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ll-Day-Project (06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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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49: 우리 애 다치면 책임질.. 를 읽고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50: 도구가 좋아진거지 일이 바뀐 건 없다. 를 읽고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51: 의대 증원에 관한 노캔 / Deep Dive
들어가며: 27년 만의 증원, 그 너머의 질문들
2026년 2월, 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3,342명 늘리기로 최종 확정했다. 1998년부터 27년간 동결되었던 의대 정원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배경은 분명하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필수의료 체계 붕괴라는 현실 앞에서, 정부는 OECD 최하위권인 인구 천 명당 의사 수(2.6명)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늘어난 정원은 비수도권 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배정해, 의사들이 기피하는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갑작스러운 증원은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의사 수 부족보다는 낮은 필수의료 수가와 과도한 의료 소송 위험 등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양적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의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진 의사를 원하는가?
1. AI와 의학교육의 진화: 암기에서 사고로
"대다수의 의사의 영역을 'AI'가 보조하면서, 학습에 있어서 외우기 같은 영역은 이제 의미없지 않을까. 학습/교수법에 있어서 과학적 사고를 가르치는 것. 교육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
이 지적은 의대 증원 논의에 전혀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 이미 AI는 방대한 의학 지식을 순식간에 검색하고, 영상의학이나 병리 데이터를 인간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에 의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질문하고,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며, 환자라는 고유한 존재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다.
미래 의학교육의 방향성
- 암기 중심 교육 → 데이터 해석력과 비판적 사고 중심 교육: AI가 제시한 정보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환자의 특성에 맞게 종합하는 능력
- 분과적 지식 전달 → 문제 중심 학습(PBL)과 사례 기반 추론: 과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식으로의 교육 과정 재편
- AI 리터러시의 필수화: 도구로서의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함양
결국 교육의 패러다임이 이렇게 바뀐다면, 의대 정원 문제는 '교육 방식의 혁신'이라는 조건과 결합되어 논의되어야 한다. 더 많은 학생을 뽑는 것만큼, 그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중요해진 셈이다.
2. 원격 진료의 확장성: 공간의 제약을 넘어
"원격 진료도 이제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 진료의 기술적 가능성과 효용성을 입증했다. 특히 만성 질환 관리나 정신 건강 상담 등은 원격 진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원격 진료가 가져올 변화
- 지리적 장벽 해소: 의사의 물리적 이동 없이 의료 서비스 접근성 획기적 향상
- 지방 의료 붕괴 대응: 의료 취약지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 도구로 기능 가능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 의료 사고 시 책임 소재 문제
- 보험 수가 체계의 재정립
- 고령자나 디지털 약자의 접근성 문제
- 대면 진료 대비 진단의 정확성 문제
-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우려
기술은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그것을 현실의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뒤따라야 할 과제다.
3. 의료 자원의 재분배: '돈 되는 의료'와 '필수의료' 사이
"사실상 편중되는 곳들(돈이 안 되는 곳)에 예산과 보험이 투자되어야 한다. 성형외과 피부과가 필요하지만 이 이상 늘어날 필요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의료 위기의 가장 핵심적인 지점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처럼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목에 의사가 몰리는 것은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가 시장 논리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과제
- '돈 안 되는 곳'에 대한 과감한 재정 투입: 정부의 적극적 예산 지원
- 보험 수가 현실화* 의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시장 논리를 넘어선 의료의 본질적 가치 회복
그러나 이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하고, 기존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필수의료 종사자와 비급여 위주 종사자 간의 갈등)와도 맞물려 있다. 이 재분배를 누가 주도하고, 그 비용을 국민이 기꺼이 부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4. 의료 기술의 발전과 '도구의 민주화'
"삶에 대한 내용의 경우 - 의료 기기, 장비, 약학 등의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값비싼 장비와 약이 의료 격차를 심화시키는 현실에서, 첨단 의료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재'로 바라보는 태도가 절실하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통제하자는 것을 넘어, 연구 개발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드는 '희귀병 치료제'를 개발할 것인가?
-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만성 질환 관리 기술'의 가격을 낮추는 연구에 투자할 것인가?
결국 의료 기술의 발전이 '이윤 창출'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위한 도구라는 태도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5. 기술 발전 시대의 '책임'에 대한 태도
"도구가 좋아질수록, AI, 로봇 등이 나아질수록 의료법, 방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태도가 더 중요하겠다."
이 문장이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을 찌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기술 시대 의사의 새로운 책임
- '회색 지대'에서의 윤리적 판단: AI의 진단 추천을 믿고 치료했다 오류가 발생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법이 정교해져도 결국 현장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윤리적 태도가 중요하다.
-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 AI의 '블랙박스' 문제 속에서, 의사는 AI의 결정을 단순 전달하는 중간자가 아니라, 그 결과를 환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현대 의료의 핵심 가치다.
6. 결국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진 의사를 원하는가?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태도를 가진 의사를 필요로 하는가?
- 암기 머신이 아닌, 평생 배우고 질문하는 태도를 가진 의사
-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기술을 통해 더 나은 돌봄을 고민하는 태도를 가진 의사
- 이윤보다 환자의 생명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태도를 가진 의사
- 압박감 속에서도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흔들림 없이 판단하는 용기를 가진 의사
- 한 환자의 병력을 소중한 '생애 이야기'로 바라보는 호기심과 연민을 가진 의사
결국 아무리 좋은 정책과 첨단 기술이 갖춰져도, 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갖춘 의사를 길러내는 것은, 의대 교육 과정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의료를 바라보는 문화와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맺음말: 숫자를 넘어 가치의 대화로
의대 증원 정책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의료 시스템을 원하고, 어떤 의사를 길러내며, 궁극적으로 생명과 건강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이다.
정부는 과학적 추계와 해외 사례를 들어 증원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의료계는 교육의 질 저하와 구조적 문제 해결의 선행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논의의 저편에서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몇 명을 더 뽑을 것인가'라는 양적 논쟁을 넘어, '의료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대화다. 그 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과 그 인간의 '태도'가 자리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환자의 손을 잡고 그 눈을 바라보며 "괜찮습니다, 제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