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왜 반복할까? 어떻게 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까?
타임 블록킹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틈새 저널링으로 작은 시간을 잡아내고, NOW-NEXT-LATER로 중요한 일을 먼저 골랐습니다. 도구는 갖췄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야근해서 겨우 맞췄네." 지난달에도, 그 전달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마감 직전 몰아치기, 야근, 겨우 제출. "다음엔 미리미리 해야지." 매번 다짐하지만 매번 똑같습니다.
도구가 있는데 왜 나아지지 않을까요? 피드백 루프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은 세우는데, 그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회고(Retrospective)는 과거를 돌아보고 다음을 개선하는 의도적인 과정입니다. 다짐은 감정이지만, 회고는 분석입니다. "다음엔 잘해야지"는 다짐입니다. "왜 이번에 늦었고, 구체적으로 뭘 바꿀 수 있을까"는 회고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뇌는 경험을 자동으로 학습하지 않습니다. 경험은 그냥 지나가고, 기억은 왜곡되고, 다짐은 감정과 함께 사라집니다.
10년 차 직장인이 1년 차보다 반드시 일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같은 10년을 살아도, 어떤 사람은 1년의 경험을 열 번 반복한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진짜 10년치를 배운 것입니다. 차이는 경험을 돌아보았느냐에 있습니다.
학습심리학자 데이비드 콜브(David Kolb)는 경험학습 주기를 네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경험 → 관찰 → 개념화 → 실험, 그리고 다시 경험으로 돌아오는 순환입니다.
중요한 건 '경험' 다음에 '관찰'이 온다는 점입니다. 경험한 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멈춰서 들여다보는 단계. 이게 빠지면 나머지 세 단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이 쌓여도, 소화되지 않은 경험은 성장이 되지 않습니다.
회고는 이 '관찰' 단계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경험을 데이터로 남기지 않고, 정보로 전환하는 것. 그래야 다음 행동이 달라집니다.
저는 주간 회고에서 네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이번 주 가장 잘한 일은?
잘한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아야 반복할 수 있습니다.
2.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일은?
견적이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분석합니다. 일의 복잡도를 과소평가했나? 의존성을 놓쳤나? 방해 요소가 있었나?
3. 집중을 방해한 요인은?
어떤 종류의 인터럽트가 있었는지, 언제 산만해졌는지 돌아봅니다. 외부 요인(슬랙, 미팅)인지 내부 요인(피로, 동기 저하)인지 구분합니다.
4. 다음 주 다르게 해볼 것은?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하나의 실험을 정합니다. "다음 주에는 X를 시도해보자."
네 가지를 다 깊이 파지 않아도 됩니다. 각 질문에 한두 문장씩만 답해도 충분합니다. 15분이면 됩니다.
이 질문들은 콜브의 경험학습 주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잘한 것을 인식하는 게 '경험 확인', 오래 걸린 이유와 방해 요인을 분석하는 게 '관찰과 개념화', 다음 주에 하나를 바꿔보겠다고 정하는 게 '실험'입니다. 이 루프가 돌아갈 때, 경험이 비로소 배움으로 전환됩니다.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겠습니다. 틈새 저널링으로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한 수진 씨가 처음으로 금요일 회고를 채웠습니다.
잘한 일: 화요일 오전에 경쟁사 리서치를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끝냈다. 미리 "찾을 항목 목록"을 만든 게 주효했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일: 제안서 슬라이드 다섯 장. 두 시간 예상이었는데 네 시간이 걸렸다. 디자이너와 방향 협의 없이 초안을 쓰다 수정이 두 번 생겼다. 다음엔 초안 전에 방향을 먼저 맞춰야겠다.
집중을 방해한 요인: 목요일 오후 슬랙. 확인하고 나면 집중으로 돌아오는 데 30분이 걸렸다.
다음 주 바꿔볼 것: 오후 2시~4시 슬랙 알림 끄기. 긴급 연락은 전화로 오도록 팀에 미리 알리기.
15분이 걸렸습니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15분이, 한 주를 흘려보내는 것과 구체적인 실험을 가지고 다음 주를 시작하는 것의 차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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