰거나, 팀원에게 일을 맡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이다.
“저걸 믿어도 될까?”
그건 단순히 능력을 의심하는 문제가 아니다. 의도를 믿을 수 있는가, 책임을 다할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다. 신뢰란 결국 “그는 자기 역할을 다할 것이다”라는 기대다. 어쩌면 중세의 봉건계약과도 비슷하다. 주권자가 영지를 나누고, 대신 그에 합당한 책임과 충성을 기대했던 그 구조처럼, 오늘날의 조직도 그렇게 위임과 책임 사이의 팽팽한 긴장선 위에 서 있다.
우리는 권한을 넘겨줄 때, 단순히 일을 맡긴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믿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전제를 함께 건넨 것이다. 그래서 진짜 위임(empowerment)이란 힘을 나눠주는 행위가 아니라, 믿음을 주는 일이다.
사이먼 시넥이 말하듯,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씰조차 ‘가장 유능한 사람’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뽑는다. 왜냐하면 능력은 훈련으로 커질 수 있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는 때때로 아주 본능적인 형태로도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식구(食口)라는 표현이 있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왜 여전히 감정적인 울림을 갖는지는 아마도 수천 년을 거쳐온 DNA 속 집단 기억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을 함께 사냥하고 나눠 먹는 조직에서는, 적어도 서로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기본값이었을 것이다. tribe(부족) 안에서 신뢰가 깨지면 그건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 안에서는 투명성이 중요하다. 신뢰란 강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저 이거 잘 몰라요”, “요즘 좀 힘들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 그것이 진짜 신뢰의 출발점이다.
그런 맥락 없이 “우리는 해병대다!”, “허슬!”, “그릿!”을 외치는 조직 문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함께 나눌 동료의식이 없다면 결국 번아웃과 분열로 이어진다.
신뢰 → 충돌 → 헌신.
이 세 가지는 좋은 팀의 순환 구조다. 신뢰가 있으면 갈등이 가능하다. 서로 진심이 통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충분히 부딪힌 후에는, 결정된 방향에 함께 책임지는 태도, 즉 헌신이 뒤따라야 한다.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팀의 결정’이라면 그 선택에 동의하고, 끝까지 가보는 마음. 그게 진짜 동료다.
우리는 결국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팀을 만든다. 그래서 팀워크란, 일의 효율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약속이다. 나는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어줘. 우리는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 여정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팀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그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좋아, 다음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